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적으로 바뀐 USA투데이 1면 |
‘이름빼고 다 바꾼’ USA투데이의 통큰 변신
USA투데이는 ‘왜 미국에 전국 어디에서나 같은 뉴스를 보는 신문은 없나.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며 재미있어야 한다’는 사명으로 1982년 창간된 미국의 유일한 ‘전국’ 종합일간지다. (*한국에는 전국단위 종합일간지가 많지만 미국에는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USA투데이 외에는 없다.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시카고트리뷴, LA타임즈 모두 지역 신문이다)
USA투데이는 화려한 컬러 편집과 과감한 그래픽의 사용 그리고 무엇보다 ‘USA투데이 판형’이라는 것을 만들어 내며 지하철에서 남에게 피해 안주고 읽을 수 있는 신문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한동안 미국내 구독률 1위를 유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점이 곧 약점이 되서 영향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인터넷 신문이 대중화되고 모바일 뉴스가 등장하자 특색없는 논조는 신문의 파워를 주목하지 않았고 화려한 비주얼은 인터넷에 비해 못하기 때문에 외면을 받았다. 그 결과 3~4년전부터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1위 자리를 빼았겼다.
신문 쟁이들 내에서도 ‘세계유산’급의 뉴욕타임즈나 머독(뉴스코퍼레이션)의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정가를 꽉 잡고 있는 ‘워싱턴포스트’에 비해 인정을 받지 못했다.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다보니 특종이 많지 않고 주장도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놓인 USA투데이가 오늘부터 전면 변신을 해서 독자에게 첫 선을 보인 것이다.
USA투데이의 변신이 의미있고 주목받아야 하는 것은 바로 ‘신문의 디지털 전환’ 때문이다.
최근 미디어 산업이 급변하고 신문 산업이 크게 위축되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화두가 되고 있다.
실제로 다수 미디어그룹들이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란 신문을 온라인이나 아이패드(태블릿), 킨들(이북), 스마트폰 등에도 공급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전통 적인 신문이 영향력, 매출 모두 급감,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면서 전통적인 신문(Traditional Newspaper)에서 디지털(Digital)로 외형은 물론 뉴스룸 구성, 조직 구조, 인력, 체질(회사의 DNA)까지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명제다. 이와 동시에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매출도 늘려야 하고 ‘미디어’이기 때문에 저널리즘이 훼손되서도 안된다.
NYT, WSJ, FT, Nikkei 등이 일부 독자의 반발에도 유료화를 단행, 이미 정착 단계에 돌입한 것도 디지털 전환의 단계다.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에 전세계 모든 신문이 ‘디지털 전환’과 내외적으로 싸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 메이저 신문들이 네이버와 싸우려 하는 것도 디지털 전환 과정의 어려움이라고 해석해도 될 듯하다.)
USA투데이는 신문과 웹페이지를 모두 바꿨는데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시대에 달라진 독자들의 눈높이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 소셜미디어가 이미 기존 언론의 영향력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닷컴(신문닷컴)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고 사용자환경(UI)는 어떻게 맞춰야 하는가이 대한 고민은 USA투데이만의 고민은 아니다. 전세계 모든 미디어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정답도 없고 벤치마킹할만한 최선의 사례(Best Practice)도 아직까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늘 USA투데이의 개편은 ‘디지털, 모바일 시대’에 신문과 미디어그룹이 어떻게 변신해야 하는가에 대한 그들의 대답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신문이 시도할만한 것은 다 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1. 이름과 판형빼고 다 바꿨다.
오늘 USA투데이를 보면서 느낀 첫 인상은 ‘이름과 판형 빼고 다 바꿨네’ 라는 것이었다.
신문 로고 부터 글자체, 편집 까지 모든 것을 바꿨다. 글로벌 미디어 중에 이 정도로 확 바꾼 신문이 있나 싶다. 그러면서도 어색하지 않았던 것은 USA투데이 특유의 ‘컬러풀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색을 다양하게 많이 쓰는 신문은 없기 때문에 제호와 판형만 유지됐어도 누가 봐도 ‘USA투데이’인 것이다. 제호는 파란색 원, 경제 부분은 녹색 원, 스포츠는 빨간색 원 등으로 색션을 컬러로 구분한 것도 기존 방식과 유사하다.
글자체도 바꿨다. 기존 신문의 글자체도 나쁘지 않았으나 바꾼 서체의 느낌은 ‘좀 더 디지털스럽다’는 것이었다. 디지털 문자에 익숙한 독자들의 습관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 브랜드 리뉴얼
USA투데이는 브랜드과 로고도 리뉴얼했다. 기존 세계 지도 형태의 모습을 버리고 파란색 원형으로 단순화했다.
