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10월 마지막주) 발표한 MS 서피스. |
2012년 10월 마지막 주.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와 워싱턴주 레드몬드에 있는 MS 전 임직원은 회사 역사상 가장 중요한 한 주를 보냈을 것 같다.
그동안 얼마나 바빴을까. 2~3년간 ‘예고’만 해왔던 윈도8, 윈도폰8, 서피스, 새 윈도오피스 등을 한꺼번에 내놓았으니 말이다.
한달전에 레드몬드 MS 본사를 ‘구경’간적이 있었는데 잡인터뷰와 협력사 방문객들이 많이 들락날락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전히 MS는 빅 플레이어 맞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와 달리 레드몬드는 조용하다.
레드몬드, 시애틀에는 MS 외에는 그들의 생태계를 보강해줄 수 있는 회사가 많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MS는 기술(Tech) 분야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을 받는 여전히 중요한 회사다.
다만 최근들어 위세가 꺾였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주 발표한 제품(서비스)의 성패에 따라 이 회사가 중요한 협력 파트너인 노키아와 함께 재고를 떠안고 시애틀 앞바다로 뛰어드느냐 아니면 애플, 구글처럼 주가 1000불을 바라보느냐가 갈릴 것이다.
그동안 MS를 쭉 지켜봐온 것(사실 평소에 MS에 대해 기사를 쓸 기회도 많이 없었다. 뉴스 가치가 애플이나 구글에 비해 떨어졌기 때문)에 비해 이 회사에 대해 글을 쓸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머릿속에 있던 MS에 대한 생각을 한번 정리해야겠다 싶었다. 그만큼 이 회사에는 중요한 모멘텀(Momentum)을 맞았기 때문이고 다시 쓸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서피스가 뉴MS(New MS)다
스티브 발머는 오늘자(10/30/2012)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서피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이 모든 것이다”고 말했다. 서피스는 MS에서 만든 첫 디바이스다. 그동안 MS는 PC나 모바일 디바이스(스마트폰, 태블릿)을 직접 제조하지 않고 모두 (주로 아시아 제조사들에게 아웃소싱을 맡겼다. MS가 가장 잘하는 분야는 윈도 운영체제(OS), 오피스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SW) 이지 하드웨어 제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MP3플레이어 ‘준(June)’ 이나 직접 만든 스마트폰 등을 선보인 바 있는데 모두 실패한 바 있다. 한마디로 전문 분야가 아니었다.
더구나 이 회사는 태블릿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윈도OS를 구동하는 PC가 전세계적으로 수십억대가 깔려 있고(시장점유율 90%) 더 작아지고(넷북) 가벼워지고(울트라북)있는데 무슨 태블릿이냐 싶었기 때문이다. (이는 인텔도 마찬가지였다. 스티브 잡스가 포스트PC 시대를 외칠때도 PC의 시대는 계속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애플 아이패드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것을 넘어 ‘카테고리’로 확실히 자리잡자 태블릿 시장을 무시할 수 없었고 결국 뛰어들 것을 결정한다(하지만 언제 결정했을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MS가 태블릿에 뛰어든 이유는 ‘태블릿 판매량’이 아니라는 점이다. MS가 태블릿이 PC를 잠식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다면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라이선스 비용을 내리고 PC 가격을 낮춰서 방어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블릿에 접속하는 인터넷 이용자수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PC 판매가 점차 줄고 모바일 디바이스(태블릿, 스마트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다 생태계의 핵심 고리를 하는 ‘인터넷’ 접속이 모바일이 PC를 넘어섰다. PC보다 모바일 디바이스로 접속하는 인터넷 이용자 수와 트래픽 수도 늘었고 점차 추월하고 있다. 이 기세가 이어진다면 2013년에는 아예 압도적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웹은 온오프라인 서비스의 모든 것이다.
이를 인지한 MS는 MS 오피스도 웹, 클라우드 베이스로 바꿀 것을 선언 한 바 있다. 인터넷 접속수에서 이미 PC는 한물 갔다. 판매량이 아니다. 이 것이 태블릿을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한 결정적 이유다.
그렇다면 왜 MS는 직접 제조를 선택했을까?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데. 더군다나 델, 아수스, HP, 삼성 등 수십개의 협력사가 떨어져나갈 위협은 없었을까? 구글은 계속 협력사와 같이 일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MS의 롤모델이자 경쟁상대는 ‘애플’이다. MS는 애플처럼 직접 제조하고 수직, 수평 계열화를 이뤄 매출과 수익을 극대화 하는 전략을 취하기로 한다. 애플과 같이 디자인에서 부터 부품까지 완제품으로 만들어서 단일 브랜드로 판매하고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이 시작이 바로 서피스였다. 실제 399불짜리 서피스는 애플 제품처럼 서피스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판매한다. 서피스는 과거와 단절한 새로운 MS를 상징하는 제품인 것이다.
실제로 MS는 모든 TV광고,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에 ‘서피스’ 띄우기에 열일 올리고 있다. 이게 성공적이라면 앞으로 MS의 모든 브랜드에 서피스 이름을 붙일 기세다.
