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사게 했더니 더 많이 팔리더라

2016-12-27 03:55 오후
손재권

 

86만원짜리 백투더퓨처 운동화,482만원에

디지털 커머스와 풍요의 역설

 

온라인(모바일) 쇼핑이 일상화 된 디지털 커머스 시대, 각 기업은 제품(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할까? 검색광고 및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에서 입소문(바이럴) 마케팅은 기본이 됐다. 하지만 바이럴 마케팅은 더이상 새롭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눈치빠른 소비자들은 이미 ‘바이럴’ 이란 것을 알고 있다. 특히 제품의 초기 평판을 좌우하는 얼리어답터에게 바이럴 마케팅은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나이키와 스냅이 신제품을 출시하며 ‘희소성 마케팅’을 펼쳐 화제가 되고 있다. 초기 반응은 ‘대성공’이다.

나이키는 이달 1일 영화 ‘백 투다 퓨처2’에서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가 착용한 신발 끈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운동화 ‘나이키 하이퍼어댑트 1.0’을 출시했다.

이 신발은 발을 넣으면 운동화 뒤에 있는 센서가 신발 주인의 체중을 측정, 자동으로 발 모양에 맞춰 신발 끈을 조여주는 것이 특징. 신발을 벗을 때는 양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느슨해지면서 벗을 수 있다. 이 버튼은 신발을 조일 때 세밀하게 조정할 수도 있게 한다.

신발 바닥에는 한번 충전으로 2주간 버틸 수 있는 배터리도 내장 돼 있다. 신발에 USB 포트가 있어서 충전할 수 있다. 신발을 신으면 신발 뒷창과 옆에 달려 있는 LED 조명을 밝힐 수 있으며 발을 신으면 불이 들어온다. 이 같은 기능을 가졌음에도 무게는 0.4kg 으로 가벼운 편이어서 운동할 때도 착용할 수 있다.

 

다소 미래지향적이고 눈길을 충분히 끌만한 제품이지만 실용성에는 의문이 들 수 있는 ‘하이퍼어댑트 1.0’의 가격은 무려 720달러(약 86만9000원)다.

누가 720달러짜리 신발을 살 것인가 싶지만 나이키는 이달 1일부터 판매하면서 영리하게도 희소 마케팅을 시작했다. 즉, 구하기 힘들게 만들어서 이목을 집중 시킨 것.

우선 하이퍼어댑트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나이키 플러스 로열티 프로그램에 가입해야 한다. 이 가입자 중 미리 예약한 소비자에게만, 뉴욕 등 5개 매장에서만 판매한다.

얼마나 생산될지 모르고 언제 단종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가격이 폭등, 이베이에서는 최소 4000달러(약 482만원) 부터 거래가 시작되고 있다. 어차피 얼리어답터를 겨냥한 제품이라면 그들의 관심을 끌도록 마케팅을 시도한 것이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마케팅은 지난달부터 판매를 시작한 스냅(Snap)의 스마트 안경 ‘스펙터클’에도 적용됐다. ‘스냅챗’을 만드는 스냅은 한술 더 떴다. 스냅의 스팩터클은 선그라스 상단에 2개의 115도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내장, 왼쪽 상단의 버튼을 누르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수 있게 만든 스마트 안경이다.

 

최신 선글라스에 렌즈를 더해 가격을 130달러에 책정했다. 스냅은 스펙터클을 오직 ‘스냅봇’이라는 자판기에서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스냅봇이 출현하는 곳은 트위터와 홈페이지에서 공개한다. 현재 스냅의 본사가 있는 LA와 뉴욕, 시카고, 텍사스 등에서만 스냅봇을 공개했는데 출현하는 곳마다 완판됐다.

노란색 자판기(스냅봇) 앞에 수백명이 장사진을 치는데 모니터에 나오는 설명을 듣고 색상을 선택한 후 결제까지 이뤄져야 하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스냅봇을 발견하더라도 2~3시간은 걸려야 실제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때문에 가격이 폭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700~1200달러를 줘야 제품을 살 수 있다. 스냅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주고 대신 줄을 서는 사람도 있고 입도선매 하려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출시 한달이 지나가지만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줄을 서시오 !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는 스냅 스펙터클 신드롬을 보도하면서 “이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은 마치 영화속 한장면 같다. 이 제품을 구매하고 온라인으로 판매해 학비를 내는 사람도 있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WSJ는 “스냅은 이 제품을 실험적이지만 제한되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실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Paradox of Abundant  풍요의 역설

‘나이키’와 ‘스냅’의 사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디지털 라이프’ 시대엔 정보, 자원이 부족해서 문제가 아니라 많아서 문제라는 점 때문이다. 정보, 자원이 넘쳐나고 여기저기서 ‘추천’ 이라며 필요한 정보(물건, 서비스)를 제안한다. 모두가 ‘맞춤형’ 이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북를 통해, 이메일을 통해, 트위터를 통해 전달되지만 모두 소화하지 못한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남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희소’한 제품(서비스)를 추천이 아닌 ‘스스로’ 찾기를 원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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