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 전단지. 최고 88% 세일이 표시 돼 있다. |
블랙 프라이데이의 경제학
처음으로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라는 것을 경험했다. 한국에서는 그 존재를 알고 있었고 이날부터 제조업, 유통 모두 흑자로 돌아선다고 해서 ‘블랙’이고 목요일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다음날(금요일)부터 세일에 돌입한다고 해서 ‘프라이데이’ 인 것은 ‘상식’으로 알았지만 그게 얼마나 파워풀하고 정신을 쏙 빼놓는 것인지는 전혀 몰랐다. 나는 신나게 쇼핑했고 와이프는 각종 영수증을 보고 얼굴에 주름살이 졌다. 오늘은 더구나 각종 온라인 쇼핑몰이 대폭 세일하는 ‘사이버 먼데이’이기도 하다. 여기서 그만.. 사이버 먼데이까지 마스터하려면 미국생활 2~3년은 해야할 듯 하다.
한국에서도 ‘Gap’이 접속을 막았고 11번가 등이 세일에 들어가서 이슈가 된 ‘블프’에 대해 생각해봤다. 도대체 블프가 뭐기에???
1. 왜 블프인가?
-글로벌 경제? 안좋다. 그리스가 언제 X맨 역할을 할지 모른다. 미국 경제? 역시 안좋다. 재정 절벽(Fiscal Cliff)이란 미국인들에게 조차 여전히 생소한 단어가 연일 뉴욕타임즈와 CNN에 오르내린다. 주머니 사정? 모르겠다. 부동산 버블때터럼 흥청망청 시기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2007~2008년 대량 실업사태처럼 막나가는 때는 아니지 않은가.
-블프부터 크리스마스까지 미국의 전통 소비 시즌이다. 내수가 경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미국에서는 ‘소비자의 소비(Consumer Spanding)’가 정말 중요하다. 한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전세계인들이 미국 시장에 수출하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소비는 세계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블프가 있는 4분기는 기업 입장에서도 한해 실적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미국의 제조, 서비스, 유통 업계는 블프 시즌에 맞춰 시스템을 돌린다.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의 확산은 각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할뿐만 아니라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이리저리 비교해보고 물건을 산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물건을 사지 않는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보고 스마트폰으로 비교 검색한 후 집에서 온라인으로 물건을 산다. 월마트, 타깃, 베스트바이 등은 갈수록 물건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쇼룸(Showroom)’이 되간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만 보고 집에서 사는 쇼루밍 쇼퍼가 60%나 된다. 매장에 오는 10명의 소비자 중 4명만 실제로 구입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갈수록 미국의 전자, 옷 메이커, 유통 업체들은 갈수록 영악해지는 소비자들이 직접 매장에 와서 소비할 수 있는 모멘텀을 찾고 있었다. 소비자들이 소비에 대한 죄책감 없이 소비하는 시즌인 ‘블프’ 밖에 없다.
때문에 해가 갈수록 블프가 중요해진다.
추수감사절 자정, 블프 0시에 맞춰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선다. 실제로 그렇다. |
2. 블프는 어떻게 소비자제 심리를 무장해제 시키나?
-한국에서는 추석, 연말연시 등 대목을 맞아 업체나 업소나 가격을 일제히 올려(담합행위) 한몫을 단단히 챙기고 ‘선물세트’라며 패키지 포장 제품을 팔면서 실질적인 가격 인상으로 실적을 ‘흑자(블랙)’으로 맞추려 하지만 미국에서는 블프 맞이 ‘폭탄세일’을 통한 박리다매로 실적을 올린다. 1200불짜리 LED TV가 600~800불에 나오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얼마나 싼지 모르는데. 나 같은 경우는 리바이스 청바지를 36불에 라코스테 잠바를 약 100불에 구입했다(물론 … 차마 공개할 수 없는 폭탄세일 구입 제품이 더 많다).
-블프때는 평균 20% 세일은 기본이고 제품에 따라 50~60% 세일도 흔하다. 업체들은 ‘도어버스터’라는 미끼상품도 내놓는다. 고급 옷이나 소형 전자제품을 10~30불 하는 믿기 힘든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일단 유인한다.
-‘싸다’고 다 구입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미국 특유의 ‘반품 가능 문화’ 즉, “그냥 바꿔줘~~” 개콘 정여사식 반픔 문화는 ‘일단 구입’하게 만든다. 영수증과 테그가 붙어 있으면 최대 60일 이내 묻지마 반품이 가능하기 때문에 “누가 가져가기 전에 일단 사고 보자”는 심리가 생긴다. 막상 사고 싶어도 사이즈가 없거나 색이 마음에 안맞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같은 ‘정여사식 반품 문화’는 일단 소비하게 만드는데 안전 장치가 된다. 나도 3일간 쇼핑한 제품 한켠에 반품할 제품만 모아놓은 ‘반품 코너’를 만들었다. ㅎㅎ
-이 같이 ‘반품율’은 미국에서 평균 20%가 넘는다. 아다시피 미국은 반품 제품만 따로 모아 싸게 파는 상점도 넘쳐난다. 그래서 항상 제고가 문제인데 미국에서 사업하려면 항상 ‘반품’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이나 아시아 중소 업체들이 미국에서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반품’이다. 반품율에 따른 재고를 계산해놓지 않고 매출이나 이익을 잡는 것이다.
3. ‘정교해진’ 디지털은 소비자를 밖으로 뛰쳐나오게 한다.
-디지털은 소비자를 블프 기간에 집에만 있도록 가만 두지 않는다. 상점에 가서 이메일 등록을 한번이라도 해 놨다면 ‘스팸 메일’은 물론이거니와 ‘실시간 추적(Track)’은 각오해야 한다. 이메일에 정보를 가장한 온갖 세일 프로모션이 소비자를 따라가니고 그림자와 같이 소비자를 따라다니는 ‘그림자 데이터(Data Shadow)’는 모든 인터넷 클릭 마다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광고를 볼 수 있게 한다. 이 메일을 한번이라도 봤다면 “아 .. 이번에 안사면 큰 일나겠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4. 미디어는 한껏 소비를 조장한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블프 1~2주전부터 블프 관련 기사를 쏟아낸다. 월마트와 타깃은 목요일 8시부터 개장을 한다는 소식 등이다. 방송에서는 대형 매장 앞에서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방송하고 작년 블프 때 문 열자마다 문을깨고 들어가는 도어버스터(Door Busters) 영상을 경쟁적으로 틀어준다. “아 .. 올해도 빨리 가야겠구나”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또 이번 블프 제품 베스트 10 등의 큐레이션형 기사도 쏟아진다. http://www.usatoday.com/story/money/personalfinance/2012/11/22/20-best-black-friday-deals/1720379/
소비자들은 본격적으로 소비할 준비를 한다.
결과는? …
다음과 같다.
=블랙프라이데이 기대 이상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25&aid=0002236893
<22~25일 소매 매출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2.8% 늘어난 591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연휴 동안 온·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쇼핑객도 1억3940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6.4% 증가했다. 1인당 평균 쇼핑액수 역시 423달러로 지난해보다 25달러 늘었다.NRA 매슈 셰이 대표는 “소매업계가 모처럼 고무돼 있다”며 “연말연시 쇼핑 시즌 개막 성적으론 기대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 업체들에게는 이번 블프는 ‘다크 블랙 프라이데이’ 였겠지만 소비자들은 ‘레드(적자) 프라이데이’ 였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살고 경제가 웃고 결국 다시 소비자들에게 돌아가지 않겠는가.
‘대목 맞이 요금 인상’, ‘담합’ ‘수입업체 폭리’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블프가 부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