고로 MS는 앞으로 ‘서피스 스마트폰’과 ‘서피스 PC’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피스PC는 모르겠지만 서피스폰은 확실해 보인다(2013년 하반기에 슬슬 언론플레이 하다가 2014년 상반기에 발표하지 않을까 싶다).
이 얼마나 기가막힌 반전인가. MS를 따라 가려고 애 태우던 애플. 이제는 애플을 MS가 따라간다. ‘망한 애플을 살리려고’ 맥킨토시와 MS가 호환이 된다고 WWDC에서 발표를 해서 애플빠들을 울렸던 스티브 잡스가 ‘서피스’를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을 일이다.
‘불타는 플랫폼’을 외치며 MS 윈도폰 플래그십을 자임했던 노키아가 무덤에서 통곡할 일이다. 그러나 MS는 노키아를 돌볼 틈이 없다. 아니면 자기가 죽게 생겼기 때문이다.
항공모함, 방향을 틀고 전속력으로 항진.
산호세 웨스트필드 쇼핑센터에 있는 애플, MS매장. 왼쪽이 애플스토어. 오른쪽이 MS스토어다. MS는 일부러 애플스토어 맞은편에 매장을 만들었다. |
캘리포니아 산호세 ‘웨스트필드(WestField) 쇼핑센터’ 1층에는 새로 문을 연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가 있다. 파란 옷을 입은 직원들이 입구에서 부터 오는 손님을 맞이하면서 맨투맨 마크를 하고 있다. MS스토어 맞은 편에는 ‘그 유명한’ 애플스토어가 자리잡고 있다.
애플스토어? 스마트폰 유저, 비즈니스맨 등 “나는 뭘 좀 아는 놈”이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성지’ 아닌가. 나는 뉴욕, 런던, 홍콩 등 전세계 애플스토어 곳곳을 가봤다고 자부하지만 웨스트필드 애플스토어만큼 초라라고 직원들이 기죽어 있는 매장을 본적이 없다. 애플스토어는 뉴욕타임즈에도 나왔지만 직원들 월급이 짜기로 유명하다. 월급이 짜고 근무 환경이 열악하지만 “나는 애플 제품을 판다. 나는 지니어스에 서 있는 직원이다”라는 자부심으로 ‘짜디 짠’ 월급을 이겨내는 직원들이다.
하지만 MS스토어가 워낙 화려하게 해놔서 애플스토어 기를 죽일 정도로 만들어 놨다. 직원도 더 많고 온갖 디스플레이로 장식해 놨다. 더구나 MS스토어는 ‘신제품’을 전시해놨다. 윈도8을 론칭해서 전시해놨고 서피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더구나 입구에는 키넥트를 설치 내놔서 직원과 손님이 같이 춤을 춘다. 더 볼게 많이 만들어 놨다.
이 것은 MS가 노리는 부분이었다. MS는 앞으로 전미, 전세계에 MS스토어를 만들 계획인데 왠만하면 애플스토어 바로 앞이나 최소한 옆에 만들 계획이다.
MS스토어에 가보면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애플 지니어스바같은 데스크가 있고 제품을 사면 사용자들에게 셋업해주는 곳도 있다. 판매는 직접 하지 않는다. 직원이 단말기를 들고 나와서 현장에서 결제가 가능하게 해주고 왠만하면 인터넷으로 직접 구입하라고 권한다. 뒷공간에는 작은 세미나 공간이 있다. 여기에는 손님 몇명이 윈도8 강의를 듣고 있다. 악세사리도 매장 구석에 있다. 맞다. 애플스토어다. 매장 구성에서부터 아이디어까지 따라했다고 보면 된다.
MS스토어에는 ‘서피스’를 집중적으로 설치해놨다. 윈도8도 판매하고 있다. 반면 MS의 주력 제품이었던 PC는 한켠에 밀려 있고 윈도폰8 스마트폰은 ‘아예’ 없다. 없다고? 그렇다. 없다. 윈도폰8이 공개됐으나 가져다 놓겠지만 스마트폰을 구경도 못하게 한 것은 심하다 싶었다. 아마 직접 제조하지 않아서 인듯했다.
그렇다. MS는 자존심을 버리고 작심하고 애플을 따라하기로 한 것 같다. 비즈니스모델에서 부터 매장까지 모든 것을 따라하기로 한다. MS는 항공모함이다. 너무 커서 키를 돌리기 시간이 2년이나 걸렸다. 하지만 이제 키를 돌렸다. 전속력으로 항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애플과 구글이라는 또 다른 항모는 저 멀리 앞서 있다는 것이다.
겨우 애플과 구글의 꽁지가 보이는 순간에서 방향을 틀었다.
(1편끝)
*1st update. 10/30/2012
애플스토어에 전시된 서피스. |
(2편 예고)
-그러나 MS는 애플, 구글이 아니다
-MS는 3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까?
-텔레 키넥트가 MS의 미래가 될 것이다
-MS 너마저… 한국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아주 대작을 쓰려 하는군… 음… 하지만 (여력이 된다면) 시리즈 계속됨. MS쓰고 나면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이 남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