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판 오랜데르 나이키 디지털 스포츠 부사장이 2012년 1월 뉴욕에서 퓨얼밴드를 소개하고 있다. @nike.com |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트위터 다음은 뭐지?
우리는 늘 ‘What’s next?’를 궁금해 한다. 미국의 플랫폼 회사들이 디지털 세계는 물론 실제하는 세계(Real World)에 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질문이다.
지금도 생활을 바꾸고 있는데 소위 ‘TGIF’에 필적하는 회사의 등장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TGIF를 긴장시킬만한 회사가 ‘나이키’가 될 수 있다고 하면 믿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디자인하고 ‘에어조단’ 등의 신발을 만들며 타이저 우즈와 미셀위를 후원하는 나이키가 TGIF에 필적하는 디지털 회사라고?
나도 믿을 수 없었다. 이 ‘퓨얼밴드(FuelBand)’라는 새로운 ‘디바이스’를 보기 전까지 말이다.
나는 최근 블프(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나이키 퓨얼밴드를 119달러(세금불포함)에 구입했다.애플스토어에서 정상가로 구입하면 149불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고 배송 대행을 하면 23만원 정도 나온다고. 미국에서 올 초 출시된 이 제품은 런던 올림픽을 기점으로 영국에서 발매됐다. 일본도 올 연말 나온다고 했으나 내년으로 출시가 연기됐다고 한다. 전자 디바이스를 신발이나 옷 만들듯 제조할 수 없기 때문에 아직 ‘양산’에는 자신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퓨얼밴드와 아이폰 앱. 아직은 안드로이드에서는 안된다. |
퓨얼밴드는 손목에 차는 ‘건강관리(?) 밴드’라고 보면 된다. 나이키 플러스에 익숙하다면 이해하기 쉽다. 나이키 플러스와 같이 퓨얼밴드도 몸의 상태를 감지해서 이를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으로 볼 수 있도록 한 기기다. 나이키 플러스가 신발 밑창에 악세서리를 끼워넣어야 한다면 퓨얼밴드는 손목에 차고 있기만 해도 된다.
퓨얼밴드는 몸의 움직임을 감지해 이를 ‘에너지(퓨얼, Fuel)’로 환산해서 밴드에 보여주는 원리다. 밴드에 3축 가속센서가 내장 돼 있어서 몸의 움직임을 활동량으로 계산해서 이를 숫자로 보여준다.
걷거나 뛰거나 뜀뛰기 하거나 하면 퓨얼 숫자가 올라간다. 가만이 앉아 있다고 해서 퓨얼 숫자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앉아 있어도 좌우로 움직이면 숫자가 올라간다. 심지어 그냥 차 안에서 운전만 하고 있었는데도 퓨얼이 조금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 운동(Gym)해야만 숫자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Move)을 추적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폰의 ‘홈버튼’과 같은 밴드 버튼을 누르면 ‘퓨얼’ ‘스탭’ ‘칼로리’ ‘타임’이 차례로 나온다. ‘퓨얼’을 누르면 오늘 하루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고 ‘스탭’을 누르면 사실상 만보계가 되며 ‘칼로리’는 체력관리기, ‘타임’을 누르면 시계가 된다. 나는 가끔씩 사용하던 ‘나이키 플러스’ 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퓨얼밴드’는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니더라도 멋진 시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구입했다.
이런 기기는 누가 뭐래도 ‘남자들의 장난감’ 아니던가.
퓨얼밴드를 사용하면서 나이키가 오랫동안 애플과 협업하면서 ‘업의 본질’을 꽤뚫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퓨얼밴드를 계기로 나이키는 지금은 스포츠 용품을 판매하는 회사이지만 앞으로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전자 회사이면서 소비자들의 건강을 챙겨주는 ‘헬스케어’ 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나이키의 경쟁상대가 아디다스, 푸마가 아니라 삼성전자나 GE, 필립스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통적인 전자 회사나 제조업이 아니라도 하더라도 커넥티드 시대에 어디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야 하는지, 어떻게 변신해야 하는지 나이키가 보여주고 있다. 나이키 같은 거대한 회사도 변신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퓨얼밴드를 열면 이 같은 구성이 나온다. |
1. 새 모바일 디바이스.
