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첫 TV토론회.. 3가지 포인트
오늘 오바마와 롬니의 대선 TV토론 첫 라운드가 있었다. 미국은 대선에 앞서 4번에 걸쳐 토론회(4번 중 한번은 부통령 토론회)를 하는데 오늘이 그 중 첫번째 행사였다.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미국 대선 TV토론을 (물론 TV로) 보게 돼 행운이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을 보면서 몇가지 생각이 들었다. 굳이 한국과 비교하자는 건 아니다. 2012년 미 대선의 포인트는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이 있을 것이다.
오마바의 재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롬니가 이번 토론회에서 결정적인 계기를 잡지 못하면 사실상 선거는 끝이라는 분석이 있었기 때문에 더 흥미로운 토론회였다.
결과적으로 롬니는 ‘의외로’ 잘했고 연설의 달인 오바마는 서툴렀다. 대선이 싱거울뻔 했는데 일단 롬니가 첫 토론을 성공적으로 마쳐서 대선 후보로서의 수명이 연장된 상황이다.
1. 왜 정당 정치인가.
미국도 민주, 공화당의 양당 정치에 신물을 내는 사람이 많다. 미국의 다양한 목소리를 민주, 공화당이 다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그래서 제 3의 정당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처럼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탈정당’을 내건 후보가 유력한 대선 주자가 될 정도에 비하겠는가.
이번에 TV토론을 보니 민주, 공화당의 양당제 정치는 Forever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토론의 주제는 ‘경제’와 ‘정부의 역할’이었다. 롬니는 정부가 큰 재정적자를 안고갈 수밖에 없는 ‘오바마 케어’에 단호히 반대 입장을 나타냈고 당선되면 완전히 뒤집겠다는 공약을 했다. 또 규제 완화와 민간 기업 살리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 이라는 단일한 메시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했다. 작은 정부를 구현해 민간 기업의 역할을 늘리겠다는 전통적인 공화당 정책이다. 롬니는 “승자와 패자를 정부가 선택하면 안된다. 시장 경쟁을 통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태양광, 풍력 등을 키우고자 했으나 솔린드라 처럼 파산한 기업이 나오는 등 엇박자를 낸 오바마 정부에 대한 비판이었다.
롬니의 말을 들으면서 “롬니가 아니고 어떤 공화당 후보가 나오더라도 비슷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은 정부 구현, 감세를 통한 소비 활성화,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부흥 등은 전통적인 공화당, 보수 정권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오늘 롬니를 보면서 “후보 잘 뽑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을 것 같다. 롬니는 중고차 파는 외판원 같았지만 신뢰를 받을만 했다.
오바마도 ‘오바마 케어’로 대변되는 헬스케어, 교육에 대해 정부가 투자를 늘리고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겠다고 방어했다. 월스트리트(금융권) 규제를 강화하고 부자에 대해 세금을 늘리겠다고도 했다. 지난 4년간 펼쳤던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주장이었다. “이런게 정부의 역할이다”라고도 했다. 이 것 역시 전통적인 민주당의 ‘핵심’ 기조다.
한국 대선은 올해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새누리당, 민주당, 무소속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복지국가 건설, 양극화 해소 등 핵심 공약이 같다. 보수, 진보라는 이름은 핵심 정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적 성향’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정당의 역할보다는 ‘캠프’가 중요하기 때문에 “친박 2선 후퇴” “친노 배제” 등의 주장이 나오고 실체적 힘을 발휘하고 있다.
‘캠프’는 곧 ‘(당선 후) 자리’를 의미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당’이 선거비용을 합법적으로 타는 곳 정도로 인식되어서야 어떻게 정치가 진일보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후보가 누가 나오더라도 핵심 정책 기조는 같은 정도가 되야 하지 않을까.
2. 현 대통령이 재선에 유리할까?
한국에서도 앞으로 4년 중임 개현 논의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본다. 여러 정치인들이 ‘원포인트 개헌’ 등을 이미 던져 놓은 바 있다. 한번 당선되면 ‘현직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에 재임은 ‘때놓은 당상’ 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바마를 보면서 ‘현 대통령’이 재선에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1980년대 이후에는 레이건, 클린턴, 부시 등 재임에 성공한 대통령이 많아서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전체 미국 역사를 보더라도 재임에 성공한 대통령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롬니는 공화당 후보로 선출될때 까지 수많은 토론을 거쳐 올라왔지만 오바마는 4년전 맥케인과 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현대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연설 잘하는 대통령으로 꼽히는 오바마도 이번 토론회에서 고전한 것을 보니 역시 ‘토론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
현직 대통령이 선거 운동을 잘 할 수 없는 점도 불리하다. 국정을 운영해야하기 때문에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유세할 수 없다. 물론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한다든가 하면 주요 TV 뉴스로 나오는게 선거운동일 수 있겠지만 ‘운동’ 차원만 본다면 꼭 그런건 아닌 것 같다.
3. 인터렉티브 미디어
TV토론이 선거의 가장 중요한 행사로 뜨게된 것은 존 F 케네디 때문이었다는 것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1960년 대선에서 JKF는 리처드 닉슨 부통령과 사상 최초로 일대일 토론을 벌였고. 젊고 잘생긴 케네디가 작고 인상을 잘쓰는 닉슨에 비해 호감을 샀고 .. 실제로 토론에서는 닉슨이 잘했는데 외모싸움에서 케네디가 이겨서 선거에 승리했다는 것이다. 이후 TV토론이 나올때마다 JFK 사례가 언급된다. 하지만 이번 TV토론에서는 JFK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 롬니도 꽤 잘생긴데다가 오바마도 ‘호감도’에서는 둘째라면 서러워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TV토론을 보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SNS 여론이 중요해지면서 TV로 보는 ‘이미지’가 미치는 절대적 영향이 퇴색한 면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토론회에서 트위터 측은 공식 토론 사이트를 열었고 정치 이벤트 역사상 가장 트윗이 많이된 행사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권자들이 TV만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어떤 후보가 이미지가 좋은가”를 보는게 아니라 TV와 스마트폰(또는 패드)를 번갈아 보면서 “내 트친(페친)은 저 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 미디어들도 토론이 끝나자 마자 풀 스크립트를 올리고 개별 사이트를 통해 독자 의견을 받고 이를 기사에 반영하고 있다.
‘TV토론’이라기 보다는 이제는 그냥 ‘대선 토론회’가 되고 TV도 이를 중계하는 미디어 중 하나가 되는 행사가 된 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