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맞춤형 푸드 시대가 온다

2017-01-23 10:23 오전
손재권

 

실리콘밸리는 오늘도 미래의 씨앗을 뿌린다

당장은 이상해보이지만 앞으로 부상할 언더독 트렌드는?

지난 8일(현지시각)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CES 2017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가상현실(VR), 5세대(G) 이동통신 등이 미래 비즈니스 지도를 바꿀 기술로 꼽혔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은 이미 혁신의 본고장 실리콘밸리에서는 3~5년, 멀리는 10년전부터 대비하면서 꾸준히 투자해온 분야다. 이제 꽃을 피웠을 뿐이지만 씨앗은 오래전부터 뿌려져 왔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지금도 3~5년, 멀리는 10년후 미래를 보면서 꾸준히 투자하고 미래를 선점하겠다는 회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언더독(Underdog : 스포츠나 선거에서 당장은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뜻함.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처럼 언제든 대세가 될 수도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는 뜻) 트렌드’는 무엇일까?

시장조사 전문기관 CB인사이츠는 CES를 마친 직후인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에서 ‘이노베이션 서밋‘을 개최했다. CES가 ‘오늘의 기술’을 말한다면 이 포럼은 ‘내일의 기술’을 밝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아난드 산왈 CEO는 5년 이후 기술과 비즈니스모델에서 획기적으로 바뀔 트렌드를 선정했다.

 

다소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에 나올만한 스토리도 있고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킬만한 이슈도 있다. 하지만 곧 다가올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개인 맞춤형 푸드(Personalized Food)

‘개인 맞춤(퍼스널라이즈)’은 어제 오늘 트렌드가 아니다. 특히 모바일 시대에 진입하면서 개인 맞춤형 콘텐츠는 콘텐츠 사업자에게는 생존공식과 같다. 맞춤형 건강 정보, 맞춤형 TV 등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빅데이터 처리 능력이 발전하고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면서 ‘개인 맞춤형’ 트렌드는 각 분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중 ‘푸드’ 는 가장 각광받는 분야 중 하나다. ‘먹는 문제’는 인간의 삶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인류는 먹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무엇을’ 먹을까에 대해 고민이 집중 됐지만 ‘어떻게’ 먹을까에 대해서는 진화하지 못했다.

‘미래의 음식(Future of Food)’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원인은 역시 빅데이터 덕이다. 미래의 음식은 개인 맞춤형 음식과 따로 떼어 놓을 수가 없다. 웨어러블 및 사물인터넷 기기를 통해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것이 맞춤형 음식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또 현재 글로벌 수준으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배달 전쟁’도 개인 맞춤형 음식을 가능하게 했다. 몇시간 내에 저렴하게 음식을 배달(한국에선 무료) 할 수 있기 때문에 음식만 만들어지만 바로 배달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배양육(Cultured Mead) 또는 복제 고기(Synthetic Meat) 또는 실험실 고기(Lab cultured meat, cell-cultured meat)라고도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고기는 지난 2013년 처음 등장할때는 제조 원가가 32만5000달러에 달했으나 2년후인 2015년에는 11달러 수준으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실제 고기 맛과 다름없는 배양육에 비타민A, 비타민D 또는 개인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추가 하거나 아니면 다이어트할 수 있는 고기를 만들 수도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해빗(Habit)’ 이다. 이 회사는 개인에게 맞는 영양소를 분석해주고 이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개인에게 배달해준다.

세계적인 수프 회사 캠밸(Campbell)이 이 회사에 투자하기도 했다. 각 개인에게 아침에 배달되는 맞춤형 수프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개인 맞춤형 과자가 나온다든지 임산부를 위한 칼슘이 대량으로 포함 된 맥도날드 버거가 나오는 것도 역시 시간문제일 뿐이다.

심지어 와인도 포도없이 제조가 가능하게 됐다. 만약 세계 최고급 와인을 맛도 거의 같은 수준에서 10달러 수준에 만들어내면 어떨까? 실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아바 와이너리(Ava Winery)는 포도 한송이 쓰지 않고 유명 샴페인 1992년 빈티지 돔 페리뇽과 모스카토 다스티, 캘리포니아 피노 누아 와인의 합성 복제를 연구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회사는 이미 300만달러의 펀딩을 받았다.