나이키는 스티브 잡스와의 직접 대화를 통해 선보인 ‘나이키플러스’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 플러스 사용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정보를 올렸고 이를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동기화 시켜서 서로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이는 나이키가 의도한 바와 맞아 떨어졌다. 나이키는 처음 플러스 운동화를 3종류만 출시했으나 제는 수십종에 이르고 나이키는 ‘나이키 위런(We Run) 등 러닝 대회를 개최하는 등 이벤트를 만들어 사용자 저변을 넓혔다. 한번 플러스를 이용해본 사용자들은 이제 ‘플러스’ 운동화만 찾기 시작했다. 신발 매출을 유지하는데 적잖은 기여를 하게 된 것이다. 이 처럼 실제 세계(운동, 운동화)와 가상 공간(애플리케이션, 인터넷 사이트)을 연결하는 것이 매출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나이키는 신발에 끼우는 악세서리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디바이스를 만들어서 판매하면 매출도 올리면서 사용자들을 락인(Lock-in)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이키는 2012년 1월. 실행에 옮겼고 그 제품이 ‘퓨얼밴드’ 였다. 마크 파커 나이키 회장 겸 CEO는 2012년 1월 19일 뉴욕에서 열린 퓨얼밴드 출시장에서 “나이키 플러스 퓨얼밴드는 나이키가 물리적인 것들과 디지털 세상이 하벼지는 흥미로운 가능성들을 한단계 발전시키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퓨얼밴드는 149불이다. 나이키 신발 중에서 가장 비싼 제품군에 속할 것이다. 옷 수십장 파는 것보다 퓨얼밴드 몇개 판매하는게 회사 매출에 더 기여할 것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만 모바일 기기라고 좁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이키는 손목에 차는 웨어러블(Wearble) 모바일 디바이스인 퓨얼밴드를 통해 한방 먹인 것이다.
더구나 스마트폰처럼 ‘매일’ 들고 다닐 수 있는 제품 아닌가. 정확히 말하면 손목에 디바이스를 체운 셈이다.
구글의 넥서스7은 199불부터 시작한다. 199불보다 저렴한 태블릿PC도 언제든 구입할 수 있다. 아마존 킨들파이어HD는 가장 저렴한 제품이 119불로 퓨얼밴드보다 싸다.
나는 킨들파이어는 구입하지 않았으나 퓨얼밴드는 큰 고민없이 질렀다. 킨들파이어는 내가 ‘아이패드’ 및 갤럭시탭 등 태블릿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퓨얼밴드는 유사한 제품군이 없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핼스케어 디바이스’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통해 소비자의 지갑을 연 것이다.
2. 헬스케어 컴퍼니
나이키가 타깃으로 한 지점이 바로 ‘헬스케어’다.나이키가 타깃으로 삼은 ‘헬스케어’는 당뇨를 재고 혈압을 체크하는 의료기기 형태가 아니다. 그야말로 ‘건강 관리’를 당뇨, 맥박, 혈압 체크만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나이키 로고가 박힌 옷을 입고 하는 일은 운동. 트레이닝이다. 트레이닝도 광범위하게 보면 헬스케어 아니겠는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건강관리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음을 인지한 나이키는 ‘헬스케어’로 브랜드를 확장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퓨얼밴드를 ‘의료적’으로 바꿔 말하면 퓨얼은 디지털 헬스 다이어리가 되는 셈이다.
더구나 나이키가 가장 잘아는 영역 중 하나가 ‘게임’이다.
실제로 나이키는 게임화(Gamification)을 정확히 이해하고 제품과 서비스에 도입한 대표적 회사로 꼽힌다. 게이미피케이션을 구성하는데는 몇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어떻게 잘하고 있는지 현재 상태를 알려줘야 하고(피드백) 플레이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고 뒤쳐지면 분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성장) 단계적으로 적절한 보상을 줘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보상).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을 시켜서 승부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경쟁).
이는 퓨얼밴드가 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퓨얼밴드를 통해 숫자로 나의 활동량을 보여주고 아이폰 및 아이패드 앱과 동기화 시켜서 과거와 현재 상태를 알 수 있게 한다(피드백). 또 하루 할당량(평시는 2000 퓨얼)이 있어서 달성하면 대단히 만족하고 아니면 퓨얼을 채우도록 동기를 부여한다(성장).
아이폰 퓨얼밴드 앱과 동기화 시키면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고 2만 퓨얼 등 기록을 세울 때마다 트로피를 준다(보상). 또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연계시켜서 SNS의 이용자와 경쟁할 수 있도록 했다(경쟁). 이 같은 요소는 헬스케어 회사들이 앞으로 지향하는 바와 같다.
3. 앞으로 나이키는 플랫폼 회사를 지향하게 된다.
퓨얼밴드가 성공적으로 세계 시장에 안착한다면. 퓨얼2, 퓨얼3, 뉴퓨얼 등의 디바이스 등이 나와서 진화하게 된다면. 퓨얼밴드 사용자들의 이용 행태를 충분히 추적해서 데이터가 쌓였다면. 나이키는 모바일 디바이스 위에 서비스를 얹으려 할 것이고 앞으로는 이 같은 서비스를 판매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즉, 퓨얼밴드2나 3에서는 앱을 내려받을 수 있게 하고 사전에 API를 공개해서 개발자들이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모바일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어서 모두가 나이키 브랜드의 건강관리 디바이스를 원할 수도 있다.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생태계? API? 앱?
이제 .. 나이키에게서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의 향기가 나지 않나?
아래는 나이키 퓨얼밴드 브랜드 스토리. 어떻게 왜 만들었나?
<Further links>
-웨어러블 시장 관련
http://za.news.yahoo.com/smart-glasses-wearable-tech-worth-over-1-5bn-090249918.html
-퓨얼밴드 사용기(블로그)
http://mindwatching.kr/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