기존의 신문 로고가 이미 2등으로 전락했고 뒤쳐져 있다 즉, ‘구리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인 것으로 풀이된다.
USA투데이가 브랜드를 리뉴얼한 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디지털화에 맞춰 브랜드를 바꿀 것인가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그대로 사용할 것인가의 여부는 이번 개편을 준비하면서 아마 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였을 것으로 보인다. 바뀐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비용도 많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답은 “바꾸자”라는 것이었다. 디지털 전환에 맞추고 신문과 방송, 디지털의 이미지를 통합 시키며 미디어를 새롭게 인식되기 위해서는 브랜드 로고를 바꾸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로고를 보면서 싱가포르의 독점적 미디어그룹인 ‘SPH’를 떠올렸다. SPH 미디어그룹도 신문, 잡지, 방송까지 아우른 미디어 그룹인데 이 회사는 ‘SPH is On’ http://www.sphison.com/ 이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이미지를 통일시켰다. NYT나 WSJ 등의 신문들도 디지털화에 맞춰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고 그룹 이미지를 통일시키고 있는 추세다. 단순히 ‘로고’를 같이 쓴다는 의미가 아니다. 독자들에게 같은 ‘경험(Experience)’을 준다는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하는 것이다.
즉, 신문에서 받았던 ‘경험’을 모바일과 디지털 그리고 방송에까지 이어간다는 전략이 브랜드 리뉴얼에 담겨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3. 태블릿같은 웹
USA투데이는 신문 개편과 함께 이번 주말부터 웹페이지(http://beta.usatoday.com/news/)도 바꾸고 베타 서비스에 돌입했다.
인터넷판을 바꾼 것으로 기존 언론의 인터넷신문과 많이 다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태블릿처럼 바꾼’ 인터넷판이라는 개념이다. 웹 페이지를 최근 추세에 맞게 태블릿 스와이핑(오늘쪽에서 왼쪽으로 넘기면 페이지가 넘어가는 듯한 기능)처럼 섹션을 만들었다.
한눈에 보기 쉽고 이미지 중심이어서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해보면 신문은 인터넷처럼 만들고 인터넷은 태블릿처럼 만들었다는 것이 이번 개편의 핵심으로 봐도 될 것 같다.
4. 소셜미디어를 대폭 수용한 오피니언면
가장 눈에 띄는 변신은 ‘오피니언’이 아닐까 싶다. 오피니언면을 2면을 할애, 한 면은 사설을 개제하고 다른 면은 ‘Your Say’라고 해서 페이스북과 트위터 의견, 그리고 온라인에 올라온 독자 편지를 개제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을 열어놓고 잘 활용하지 못하는게 한국의 신문들인데 이처럼 온라인 의견을 큐레이팅(Curating)해서 적극적으로 지면에 반영하는 것은 신선한 시도로 보였다.
사설(Our View) 오른쪽에 ‘상대 의견(Opposing View)’을 개제한 것도 신문의 신뢰감을 높일 수 있는 시도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
5. 통합 뉴스룸 가속화
USA투데이는 ‘개닛(Gannett) 미디어그룹’에 속한 대표 신문이다. 개닛은 USA투데이를 포함한 82개 신문과 23개 방송사를 보유 중이다. 개닛은 이번에 USA투데이 개편을 선언하면서 신문과 방송, 소셜미디어를 아우르는 통합뉴스룸 구축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신문과 방송의 통합 뉴스룸 구축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하나의 뉴스를 신문에도 내고 방송도 내보내고 하는 ‘뉴스룸 통합’은 미디어 그룹이라면 누구나 그려보는 모델이다. 그러나 이처럼 다수 미디어가 통합 뉴스룸을 시도하지만 “성공했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신문과 방송이라는 이질적인 언어가 만나 하나로 통합하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웠던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과 ‘모바일 미디어’ 시대에는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일까? 이 미디어그룹에 소속된 기자 5000명이 협업해서 새로운 뉴스 형태를 탄생시킬 수 있을까?
래리 크라머 USA투데이 대표는 개편 기자회견에서 “우리는(신문 개편을 통해) 뉴스 비즈니스를 재창조하려 한다. 우리는 USA투데이를 신문이 아니라 뉴스 회사로 생각하려 한다. 이 것은 오케스트라와 같다. 악기 혼자로는 더이상 존재하기 어렵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 회사의 구체적인 ‘신방디(신문+방송+디지털)’ 뉴스룸 통합’에 대한 그림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계속 주목해야할 것임은 분명하다.
USA투데이 어제와 오늘자. 제호와 글자체가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확 바뀐 오피니언면. 왼쪽은 에디토리얼. 오른쪽은 Your say라는 오피니언면을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