Social Election(1) : 투표는 전염된다

2012-12-30 09:41 오전
손재권

소셜 정치 : 투표는 전염된다

-SNS가 한미 대선에 미친 영향(1)


For more Years(4년 더)
이 사진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2012년 11월 6일 올린 사진이다. 이 사진은 올해 트위터에서 선정한 올해의 ‘골든 트윗(Golden Tweet)‘이었다. 이 사진은 오바마 대통령 계정에 올라간지 22분만에 22만 6249번의 리트윗이 이뤄졌고 2012년 12월말 기준 약 82만번 리트윗됐다. 이후 불과 1시간만에 올해 가장 많이 리트윗된 사진으로 기록됐다. 무려 200개국에서 넘게 사진이 퍼졌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선거 당일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는 순간 분당 트윗수는 32만7452건이었고 그가 시카고에서 승리 연설을 할때는 무려 45만5000건의 축하 메시지가 리트윗됐다(Election Night 2012 by twitter blog). 이렇게 올해 미 대선은 트위터 역사의 거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렇게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올림픽 등 스포츠 행사, 정치, 콘서트, 자연재해, 유명인의 죽음 등 각 ‘이벤트’에 큰 힘을 발휘하며 재빠르게 여론 형성의 장이 된다. 특히 대통령 선거와 같은 메이저 정치 이벤트에는 더욱 큰 힘을 발휘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이를 증명했다. 때문에 “2012년 대통령 선거는 최초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거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댄 발즈 워싱턴포스트 정치전문기자는 미국 대선에 대해 “트위터는 모든 것을 바꿨다. 이번 대선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이 중심 매체(Central vehicle)가 된 첫 선거였다. 트위터에 쏟아부은 시간과 돈은 적었지만 영향력은 매우 컸다”고 평가했다.

2012년 11월과 12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으로 끝난 한미 대선은 양국의 정치, 문화, 경제적 차이 만큼이나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하지만 분명 공통점도 존재했다.
이번 대선 과정과 결과에서 양국 모두 (1)소위 ‘보수와 진보(공화, 민주당)’ 그룹간 극심한 ‘양극화(Polarization)’현상이 나타났으며  (2)인구 구성의 변화(Demographic change)가 선거 결과에도 결정적 영향을 줬다. 그리고 ‘돈 선거’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양국에서 모두 최초의 소셜네트워크(SNS) 대선을 치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SNS가 TV, 라디오, 신문 등 기존 미디어와는 다른 뉴미디어로서 표심에 영향력을 발휘한 최초의 대통령 선거라는 뜻이다. 여기서 SNS는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Youtube), 핀터레스트(Pinterest) 등의 서로 관심사에 기반한 글로벌 웹서비스를 말한다. 양극화 현상, 인구 구성의 변화, 돈 선거 등은 과거 선거에서도 부분적으로 나타난 현상이었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대통령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2012년 대선이 처음이었다.

이처럼 정치에서, 특히 선거에서 SNS가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과연 ‘어떻게’ 영향을 발휘했는가? ‘얼마나’ 표심에 영향을 줬는가?, 미국과 한국의 차이는 무엇이었나? 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과연 SNS는 어떻게, 얼마나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쳤는가? 그리고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점을 비교 분석해보는 것은 앞으로 SNS의 영향력을 파악하고 분석하는데 좋은 토대가 될 것이다. 

이는 소셜의 특징을 분석하는데도 결정적 힌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 가을학기에 스탠포드에서 ‘소셜네트워크 : 이론, 방법, 애플리케이션(MS&E 189: Social Networks – Theory, Methods, and Applications) 수업을 들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소셜 투표 : 나의 인증샷, 친구의 친구의 동생이 본다. 

2012년 한국과 미국 대선의 가장 큰 공통점을 꼽자면 역시 ‘소셜 투표(Social Voting)’ 행위가 일어났고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소셜 선거(Social Election)’가 벌어졌다는 점일 것이다. 소셜 투표 행위는 특히 젊은 층에게 영향을 줬다.
한국 대선에서 78.5%라는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인 것은 SNS 영향이 적지 않았다. 추측컨데 약 100만명 이상은 SNS를 통한 투표 독려 행위로 인해 추가로 투표장에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인증샷’ 열풍이 불었고 이는 한국의 독특한 선거 문화로 정착했다.  SNS에서의 인증샷 열풍과 투표 독려는 20~30대 유권자를 중심으로 투표율을 끌어 올렸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트위터 인증샷 모자이크 @blog.kr.twitter.com
트위터 상에는 ‘투표 및 투표 인증샷 관련’ 트윗이 오전 7시부터 급증 2시에 피크를 치고 6시까지 이어졌다.  


