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 구글_6. 구글은 혁신을 창조하지 않는다

2013-02-01 01:47 오전
손재권
@google


팔로구글6_ 구글은 혁신을 창조하지 않는다


“공장 얘기 그만해”
“무슨 소리야. 그래도 공장 얘기가 그나마 가장 재미있어”
술자리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회사 업무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는데 술자리에서도 회사 얘기로 시작해서 회사 얘기로 끝나는 것에 대한 자조섞인 표현이다. 여기서 ‘공장’은 ‘회사’를 뜻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의 은어다. 

회사 동료들끼리 모였는데 회사나 직장 상사, CEO 얘기 안하면 무슨 얘기를 재미있게 할 수 있겠나. 출근해서 퇴근. 아니 퇴근 이후까지 얼굴 보고 사는 사람들. 회사 사람들은 10시간 이상 마주 보고 산다. 이는 자는 시간보다 많고 심지어 가족과 같이 지내는 시간 보다 많다.
그럼에도 직장은 마치 ‘지옥(꼭 지옥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즐겁지 않다는 것이다)’과 같다. 그래서 퇴근 이후에도 만나서 낮에 못다한 얘기를 풀어내느라 바쁘다.
하지만 직장이 ‘행복을 만드는 기계(Happy Machine)‘ 와 같다면 어떨까. 월급을 많이 주는 곳으로 표현되는 ‘신의 직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할까?”를 항상 고민하는 회사가 있다. 또 구글 얘기다.

사람과 혁신 연구소

“모든 의사결정은 데이터에 기반한다”
구글의 규범이다. 구글은 밥 먹는 것에서부터 TGIF 시간에 CEO에게 질문하는 것까지 데이터에 근거해 결정한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별도의 알고리즘을 개발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구글은 사회과학자(Social Scientist)를 고용해 몇년간 자사 조직을 연구했다. 

그리고 사람과 혁신 연구소(PiLab : People and Innovation Lab)를 만들었다. 
구글은 전세계 41개국에 70개가 넘는 오피스를 운영하고 직원이 3만명이 넘는다. 이 같이 방대한 회사를 운영하기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원칙’과 ‘문화’가 필요했다. 원칙과 문화를 만들기 위해 데이터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실험이 필요했기 때문에 사람과 혁신 연구소를 만든 것이다. 
사람과 혁신 연구소에서 한 실험들은 대체로 직원들을 위한 것이다. 이들의 미션은 “사람의 모든 결정은 데이터에 의해 알려진다(All people decisions be informed by data)”는 것이다.
데이터(숫자)가 결과를 말하듯, 사람의 행동을 반영한다는 믿음이다.
구글이 이런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춘 이유는 구글 구성원의 대부분인 엔지니어들이 데이터에 기반한 결정을 해야 수긍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수평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설득하지 않으면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때 ‘데이터’ 만큼 강력한 메시지도 없다.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은 연봉인상에서 부터 성과 측정, 점심 메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 2010년 대대적인 연봉 인상을 단행할때 ‘사람과 혁신 연구소’가 제출한 데이터가 큰 역할을 했다. 
많은 회사들이 “직원들의 월급을 어떻게 하면 적게 인상하면서 만족도를 높일까?” “어떻게 변명을 해야 월급에 대한 불만을 줄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한다. 
하지만 구글은 “직원들에게 월급을 얼마나 더 줘야 하고 어떻게 줘야 행복해할까?”를 고민한다.
2010년 페이스북 같이 경쟁사에서 구글 직원들을 잇따라 스카우트(당시 약 100명의 직원이 한꺼번에 사직을 하기도 했다)하자 당시 CEO였던 에릭 슈미트는 모든 구글 직원의 임금을 올려주기로 결정했다. 여기까지는 에릭 슈미트와 이사회의 결정이지만 “어떻게” “얼마나” 올려줄 것인지는 사람운영(People Operation) 부서에 달렸다. 그래서 사람과 혁신연구소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소에서 ‘설문조사(서베이)’를 했다. 서베이 대상 직원에게 “연봉 1000달러를 더 받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2000달러의 보너스를 받는 것이 좋은가”란 질문을 던졌다.  
서베이에 응답한 다수 직원들이 당장 돈을 더 받을 수 있는 보너스보다 안정적으로 매년 받을 수 있는 연봉을 선택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보너스를 푸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지만 직원들이 연봉 인상을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후 에릭 슈미트는 “모든 직원의 연봉을 10% 올려주겠다”고 발표했다. 많은 구글러들이 ‘연봉 10% 인상’을 발표한 이 순간이 구글에 다니면서 가장 행복했다고 기억한다. 
구글은 “직원에게 돈을 더 줘야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방법’을 고민했고 직원이 가장 행복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이후 한창 ‘탈구글’ 붐이 불던 바람도 잦아 들었다.
이 뿐만 아니다. 

