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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을 따라하자(팔로 구글, Follow Google)_3
-버닝맨과 구글 (구글 문화의 역사적 의미)
지금 구글에 대해 아는척하고 있지만 사실 내가 구글본사(구글 캠퍼스)에 직접 방문한 것은 올해 6월이 처음이었다. 불과 몇개월 전이다.
페이스북, 시스코 출장을 묶어 왔는데 이때 구글러(유튜브 근무) 김정은씨의 안내로 구글을 잠시 방문했었다.
그동안 실리콘벨리에 올 기회가 많았지만 아쉽게도 그동안 구글은 방문하지 못했다. 하지만 익숙했다. 구글 관련 기사를 많이 썼고 놀이터와 같은 구글 본사 등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많이 봤다. 구글 자전거도 알고 있었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서 있는 상징물의 위치도 잘 알았다. 가본 것과 진배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가보니 그동안 알고 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구글 캠퍼스의 가장 큰 특징은 ‘놀이터 문화’로 대변되지 않는가. 직장을 놀이터처럼 꾸며놔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카페테리아를 만들어서 직원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의 놀이터 문화는 지금은 많은 기업이 따라하고 있다.
이 같은 사전 정보를 인지하고 실제로 구글 캠퍼스에 가보니 내가 받은 느낌은 예상과 좀 달랐다.
첫 느낌은 ‘놀이터 Playground’라기 보다는 ‘조각 공원’과 같은 인상을 받았다.
물론 구글자전거도 있었고 혼자 파도타기 수영할 수 있는 곳도 있었으며 비치발리볼을 할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간도 있다.
구글 캠퍼스 메인 건물이라 할 수 있는 43동, 42동 앞 회사 정원에는 각종 상징물과 조형물 그리고 정원(?)과 같은 공간이 많이 있어서 솔직히 “좀 이상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와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 회사가 구글임을 알게 하는 안드로이드폰도 있었고 직원들이 언제든지 할 수 있게 당구대도 있었지만 요새 구글을 따라하는 많은 회사들도 비슷하게 구성해 놨다. 벽에 붙은 불놀이 하는 사진 등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내가 구글 캠퍼스 43동, 42동에 처음 가서 ‘이상하게’ 느껴진 이유가 바로 ‘버닝맨 BurningMan’에 있음을 알게되고 약간의 충격을 받은건 나중이었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 캠퍼스를 사실 ‘아이들 놀이터’를 구상하며 만든게 아니라 마치 ‘버닝맨’ 현장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아직도 구글캠퍼스를 자신들의 이상을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는 것은 그들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버닝맨(Burning man)
한국에서도 ‘버닝맨’ 행사가 알려지긴 했지만 ‘실리콘벨리 스타트업 축제’ 정도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버닝맨은 매년 8월 네바다주 사막에서 펼쳐지는 카니발이다. 네바다주 리노(Reno) 주변의 블랙락 사막에서 펼쳐지는 8일간의 행사로 집단적으로 모여 같이 상징물을 만들고 축제가 끝나면 해체해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그야말로 ‘축제’이자 ‘카니발’이다. 무엇이라고 규정하기 힘든 행사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자.
버닝맨 축제를 소개한 기사와 블로그도 읽어보자.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블로그 : 버닝맨 축제 –블로그 : 버닝맨 축제 현장
–칼럼 : 버닝맨 축제
–기사 : 실리콘벨리 정신의 아이콘이 된 버닝맨 축제
–뉴욕타임즈 버닝맨 축제 페이지
버닝맨의 특징은 놀고 먹는 퇴폐적인 축제가 아니라 무엇인가 ‘만든다’는데 있다.
기업 스폰서는 일절 받지 않고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낸 참가비로 충당한다. 해마다 주제가 하나씩 정해지는데 참가자들이 모여 주제에 맞는 설치물들을 제작한다. 2012년 주제는 ‘에고(Ego)’였으며 2013년 주제는 ‘차고 컬트(Cargo Cult)’다.
버닝맨 작품들은 ‘공동 생산’ 이라는 특징이 있다. 왜냐면 혼자는 만들 수 없는 규모일뿐만 아니라 상당한 엔지니어링 기술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각 주제에 맞게 구성된 캠프(Theme Camps)에서 기술적인 예술 작품을 창조해낸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같이’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소셜 네트워킹이 필요하고 뜻이 맞아야 한다.
이 같이 5만명에 달하는 버닝맨 참가자들은 행사장에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다. 뜨거운 태양을 피할 피난처도 만들고 음식도 같이 만든다. 상상만 해온 세계를 함께 만들어보는 것이다.
버닝맨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날 토요일이다. ‘프라야’라고 붙여진 행사인데 카니발이 벌어지는 날이다.
