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트 모터스와 뉴실리콘밸리

2012-11-17 10:35 오전
손재권
샌프란시스코 버지(Verge) 행사에 참가한 리트모터스

리트 모터스(Lit Motors)와 뉴실리콘밸리

처음 리트 모터스를 알게된 계기는 뉴욕타임즈 1면에서였다. 뉴욕타임즈는지난 10월 1면 하단 기사로 리트 모터스를 소개했다. 오토바이이면서도 자동차일 수도 있는 이 새로운 운송수단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더구나 100% 전기차 아닌가. 눈여겨 보다가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케이테크(K-Tech) 취재 일정으로 리트 모터스 전시장을 방문한다고 해서 동행 취재를 했다. 창업자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창업자이자 CEO인 다니엘 김(34)을 만나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기사 참조
http://www.nytimes.com/2012/10/11/technology/start-ups/for-some-drivers-electric-motorcycle-could-be-the-best-of-both-worlds.html?pagewanted=all&_r=0


C-1 이란 무엇인가? 
다니엘 김과 그의 팀 10명이 만든 전기 모터싸이클(오토바이) 이름이 ‘C-1’이다. 공상 과학영화에서 경찰인 주인공이 총을 들고 타는 차 같이 생겼다. 오토바이는 빠르지만 단점은 쓰러지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타기 좀 위험하다. 자동차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차가 막힐때는 꼼짝없이 갇히게 된다. 주차하기도 어렵다. C-1은 2륜 오토바이이지만 자이로스콥 기술을 써서 쓰러지지 않고 외부 충격에도 쉽게 넘어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차를 실제로 봤는데 차체 아래 2개의 큰 자이로스코프가 균형을 잡아주고 있었다. 또 자동차같이 커버가 있어서 기존 오토바이보다 훨씬 안전하다. 주차하기도 쉽고 차가 막혀도 쉽게 피해 다닐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니엘 김은 “오토바이와 속도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속 120마일 정도는 달린다. 한번 풀 충전하면 200마일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00마일 달리는데 단 6초가 걸린다. 스포츠카와 동일한 제품이다”고 강조했다. 
다니엘 김은 이 제품을 내년(2014년)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고 약 1000대 정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기 양산 가격은 약 2만4000달러 정도다.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인데 2016년 정도에는 1만40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창업자이자 CEO인 다니얼 김 and Jack.



왜 만들었나? 
창업자 다니얼 김은 한국인 부모님(아버지는 서울대 치대 나오셨다고 하며 어머니는 서강대 나오셨다고 본인이 밝힘) 아래서 미국에서 태어났다고 밝혔다. 
“왜 이런 기기를 만들었나?”고 물으니 “미국에서 2000년대 초반 DIY 운동이 다시한번 크게 일었고 지난 2004년에는 해머(미국산 SUV)가 연료를 지나치게 많이 소비하는 등 SUV 이슈가 있었다. 나는 연료 효율성 높은 자동차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니얼 김은 자신이 자동차 사고를 크게 당한 적이 있고 그 이후 자동차를 직접 조립하게 된 사연을 담은 동영상을 보여줬다. 
애초 직접 만들고 손질하는데 소질이 있었던 것 같다. 자동차 2대를 이리 붙였다 저리 붙였다 하면서 ‘기계적 감각’을 익혔고 결국 직접 차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 이후 버클리대(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리드 칼리지를 ‘중퇴’ 하고 뉴욕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 다니면서 C-1을 본격적으로 디자
인할 수 있었다. 자동차도 아니면서 오토바이도 아닌. ‘작품’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는 효율성 높은 차를 만들기 위해 3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째는 무게가 가벼워야 하며 둘째는 에어로 디자인이 되야 하고 셋째는 기계적 요소들, 부품이 가벼워야 했다. 이 세가지를 합치다 보니 전기차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해 낸것이 플라이휠 자이로스콥(FlyWheel Gyroscope)였다. 자이로스코프(일종의 거대한 전자 팽이)는 무게 중심을 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1킬로 아워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자이로그콥이 돌면서 생산하는 1킬로 아워의 전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필요할때 쓰고 다시 저장했다가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공할 수 있을까? 
C-1을 보고 “나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동차가 필수인 미국은 물론 차가 많이 막히는 서울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 같았다. 미국 운전자의 70%가 혼자서 운전을 한다. 그래서 여전히 카풀레인(CarPool Lane)은 시원하게 뚫린다. C-1은 출퇴근용으로도 적합할 것 같다. 그래서 한때 각광을 받던 ‘세그웨이’가 꿈꾸던 신개념 이동수단을 C-1이 구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세그웨이는 박물관 관광 용도로 쓰이는데 C-1은 도로에 직접 타고 다닐 수 있다. 
제조 공정이 쉬운 것도 장점이다. 데니얼 김은 “기존 자동차는 2만4000개 정도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이 것은 10분의 1인 2000개의 부품만 사용한다. 만들기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카피 하기 쉽지 않나?”라고 물어봤다. 기존 자동차 및 일본의 오토바이 제조업체들이 가만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니얼은 이에 대해 “핵심 특허 15개를 보유 중이다. 특히 콘트롤 관련 핵심 특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카피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가 콘트롤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데니얼은 친구나 부모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아 회사를 설립했고 지금은 클라이너 퍼킨스 등과 같은 유명 VC와 500만달러~1000만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받을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포드 등 4개의 자동차 메이커와 협상 중이라고도 설명했다. 
사실 너무 매력적인 운송 수단이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이 뛰어드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물론 보험이나 안전테스트, 규제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빅 투자자’들이 팔을 걷어 붙이고 규제를 해소하는데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리트모터스 홈페이지(http://litmotors.com)