 

 

◆스마트 하우스 (Smart House, not home)와 태양광 고속도로(Solar Road)

가정 내 모든 기기가 연결되는 ‘스마트 홈’을 만드는 것은 글로벌 기업의 오랜 꿈이다. 지난 20년간 스마트홈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TV, 인터넷 업체, 게임기, PC, 스마트폰 회사 등이 치열하게 경쟁해 왔지만 아직 ‘홈’은 누구의 주도권이 아닌 상황이다. 아직 리모콘을 쥐는 자가 모든 것을 결정했다. 아마존 알렉사(에코), 구글 홈 등 음성인식 기기가 스마트 홈의 문지기 역할을 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느 것도 최근일이다.

하지만 왜 ‘집’ 자체를 다시 만들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일까. 한국도 아파트, 단독주택, 빌라 등 주택 형태는 수십년간 변하지 않았다. 집을 다시 디자인할 필요는 많다. 날이갈 수록 치솟는 집값, 1~2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 인테리어 및 리모델링 수요 증가는 ‘집’의 형태를 좀 더 능동적이고 변화 가능한 모델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라이드 쉐어링 ‘우버’ 이용률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집의 형태를 바꾸게 한다. 주차장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샌프란시스코 건축 업계는 점차 주차장 없는(최소화한) 아파트를 실현하려하고 있다. 집도 하드웨어다. 한번 지어 놓으면 난방 시스템, 전기, 배선 등을 바꾸기 쉽지 않다. 스마트홈 기기를 구입한다고 해서 쉽게 집에 적용할 수도 없다.

스마트 하우스(스마트 홈이 아님)는 쉽고 빠르게 집을 짓고 어느정도 살아본 후 쉽게 구조를 바꿀 수 있게 만든다는 개념이다. 3D 프린터와 로봇의 등장은 집을 만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실리콘밸리 건축 스타트업 ‘에이커(Acre) 디자인’과 플랜트 프리팹(Plant Prefab)은 지난 2016년 창업, 1년도 안되 각각 12만달러와 344만달러의 시드펀딩을 받았다. 특히 에이커디자인은 40만~50만달러에 2배드~4배드룸의 집을 지어준다.

 

 

앞으로 건설업체 뿐만 아니라 건축 자제 산업 및 설계사무소 그리고 소위 ‘노가다’ 직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태양광 도로(Solar Road)도 건축의 미래를 만들 트렌드로 꼽힌다. 태양광 패널이 점차 작아지는 것은 들어봤어도 태양광 도로가 있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프랑스 노르망디에서는 세계 최초로 태양광 고속도로가 생겼다. 도로 길이는 1km 정도이지만 태양광 발전 용량으로는 전체 마을의 가로등에 전원을 공급하기에 충분하다. 이 도로는 영국, 프랑스의 대형 건설사인 콜라스(Colas)가 세웠다. ‘와트웨이(Wattway)’ 라는 자체 도로 기술을 개발, 실제 처음 적용한 것이다.

아직은 태양광 도로 건설 비용은 너무 비싸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고속도로가 각 도로의 가로등에 들어가는 전기 수요 전체를 커버할 수 있고 앞으로 전기자동차가 많아지고 자율주행차가 대중화 될 것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는 아주 먼 미래 스토리는 아닐 것이다. 또 도로 자체에서 발광할 수도 있고 자동차간 통신(V2V)에도 활용될 수 있는 등 안전 운행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즉시 전문가(instant expertise) 

지난 1999년 개봉 돼 전세계 화제를 불러 일으킨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태권도를 익히기 위해 능력을 다운로드 받는다. 그리고 곧 태권도 및 무술 킹이 되서 스승 모피어스와 대결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느 순간에서나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는 것은 꿈과 같은 일이다. 그 정도의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해서는 평생 동안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같은 ‘꿈’이 어느정도 현실화될 날도 머지 않았다. 네오 처럼 외국어 능력이나 무술 능력을 순간 다운로드 받을 수는 없겠지만 최근 진화한 기술은 최고의 전문가를 언제든 연결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기술은 점차 갖춰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증강현실(AR) 기술. MS의 홀로렌즈에 이어 올해 매직립, 메타(Meta) 등이 새로운 AR 디바이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MS 홀로렌즈는 GE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다. 증강현실 기기를 쓰면 초심자라도 전문가의 가이드에 따라 장비의 유지보수가 가능하게 된다. 유센스(USense), 아이사이트(Eytsight), 포브(Fove)와 같은 스타트업은 제스처 추적, 눈동차 추적 기술을 가능하게 했다.

각 분야 전문가를 이어주는 헬로테크(Hellotech), 텔라닥(Teledoc), 엔지(Engie) 등은 언제든지 전문가들을 전화나 스마트폰 (앞으론 AR, VR 기기)으로 부를 수 있게 한다.

집안 수리도 혼자할 수 있고 간단한 응급처방은 집에서 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 기기로 전문가들을 불러서 즉시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는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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