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데이터가 나를 따라다닌다

2012-11-19 06:14 오전
손재권

 


그림자 데이터(DataShadow)가 나를 따라다닌다(1)
 -빅데이터의 본질

나는 최근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고 깜짝 놀랐다. 연휴때 라스베가스에 놀러가려고 이리저리 인터넷 서핑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나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라스베가스의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6편(O쇼, KA쇼, 르레브쇼 등) 연말 특별 세일 광고가 뜬 것이었다. 아무생각없이 들어가보고 “이 중 몇편이나 볼까… 좋은데..”를 연발했다. 하지만 창을 닫고 생각해보니 좀 수상했다. “아니 이것들이 어떻게 내가 태양의 서커스 표를 찾았다는 것을 알았을까”
페이스북이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교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라스베가스에 대한 글을 쓰지 않았고 사진도 올리지 않았으며 친구의 포스팅에 대해 ‘좋아요(Like)’를 누르지도 않았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내가 라스베가스에서 태양의 서커스 표를 구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나의 타임라인데 버젓이 광고를 제안했다.
페이스북이 이렇게 정교하게 광고를, 즉 내가 ‘딱 필요한 순간’에 광고를 하는, 내보내기 시작한 것은 나의 데이터(학교, 연령, 성별, 사진 등 내가 페이스북에 자발적으로 올린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가 인터넷에서 하고 있는 행동, 나의 모든 클릭을 추적(Track)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페이스북 약관에 내가 페이스북 창을 열어놓은 상태로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 가서 뒤지는 것을 허용하는 조항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들은 나의 클릭을 추적하고 수집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가지 더. 나는 그들이 나를 추적하게끔 허용하지 않았다.

최근 상장한 페이스북에게 ‘돈 벌어오라(Where is Money?)’를 투자자들이 계속 요구하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긴 하지만 페이스북은 지속적으로 이용자들에게 ‘맞춤형’ 광고를 쏴주고 있다.

특히 모바일 페이스북에서는 친구들이 ‘좋아요’를 누른 회사의 페이지들이 광고 형태로 뜨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내가 그 회사의 ‘좋아요’를 누를 때 나의 친구들에게 해당 기업의 광고가 “내가 추천했다”며 뜨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쉽게 ‘좋아요’를 누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방대한 ‘좋아요’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에게 광고 요청을 하고 있고 이는 바로 이용자들에게 ‘타깃 광고’ 형태로 제공되고 있는 셈이다.
이 것은 페이스북이 노리는 점이기도 하고 모바일 분야에서 핵심 비즈니스모델(Business Model)이기도 하다.
이 같은 돈벌이 모델 때문인지 페이스북은 지난 분기(2012년 3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12억6000만달러(약 1조 3900억원)을 기록했으며 주가도 계속 오르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모바일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도 14%로 늘었다. 페이스북의 모바일 퍼스트 전략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의 스폰서 추천.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뤄진다. 




이 같이 동의 없이 사용자의 클릭을 추적하고 있는 것은 페이스북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용자 추적의 원조는 ‘구글(Google)’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구글은 최근 애플 사파리 웹브라우저 이용자들을 몰래 추적하면서 개인정보를 추적하려다 미국 FTC로부터 26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게 됐다.
구글의 이용자 추적 광고는 ‘더블클릭(Double Click)’ 이라는 기술(광고 플랫폼)이다. 구글은 그동안 더블클릭 기술을 이용해 구글 사용자들을 추적해 왔고  ‘맞춤형 광고’라는 이름으로 구글 사용자에게 광고를 제공해 왔다.
더블클릭 맞춤형 광고란 사용자들의 웹 사이트 방문 기록을 확인해 관심사를 분석하고 이에 맞는 광고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내가 여행을 하기 위해 ‘구글 검색’을 통해 웹 사이트를 방문했거나 구두를 사기 위해 관련 사이트를 뒤적거렸다면 구글은 나의 웹 사이트에 있는 쿠키 파일(특정 웹 사이트를 방문할 때 접속 정보를 담에 사용자의 컴퓨터에 생성되는 작은 파일)을 분석하고 파악해 나의 구글플러스나 지메일(Gmail), 유튜브 등에 관련 광고를 노출시키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올리는 방대한 데이터(사진, 동영상, 텍스트 등)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이리저리 서핑하는 클릭. 이 것을 이용해 구글, 페이스북, 애플, MS, 아마존 등 미국의 플랫폼 사업자들은 ‘스마트(Smart)’란 이름으로,빅데이터(BigData)란 마케팅 용어로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용자가 인터넷에서 ‘단 한번의 클릭’을 해도 최소 35회, 최대 70회까지 추적하고 정보를 수집, 끌어가서 분석한다. 그리고 이를 광고주에게 판다.
한국에서도 ‘유행어’인 스마트는 원래 알아서 해준다는 뜻이었다. 이것이 최근에는 “이용자 몰래 사용행태를 추적해서 알아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라고 바뀌고 있는 것이다.