전기차가 될까? 
전기차? 한국에서는 갸우뚱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전기차하면 골프장 카트가 떠오르고 분식회계, 상장폐지 등 막장으로 가고 있는  CT&T의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테슬라와 같은 기업이 나오고 주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체 에너지 지원 정책을 펴고 있어 충전소 등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결론적으로 C-1은 ‘전기차’이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C-1은 한번 풀(Full) 충전하는데 1달러도 들지 않는다(69센트 든다고). 초기 구입 가격이 비싸지만 유지비가 거의 들지 않고 각종 세금 혜택을 볼 수 있어서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게 비싸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아직 실리콘밸리, 캘리포니아에서도 전기차 충전소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점차 빠르게 증가할 것은 ‘당연한’ 얘기다. 
더구나 ‘레어 아이템(Rare Item)’ 아닌가. 실리콘밸리에는 이 정도 가격에 아무 조건없이 구입할 수 있는 갑부들이 많다. 간지나기 때문이다. 더이상 애플 제품으로는 남들과 차별화할 수 없고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하는데 요새 전기차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전기 스포츠카 테슬라(Tesla)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계층이기도 하다. 
2012년 현재 전기차는 아직 각 가정의 First Car가 될 수는 없고 ‘펀(Fun)’과 멋으로 타는 차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스포츠카 스타일이 제작 돼 나오는 것이다. 어차피 일반 대중들은 살 수없기 때문에 ‘부자’들을 노린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까? 리트모터스가 노리는 2016년. 또는 그 이후가 되면 지금과 다른 양상이 펼처질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와 리트모터스는 전기차 업계의 애플과 IBM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실제로 데니얼 김은 테슬라에 대해 묻자 “케이스 스터디를 했다. 앞으로 테슬라보다 더 큰 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뉴실리콘밸리
실리콘밸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 지역의 혁신은 지금도 끊임없고 새 비즈니스모델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는 언제나 ‘뉴(New-새롭)’다. 
최근에는 그린(Green) 스타트업도 계속 창업하고 있다. 전통적인 반도체(인텔, AMD 등)와 PC(IBM, 애플, HP)에서 웹과 모바일(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그리고 그린(테슬라, 리트모터스 등) 스타트업이 새로운 실리콘밸리의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데니얼 김의 창업 과정도 여느 스타트업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가족들에게 1만달러 정도의 자금을 조성해서 회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중 5000~7000불 정도 자금을 가지고 법인을 만들었다. 그리고 기술 특허를 보유하는게 중요했다. 그 이후에 투자자들이 이 사람이 진지하게 사업 시작하려는지 인식하게 된다. 그 다음에 비즈 플랜이 있어야 하고 프리젠테이션이 필요하다. 10페이지 PT. 그리고 나서 좋은 팀을 구성해야 한다. 그 보다 우선적으로는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 활동적으로 만나야 한다. 5년안에 10배 이상의 투자대비 회수금을 보장해야 한다. 5년안에 그 정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계획서 있어야만사람들이 투자를 고려하게 된다. 그들은 big 꿈이 큰 회사들을 원한다. 이런 과정이 스타트업이다”고 말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과 아이디어. 그리고 필요(Needs)’가 있다고 생각되면 한국에서는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공무원이 되는 코스가 익숙하다(비단 한국뿐만은 아닐 것이다. 중국 일본이나 러시아 등도 비슷하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일단 돈을 모아 창업한다. 그리고 꿈을 키우기 위해 사람을 모은다. 그리고 설득한다. 
구글이 그랬고 트위터가 그랬으며 페이스북이 같은 과정을 거쳤다. 이제는 리트모터스도 그 길을 갈지 모른다. 

다니얼 김 & C-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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