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없는 존재가 된 한반도

2012-10-23 08:29 오전
손재권

 

 
실망스러웠던 오바마 – 롬니 3차 TV 토론
-상수도, 변수도 아닌 것이 돼 버린 한반도


3차 TV토론에서 롬니와 오바마가 설전을 벌이고 있다 (NYT)
TV토론을 이렇게 모여서 같이 보는 문화가 형성 돼 있다.
누구는 TV를 보며 누구는 페이스북 하며 여론을 체크를 한다
(사진은 NYT)

오늘 오바마와 롬니의 3차 TV토론이 끝났다. 이로써 미 대선 일정은 이제 2주후에 있을 투표만 남았다.
TV토론은 모두 4차례가 치뤄졌다. 대통령 토론이 국내 문제, 타운홀 미팅, 외교 및 안보분야를 주제로 3차례. 그리고 부통령 토론이 한차례 있었다.
TV토론이 선거에 이렇게 큰 영향을 줄지는 몰랐다. 실제로 TV토론일 CNN, FOX, MSNBC 등 뉴스 전문채널들의 시청률은 3배~5배 정도 올라간다. 약 4000만~5000만 정도가 생방송을 직접 시청한다는 분석도 있다. TV토론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기 때문에 소셜미디어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버즈가 많이 일어난다. 동부는 9시, 서부는 6시에 TV토론이 시작되는데 일찍 집에 가서 보려고 회사를 일찍 퇴근하거나 회사 동료들과 같이 시청하거나 하는 문화가 형성 돼 있다. 재미있는 것은 왠만하면 ‘같이 본다’는 것이다. 스포츠 경기 같이 보는 것처럼 TV 토론을 같이 시청한다.
TV토론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절대적인 것 같다. 실제로 롬니는 1차 토론을 성공리에 마친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 선거를 박빙으로 만들었다.
어차피 민주당, 공화당 확고한 지지자들은 정해져 있다. 이들은 누가 나와도, 후보자들이 어떤 말을 해도 지지한다. 키는 무당파 유권자들이 쥐고 있는데 이들이 TV토론에서 후보자들이 내뱉은 말, 태도, 복장 등 모두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한다는 것 아닐까 싶다.

하지만 미국 유권자들은 외국인들, 해외에서 왜 그렇게 자기들 선거에 관심을 가지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가 강하니까?. 우리가 잘나서?” 천만의 말씀이다. 미국 대선 결과가 자기와 무관한 나라가 있을까? 지구상에 찾아볼 수가 없다.
미국의 대선이 전세계의 정치 이벤트가 되고 있는 것은 미국 대통령 후보의 생각이 각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유럽은 롬니가 되면 지원을 줄일까봐 전전긍긍한다. 중동은 미국 대통령에 대한 얘기를 자기네 정치인보다 더 얘기 많이 할정도로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은 롬니가 되길 원한다. 그래야 “반미”를 구호로 세력을 넓힐 수 있고 미국에 대한 분노를 무기삼아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각국의 교육받지 못한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혹세무민할 수 있다.
러시아? 중국? 일본? 말할 것도 없다.
미국 대선은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오바마가 되면 현 정부나 차기 정부나 코드 맞추기 쉬울테고 롬니가 되면 공화당 인맥 찾고 롬니 인맥 찾느라 부산할 것이다. 더구나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한국의 안보, 경제 즉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관심을 안가질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TV토론은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오바마나 롬니나 글로벌 이슈에 대한 비전은 찾아볼 수 없었고 1, 3차 토론에서 언급한 실업률, 교육, 절세 문제 등을 다시 언급하면서 서로를 공격했다. 더구나 한반도 문제는 단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대외 정책에 대해서는 둘다 대동소이했다. 이 점은 롬니에게는 마이너스다. 오바마의 외교 정책에 반대하거나 별도의 비전을 전혀 선보이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토론 이후 긴급 여론조사에서 ‘오바마가 이겼다’는 평가가 많았다.

