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조기투표 도입은 어떨까?

2012-11-26 08:14 오후
손재권

 

2012년 대선 조기투표 모습 @cnn.com




아예 조기투표 도입은 어떨까? 

미국과 한국의 정치, 선거 시스템은 역사만큼이나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것은 ‘한풀이’일 뿐 도움이 안된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시대 상황에 맞게 변하는 것들은 우리도 깊게 검토할 필요가 있는데 .. 그 중 하나가 ‘조기투표(Early Voting)’라고 본다. 
모바일 투표, 전자 투표 등 ‘기계적’ 수단을 넓히는 것보다  ‘제도’와 ‘투표의 개념’부터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기투표는 미국 선거의 독특한 제도 중 하나인데 유권자가 공식 투표일 이전에 특별한 이유(해외 파병 부재자 등) 없이도 미리 투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국 전체가 도입 중인 것은 아니고 50개 주 중에서 34개주에서 실시 중이다. 
조기투표는 선거기간 중 긍정, 부정적 영향을 모두 가지고 있는 논쟁적 제도이기 때문에 미국 전체 주가 도입하진 않았다. 선거 관리가 잘 안되고 조기투표자들은 사실상 캠페인 ‘중간’에 투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 후보자에 대해 충분히 검증과 판단이 안된 상태에서 선험적(Heuristic)으로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조기 투표는 특정 후보에게 불리할 수도 있고 유리할 수도 있다. 시기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어떤 주에서는 민주당이 조기투표 소송을 하기도 하고 어떤주는 공화당이 소송을 걸기도 한다. 
하지만 유권자의 투표권을 광범위하게 보장하고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조기투표를 허용하는 주가 많아지고 이제는 “연방법으로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조기투표를 했는데 그는 역사상 처음 조기투표를 한 대통령이 됐다(모멘텀이 됐다는 얘기). 



조기투표 비율은 해마다 높아져서 2000년 16%, 2004년 22%, 2008년 30.6%로 늘었고 올해는 35%를 넘어섰다.
이렇게 조기투표율이 계속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투표일이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투표할 시간이 없는 사람은 조기투표를 선택하는 것이 낳다. 또 투표하는데 시간과 줄이 너무 길다. 한국처럼 도장으로 콕 한두개씩 찍는 선거가 아니라 상하원 의원, 주민투표까지 투표해야할게 많다. 특히 주민투표는 구체적인 투표 의제까지 읽어봐야 한다. 그래서 줄이 너무 긴데 이것이 싫으면 조기투표를 하면 된다. 
그리고 꼭 일을 해야 하는 계층에게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아닌가라는 ‘We, American’에 대한 인식이 조기투표 확산에 논리가 되고 있다.  
예를들어 택배 배달원, 택시 운전사, 경찰, 출장자 등도 투표할 수 있게 끔 해줘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이슈다. 카지도가 큰 산업인 네바다주는 조기투표율이 가장 높은데 카지도 노동자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일을 하기 때문에 투표 당일 사실상 투표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 실제로 조기투표율 가장 높은 주 중 하나인 네바다주에서는 오바마, 롬니 캠페인도 조기투표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투표에서 소외된 계층을 ‘배려’하기 위해 조기투표를 한다기 보다는 그들도 ‘미국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인식이다. 투표 행위는 누가 누구를 수혜적 입장에서 ‘배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식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기본 아닌가. 
이 같이 “We, Americans”이라는 인식 때문에 투표장에 장애인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돈을 들여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고 민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수화 통역사가 연설자 옆에 서서 수화로 통역을 하는 것이다. 장애인은 ‘배려’ 대상이 아니라 같은 ‘미국인’ 아닌가. 

“어쨌든 우리는 미국인이다” @time



이 같은 인식 때문에 ‘전자투표’가 도입되는 것이고 심지어 ‘이메일 투표’도 논란이 많지만 도입할 수 있는 것이다. 허리케인으로 집이 무너지고 동네가 사라져도 그들도 ‘투표할 수 있는’ 미국인 아닌가? 그렇다면 제도적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한국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투표 외연(시간 연장, 전자, 모바일 도입 등)에 대해 논의가 됐지만 다 ‘킬’ 되고 있는데 이유는 대부분 ‘관리의 어려움’과 ‘예산 문제’를 꼽는다. 물론 ‘부정 선거 가능성’ 등 아직 한국은 완전한 민주주의가 구현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트라우마가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투표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물리적’으로 투표할 수 없는 이들도 ‘한국인 We Korean’ 아닌가. 이들에게는 ‘배려’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기본권’이라며 교과서적인 담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다만 ‘투표할 기회’가 필요할 뿐이다. 

참고 링크/
http://www.nytimes.com/2008/10/30/opinion/30thu1.html?_r=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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