8일간 심지어 수백, 수천달러를 들여 만든 구조물들을 불태운다. 버닝맨의 상징인 커다란 사람 모양의 구조물도 태운다. 그래서 버닝맨이다. 이 불을 중심으로 캠프파이어가 펼쳐진다.
이렇게 불태우고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버닝맨 행사 기간동안 참가자들은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경험’을 같이 만든다.
죽여서 새로운 것을 생산해내는 전복적 민중문화, 21세기형 ‘카니발(Carnival)’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버닝맨 행사에 직접 참가해보진 않았지만 이 축제를 간접 취재하면서 ‘만들어 본다’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닿게 됐다.
자본주의에서 한번 ‘만든’ 제품은 전시하고 판매하려는 욕구가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이 행사에서는 공들여 만든 물건(Things)을 불태워야 한다. 누구라고 아깝지 않겠는가. 하지만 예외는 없다. 남김없이 불태우고 없앤다. 그러면 ‘경험’이 남고 희열이 생기며 또 다른 창조를 할 욕구가 새롭게 태어난다.
행사 마지막날 이 사람모양 구조물을 태운다. 그래서 버닝맨이다. @nyt.com |
버닝맨과 구글
버닝맨 축제가 유명해지고 알려진 계기는 ‘구글’때문이다.
구글이 Google이란 로고에 기념일마다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구글 두들’을 처음 시작한 계기가 바로 버닝맨 때문이었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1998년 버닝맨에 참가해야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연결되지 않음을 홈페이지 방문자에게 알릴 목적으로 시작됐다.
현재는 구글 두들, 기념일 로고팀이 운영되고 있으며 전세계 홈페이지 1000개 이상의 다양한 로고가 게시돼 있다.
창업자들이 구글 CEO(현재 회장) 에릭 슈미트와 의기투합 한 것도 버밍맨 때문인 사실도 유명하다. 에릭 슈미트도 버닝맨에 매년 참가한 마니아였다는 것을 알고 두 창업자들과 슈미트의 신뢰는 두터워졌다. “우리는 놈(규범, Norm)이 같잖아!! 버닝맨에 참석해본 우린 베이베 베이베 뭘 좀 아는 놈(man) ”
버닝맨에 참가한 에릭 슈미트 |
구글 캠퍼스와 버닝맨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버닝맨에 매년 참가해서 얻은게 많았다.
버닝맨에 참석하게 된 것은 구글을 창업하기 이전이었다.
장난처럼 만들어본 구글 두들이 뜨거운 반응을 얻어 구글의 캐릭터로 자리잡게 했고 역사에 남을만한 CEO 본능을 지닌 에릭 슈미트를 얻었으며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인터넷이란 정보의 바다에서 이용자들이 ‘같이’ 물건(Things 또는 information)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인터넷 경제의 원리를 깨닿게 된 것이다.
이 때 이들의 나이는 20대 중반(25~26세)이었다. 한국과 비교해보면 남자들은 군대 갔다 오고 나서 한창 취업준비하고 있거나 사회 초년생 시절이다.
인터넷의 철학적 원리는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온갖 정보가 흐르는 인터넷은 나보다 똑똑하다. 인터넷에서 ‘우리’는 ‘나’보다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흐르는 정보는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에 폐쇄적인 것보다는 개방하는 것이 낳다 등등.
인터넷에서는 나 혼자 만드는 것보다 같이 만들면 즐겁다.
이처럼 인터넷에서 이용자가 같이 생산해내는 방식. 이를 학문 용어로 ‘공유기반의 또래생산(CPP : Common based Peer Production)’이라고 한다.
컴퓨터 네트워킹이 발달하고 오픈소스(개방형) 소프트웨어의 등장으로 인해 인터넷에서 친구들끼리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생산하는 문화(또는 결과물)를 말한다. 유저들이 만드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대표적인 CPP라고 볼 수 있다.
클라우드소싱이나 공동생산(코크리에이션(Co Creation), 위키노믹스(Wikinomics)은 모두 ‘공유 기반의 또래 생산’ 개념을 확장한 것으로 보면 된다.
‘버닝맨’을 통해 삘(Feel)이 충만해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회사를 설립하면 버닝맨 현장처럼 만들고 싶어했다. 그래서 구글캠퍼스에 가면 ‘카니발’ 즉, 버닝맨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아래 사진을 보면 확인).
버닝맨은 구글의 ‘문화적 인프라스트럭처(Cultural Infrastructure)’가 된 셈이다.
프레드 터너(Fred Turner) 스탠포드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구글의 등장은 인터넷이 완전히 문화적 이동을 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구글은 버닝맨을 문화 인프라스트럭쳐로 보고 있다. 회사를 형성하는 문화 인프라가 축제인 것이다. 이는 많은 것을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터너 교수가 설명한 ‘문화적 인프라’는 문화가 인프라스트럭쳐가 돼 토대를 지탱한다는 개념이다. 박물관, 미술관, 극장, 영화관 등 사회를 유지하는 ‘문화 인프라’와는 다르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맑스가 얘기했던 것 처럼 토대(하부구조, 사회의 경제구조이자 생산관계)가 상부구조(이데올로기, 국가, 법, 종교, 문화 등)를 결정(토대결정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토대로 부터 출발해 만들어낸 ‘상부구조’가 토대에 영향을 주고 심지어 이를 규정할 수도 있다는 개념이다.