실제 트위터측에서도 “투표 및 투표 인증샷 관련 트윗이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에 크게 상승하면서 대선 막바지 투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아래 표).

그렇다면 이 같은 ‘소셜 투표’ 행위가 올해 미국에서도 벌어졌으며 투표율을 끌어 올리는데 영향을 줬을까?
대답은 ‘예스(Yes)’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 조사(Social Media and Voting, 2012. 11. 6)에 따르면 올해 미국 유권자 22%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투표를 했는지 여부와 함께 어떻게 했는지를 알렸다(22% of registered voters have let others know how they voted). 더 재미있는 것은 유권자 약 30%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SNS 포스팅을 통해 투표를 독려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18~29세 젊은 유권자일수록 이런 성향이 짙었다. 아래 표를 보면 확연하다. 미국 20대(18~29세) 유권자 중 45%가 친구나 가족에게 투표를 할 것을 권유했고 29%는 투표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고 34%는 특정 후보를 지지할 것을 독려했다.  

투표는 전염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친구들이 투표하면, 부모님이 투표하면 따라서 투표한다는 뜻이다. 인증샷을 보고 실제로 투표장에 나가는 사람이 예상보다는 많다는 것이다. 
진짜 그럴까? 제임스 파울러 UC샌디에고(UCSD) 정치과학과 교수는 ‘친구따라 투표한다’는 소셜 투표론을 검증하기도 했다. 파울러 교수는 사회 연결망 안에서 친구들이 비만이면 나도 비만일 확율이 높다는 논문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파울러 교수는 2012년 9월 발표한 ‘6100만명 조사-사회적 영향과 정치적 이동‘이라는 논문에서 2010년 미국 중간선거때 페이스북의 ‘나는 투표했다(I Voted)’ 메시지로 유권자 34만명이 추가로 투표장에 나오게 했다고 분석, 유력 과학잡지 ‘네이처’ 표지 논문으로 개제됐다.
파울러 교수는 이 논문에서 “친구가 투표한 것을 본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실제 투표율이 높았다. 친구의 투표 행위는 페이스북을 통해 또 다른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친다. 페이스북에서의 투표 독려는 단순히 친구 사이에서만 효과를 본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의 투표는 친구의 친구까지 영향을 미친다. 한 사람이 투표했다는 버튼을 누르면 이는 총 4명에게 투표를 독려한 효과를 일으킨다. 페이스북의 활동은 오프라인에 영향을 미친다. SNS를 이용하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유도하거나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뉴욕타임즈 보도).
미국의 공영방송 NPR은 이 논문에 근거한 방송에서 “페이스북은 타깃 유권자에게 파워풀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방송하기도 했다.
이 논문은 올해 발표된 정치과학, 정치심리학 분야 중 가장 주목받았던 논문 중 하나다. 

파울러 교수는 지난 2009년(한국에서는 2010년) 출간한 커넥티드(Connected)란 책(한국어판 제목은 ‘행복은 전염된다‘)에서 사회적 네트워크 안에서 이렇게 영향력이 전염되는 현상을 ‘3단계 영향력론(Three degree of influence rule)’으로 규정했다. 

유권자 자신과 직접 연결된 사람은 가족, 친구 등 포함하면 3~4명 밖에 없지만 한 유권자의 투표행위는 최대 100명에게 연쇄 파급 효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한 사람이 투표를 결정하기로 하면 평균 3명을 추가로 투표장으로 향하게 하는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었다. 
다시말해 투표 독려 행위는 실제로는 3단계를 뛰어넘어 4배 이상의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나의 투표 행위는 내 친구 뿐만 아니라 내 친구의 친구. 내 친구의 친구의 동생에게 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6단계만 거치면 세상 사람들을 누구나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형성된 세계에서는 그 단계는 짧아질 수밖에 없다. 

왜 투표 하는가? 민주주의의 꽃이기 때문에?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에? 독재 정권의 등장을 막기 위해? 친노 세력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각자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친구가 투표하라고 했기 때문에. 친구의 친구가 투표했기 때문에”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소셜 투표는 2012년 대선에서 이를 다시한번 증명했으며 앞으로 치뤄질 모든 선거의 공통된 특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1편끝)

페이스북에서 투표 독려 행위는 실제 투표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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