1. 실종된 한반도 정책

미국이 슈퍼파워 국가라고 인정하는 이유는 ‘룰 세터’이기 때문이다. 세계 질서의 룰을 미국이 정한다? 어이없지만 현실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전쟁을 지나면서 막강해진 미국 파워는 냉전 이후 소련이라는 축이 무너지면서 혼자 룰을 만드는 처지가 됐다.
한국은 미국의 룰에 국가의 운명이 결정됐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가쓰라 테프트 밀약에 의해 조선이 일본에 넘어가지 않았나.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 선언으로 3. 1 운동이 일어났고 트루먼 대통령이 한국을 안보라인에서 제외해서 김일성이 오판, 한국전쟁(6. 25)이 발발한 것이 아닌가. 멀리갈 것도 없이 부시 대통령이 김대중의 햇볕정책을 정면에서 비판, 모처럼 형성된 한반도 평화 무드가 산산조각 난 사례도 있다.
다른 나라도 미국의 정책이 중요하겠지만 한반도는 미국이 한국전쟁 당사자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들어 미 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부시 이후 오바마가 한반도 정책에 전향적으로 변할줄 알았는데 오히려 부시 말기보다 더 후퇴해서 실망스러운 상황이다.
물론 근본적 원인은 북한에 있다. 북한의 핵실험은 오바마의 접근을 막았고 천안함, 연평도 등의 도발이 신뢰를 무너트렸다.  이명박 정부의 원칙없고 대책없는 대북 정책도 한몫했을 것이다. 김정일 사망 이후에도 변한 것이 없다. 그저 북한 핵만 바라보고 아직 20대인 김정은이 어떤 인간인지 동향만 처다보고 있는 상황이 돼 버렸다.
사실 이번 TV 토론에서 한반도 문제가 언급이 안된 것이 한반도 문제는 아젠다로 테이블에 올라가지도 않았다. 그만큼 상수도 아니고 변수도 아닌 그저 “이 상태 이대로..”만 된 상황이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북한에만 물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인가. 북한 핵만 쳐다보다가는 지금 미국에서 돌아가는 것처럼 “북한 핵 타격” 여론이 형성되고 만다.  
그 사이 북한 주민들은 굶어 죽고 일본 우익들은 신나서 자위대 무장 여론을 선동할 것이다. 중국도 북한 핵 중재를 무기로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을 제어하려 할 것이다.

미국 대선 과정에서 한반도 정책이 전혀 보이지 않던 것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뭔가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최소 가이드라인이라도 내놨어야 했다. 그래야 오판하는 사람들(북한 정권, 남한 정치인)이 줄어들 것 아닌가. 

2. 미국이 세계 문제에 간섭한다? 

“미국, 자기네들이 뭐라고 남의 나라 문제에 간섭하는 거야??”
이런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한국인 뿐만 아니다.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들이 미국의 간섭을 싫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자국 정치인들이 미국 대통령이나 힐러리 클린턴 입만 쳐다보고 있으니 무슨 미국의 속국이나 된 것처럼 보이지 않겠나.
미국은 다른 나라를 정말 간섭하고 싶을까? 그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세계 진출과 이익 극대화에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것일까?
다 틀린 얘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 미국 돌아가는 것을 보면 간섭하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의 관심사는 ‘안보’다. 이는 9. 11 테러가 만든 신질서다. 냉전 시대 미국은 세계 민주주의 확산, 공산주의 제어 등을 위해 싸운 것이 사실이다. 냉전 이후 미국은 신자유주의 확산을 위해 앞장섰다. 하지만 9. 11은 우선 순위를 바꿔놨다. 바로 그들의 안보다.
테러리스트들이 미국과 미국인들의 안전을 해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동 문제가 최우선 순위가 된 것이다.
이것은 오늘 토론에서도 드러났다. 사회자가 “미국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가 무엇인가? 미국의 역할은?”이라는 질문에 오바마와 롬니 모두 ‘강한 미국’ ‘안전한 미국’을 내세웠다.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구애 경쟁을 벌였다.
미국인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테러리스트들이 주적이지 러시아나 중국이 아니다. 이란은 왜?
이란이 핵을 만들어서 테러리스트들에게 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란의 아마디네자드 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노골적으로 핵 위협을 가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반미 세력이 많고 은근히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 일단 미국의 동맹국이기고 미국의 통제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주적에서 제외됐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핵이 위협적인 이유는 한국을 보호하줘야 하기 때문이 아니다. 더구나 북한 핵이 미 본토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도 아니다. 북한의 핵이 테러리스트에 흘러들어가서 미국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더구나 위조 지폐와 마약을 만들어서 암거래하고 있기 때문에 핵 무기도 테러리스트에게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 안보에 대한 관심 이외에 ‘미국식 민주주의 확산’은 예전처럼 내세울 만한 것은 아닌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높은 실업률과 세금 문제 등 해결해야할 이슈가 많기 때문에 외국에 전쟁을 하기 위해 돈을 쏟아붙는 것을 국민들이 더이상 좋아하지 않는다.지금 분위기 봐서 전쟁한다고 해외에 돈을 쓰고 파병한다고 하면 낙선할 것 같은 분위기다.

세상은 변했다.
TV토론에서 수차례 언급했던 것처럼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것은 중국인가? 아니다. 오히려 그리스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도미노처럼 세계 경제가 악영향을 받는다. 미국은 직격타를 받을 것이다.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것은 이란인가? 아닐 것이다. 이란 핵위협으로 인한 테러 공격 가능성이 높을까? 아니면 매일 뉴스로 나오는 어느 미친놈의 총기 난사(오늘도 있었다)가 더 위협적일까? 

우리는 소셜네트워크 등의 영향으로 더욱 더 상호의존적인(Interdependent)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오마마도, 롬니도, 우리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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