인터넷 연결성(Connectivity)이 사회문화(상부구조)는 물론 경제구조(토대)까지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커넥티드 시대’에 이 같은 문화적 인프라의 힘은 엄청난 것이어서 행동 방식은 물론 사고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커넥티드 시대 문화적 인프라는 ‘슈퍼스트럭쳐(Super Structure)’가 되고 있는 것이다.
버닝맨은 8월말 미국 사막에서 벌어지는 축제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기서 벌어진 공유 기반의 또래 생산, 카니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이라는 ‘생산 방식’은 구글의 탄생과 기업 문화에 큰 영향을 줬고 구글의 기업문화는 ‘슈퍼스트럭쳐’가 돼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더 생각해봐야할 것이 있다. 인터넷에서 공동 생산을 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없으면 의미없다. 내가 중심에 있고 ‘우리’가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이 글 위쪽에 있는 버닝맨 사진과 구글 두들 버닝맨 로고와 아래 사진을 살펴보자.
사람이 두 손을 치켜든 사진이다.
“내가 버닝맨이다(I am Burning man)” 이 축제 중심에 내가 있다!!
나 중심의 세계. 하지만 나 홀로는 살 수 없는 우리. 같이 생산하고 나누고 즐기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
구글캠퍼스에 도배된 ‘버닝맨’ 사진.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poipeople |
구글캠퍼스의 버닝맨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이걸 모르면 구글캠퍼스 가서 ‘이게 뭐지?’라는 느낌을 받고 온다 출처 : http://blog.naver.com/poipeople |
구글캠퍼스에 있는 공룡과 플라밍고 조각상. 버닝맨에서 볼 수 있는 상징물들이 구글캠퍼스에 많다. |
구글캠퍼스 한가운데 ‘맨’ 부조상이 서 있다. |
슈퍼 인프라스트럭쳐
한국의 인터넷 기업들도 제품(서비스)에 맞는 회사내 문화적 인프라스트럭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 기업들이 딱히 기업 문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 구글캠퍼스를 따라한다고도 하고 놀이터로 만들자고도 하지만 ‘왜?’ 만드는지, 그 것이 회사와, 직원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풀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생뚱맞게 느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버닝맨과 구글을 소개하면서 구글을 따라하자는 것은 구글처럼 회사를 놀이터로 꾸미자고 하거나 한국의 버닝맨 축제를 만들자는 얘기가 아니다.
기업 철학을 세우고(나는 왜 이 회사를 설립했나.무엇을 하고자 함인가) 직원들과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이를 회사 건물(사옥)에도 적용해 끊임없이 철학을 재생산해낼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구글의 따라쟁이 페이스북도 문화적 인프라, 슈퍼 인프라를 만들고 회사 사옥에 드러내놓고 있다.
페이스북은 ‘해커 문화’를 기업의 문화적 인프라로 삼고 있다. 페이스북은 스스로 ‘해커 웨이(Hacker way)’라고 부른다. 해커웨이는 두려움 없이 행동하며 빠르게 실행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크 주커버그는 2012년 IPO 레터(이 것도 구글을 따라한 것이다)에서 “해커는 컴퓨터 침입이라는 부정적인 설명이 따라 붙지만 무엇인가를 재빨리 만들거나 시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의 ‘해커톤(Hackaton)’은 실행 방식이다. 해커톤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마라톤을 하는 것 처럼 정해진 시간에 해킹하듯 프로그램을 짜라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이다. 직원 한명이 서비스 아이디어를 내면 동료 3~5명이 오후 8시에 모여 다음날 새벽 6시까지 해커톤을 한다. 아무리 작은 아이디어라도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고 이 아이디어는 실제 서비스로도 출시되기도 한다.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을 ‘해커 회사’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페이스북 사옥에 가면 ‘페이스북’이란 이름 보다 ‘해커’ 란 간판을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페이스북에 가면 아예 회사 이름을 ‘해커사(Hacker Company)’라고 붙여 놨다.
주커버그는 구글이 버닝맨을 슈퍼 인프라스트럭쳐로 삼았듯 ‘해커웨이’를 문화적 인프라로 삼고 이를 물리적으로 반영해 놓은 것이다.
멘로파크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 ‘더 해커 컴퍼니’라고 씌여 있다. |
안녕하세요, 사용하신 사진중 일부를 찍은 정신엽이라는 사람입니다. 버닝맨과 구글의 관계를 잘 설명하신것 같아요.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