스탠포드 커뮤니케이션 학과 프레드 터너(Fred Turner) 교수는 이를 ‘그림자 데이터(Data Shadow)’라고 분석했다. 
터너 교수는 “네트워크 퍼블릭(Networked Public)에는 데이터 섀도가 크게 작동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용자들이 인터넷에서 하는 행동을 수집하려 한다. 데이터 섀도는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깊게 영향을 주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은 기업들이 개인을 모니터링 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림자 데이터는 하마디로 데이터가 사람에게 그림자처럼 붙어 있다는 이론이다. 이스라엘이 그림자 정부로 미국을 실질 지배하고 있다는 이론이 있듯 데이터가 그림자처럼 웹을, 개인의 인터넷 활동을 지배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림자 데이터’는 갈수록 진화해서 마케팅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오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2012년 11월 16일자 뉴욕타임즈는 ‘웹 마케팅의 새로운 알고리즘(The New Algorithm of Web Marketing)’이라는 기사를 개제하면서 새로운 광고 기법인 ‘프로그램 구매(Programmatic Buying)’을 소개했다.(참고링크 : http://www.nytimes.com/2012/11/16/business/media/automated-bidding-systems-test-old-ways-of-selling-ads.html?ref=business&_r=1&
광고주들이 지금까지는 팔고자 하는 상품을 인기 웹사이트(예를들어 네이버)나 TV 프로그램에 대규모 광고를 집행하면서 마케팅을 해왔지만 이제는 새로운 알고리즘과 소비자 정보를 통해 개개인의 소비자에게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방식을 말한다.
즉, 나이키는 운동화를 사려 하는 소비자를 추적해서 이 소비자가 뉴스를 보던, 날씨를 보던 무슨 사이트에 가든지 나이키 광고를 뜨게 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어디를 가든 광고가 쫓아다니는 것인데 이 방식은 미국에서 이미 도입을 해서(경매 방식이다) 벌써 온라인 광고의 10%가 이 같은 ‘프로그램 구매’로 하고 있다고 한다.
시장 조사 전문기관 포레스트 리서치(Forrester Research)에 따르면 지난해 5350억회 등장했던 프로그램 구매 광고는 올해 17.5% 늘어난 6290억회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보면 주인공인 톰 크루즈가 장소를 옮길 때마다 같은 맞춤형 광고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같은 SF형 광고의 시작인 셈이다.

온라인에서 이용자의 모든 클릭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그림자 데이터’는 1인당 인터넷 연결기기를 3개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사람이 보유한 기기끼리 연결하는 초연결사회(Hyper Connected Society)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인터넷 연결 기기의 빠른 확산은 인터넷 정보를 쌓았고 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기술이 이제는 ‘연결’ 자체보다 가치있게 된 것이다. 
최근 ‘빅데이터’란 단어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하는 증거다. 

이 같이 데이터 분석, 예측이 기업 매출은 물론, 향후 의사결정까지 좌지우지하게 되자 실리콘밸리에서는 통계 전문가들 채용하기에 여념이 없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현재 최고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바로 ‘통계 전문가’들이며 페이스북의 본사인 멘로파크, 구글 본사가 있는 마운틴뷰에는 통계 전문가들이 잡 인터뷰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어떨까?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아는데 ‘어떤’ 데이터가 중요하고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는 모르는게 아닐까 싶다. 
빅데이터는 이미 한국에서는 ‘철지난’ 유행어처럼 인식되고 있을 정도다. ‘빅데이터 혁명’ ‘빅데이터가 세상을 바꾼다’ ‘빅데이터와 정부’ 등등의 책이 이미 많이 출간됐으며 관련 세미나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정작 통계학과 등이 인력난을 겪고 있으며 통계, 해석 관련 인력을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뽑고 있다는 소식도 들어본 본적이 없다. 
기업들이 자사가 쌓은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는 기사도 본적이 없고 의미있는 통계도 제대로 나온 적이 없는 것 같다. 
데이터를 쌓아서 분석을 해주면 이를 제대로 해석해서 기업의 미래를 위해 결정을 내릴 줄 아는 사람이 각 기업에 있는지 의심스럽다. 
구글검색 몇번이면 누구나 아는 정보가 ‘비밀’이 되는 가하면 ‘주민등록번호’가 만능 키가 되서 이를 해킹하는데 열을 올리는 반면 이용자들이 어떤 클릭을 하고 이들을 위해 어떤 마케팅을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적다.  
한국의 인터넷은 ‘그림자 데이터’를 언급하기 전에 .. 왜 인터넷을 하는지, 왜 인터넷으로 마케팅을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아랫사람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Further Links>
검색 안해도 콕 찍어 정보제공 ‘구글 나우’…’똑똑한 비서’인가 ‘빅 브러더’인가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15&aid=0002789925&sid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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