구글은  “직원들에게 노후 연금투자(401k)에 대해 얼마나 자주 상기시켜줘야 하나?”에 대해 대답을 찾아내고 “구직 과정에서 인터뷰는 몇번 하는것이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는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질문을 한다.  
“어떻게 직원들을 행복하게 할 것인가?”라는 추상적인 질문을 하기도 하며 “구내 식당의 테이블 사이즈는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잘 어울려 식사를 할까?”란 질문을 하고 통계에 의해 해답을 만들어 낸다.
구글플렉스에는 넓직한 의자와 테이블이 있다. 이것도 미리 계산된 것이다. 직원들이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혼자 먹어도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넓직한 테이블을 가져다 놨다. 그런데 문제는 ‘얼마나’ 커야 하는 것이었다. 역시 실험 결과 구글은 8인치 테이블과 함께 12인치 테이블을 배치하면 직원들이 소식하고 건강하게 음식을 가져오며 서로 대화를 많이 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실행했다.

구글은 ‘비용 절감’도 직원들이 한다. 일반 기업은 CFO가 비용을 통제한다. CFO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지출 결제서류를 싸인하지 않고 되돌려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구글은 비용 통제를 직원이 한다.
구글 CFO는 “누가 회사 돈을 쓰나? 직원이다. 직원들이 회사 돈이 어디에 낭비가 되고 어디에 더 필요한지 나보다 더 잘 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구글은 비용절감 툴(Fix its)을 만들었다. 직원 스스로 “이것이 필요하지만 이 것은 필요하지 않다”라고 말을 하게 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제안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직원들은 ‘의외로’ 회삿돈을 자기돈처럼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알아서 통제한다. 더구나 나 말고 다른 직원이 맘대로 쓰는 것은 더욱 좋아하지 않는다.

@google

 

여직원에게 얼마나 더 휴가를 줘야 하나?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출산, 육아문제는 모든 여성의 공통된 고민이다. 아시아 국가에서 여성의 사회참여율이 낮은데 이는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구글은 몇년전 많은 여성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출산을 한 뒤 여성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비율이 구글 전체 평균 보다 두배 정도 높았다.
이는 구글이 여성 직원을 늘리려는 목표에 역행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신규 직원 채용에 드는 비용도 늘렀다.
당시 구글은 실리콘벨리 다른 회사들과 동일한 출산 휴가를 제공하고 있었다. 출산 후 12주간의 출산 휴가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구글은 여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유급 출산 휴가를 5개월로 늘렸다. 출산전에 휴가를 쓸 수도 있고 출산 뒤 몇개월 쉰 다음에 다시 돌아와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또 몇개월을 쉴 수 있도록 유연하게 바꿨다. 
조사결과 여성들은 업무와 너무 멀리 떨어져서 복귀해서는 힘들어 질 수밖에 없는 너무 긴 출산 휴가도 싫어했고 기존 제도도 선호하지 않았다. 대신 집에서 아이를 보면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했다. 그래서 출산 휴가를 2개월 정도 더 늘리고 유연근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인데 이 정책 이후 여성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비율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좋은 중간관리자란?

구글의 ‘사람운영(People Operation)’ 팀은 직원들의 행동과 사고를 바탕으로 회사를 효율적으로,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최적의 결과(조직)를 만들어 낸다. 
질문하고 실험하고 답을 만든다. 구글이 검색엔진을 만드는 것처럼. 
구글이 찾아낸 결론 중에서 유명한 것은 ‘중간관리자(Middle manager)’에 대한 것이다. 
구글이 자존심 강한 엔지니어들로 구성 돼 있고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다보니 프로젝트가 제각각이고 의사결정도 쉽게 이뤄지지 않아 배(회사 운영 및 제품, 서비스)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구나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누구도 누구의 보스가 아니다(Nobody was the boss of anyone else)”는 신념이 있었다. 
직원이 1000명, 1만명, 2만명이 넘어섬에 따라 구글도 “더이상 스타트업이 아니다. 관료적이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그래서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는데 엔지니어들은 “좋아서” 일을 하는 만큼 어떻게 업무를 수행하면서 제대로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그래서 구글은 구글은 ‘산소프로젝트’ 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이를 극복했다. (더 낳은 상사를 위한 구글 직원의 실험 글 참조. 뉴욕타임즈 원문도 참조)
구글이 중간관리자(메니저)를 주목한 것은 구글을 떠나는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한결같이 ‘중간 관리자’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기 때문이다. 
직원이 회사에 마음이 떠날때 회사에 대한 불신도 있지만 ‘내 윗사람’에 대한 불만이 더 크게 마련이다. 
그래서 개선 방향을 찾기로 했는데 구글은 경영학책을 뒤지거나 인사관리 전문가를 부르지 않았다. 임직원들이 평가를 위해 작성한 자료(데이터)를 분석했다. 

산소프로젝트를 요약하면 상사가 직원을 평가할때 작성하는 실적 평가 혹은 인사 고과 평가 자료, 평직원들이 상사를 평가할때 작성한 서류, 사내 홍보 자료 등 1만여건의 자료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나 문구를 분석해봤다는 것이다. 
분명 상향식 평가에서 직원들이 메니저를 평가할때 쓰는 단어가 일치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직원들을 하향식으로 평가할때도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을 것이다. 이를 조합해서 8가지 좋은 상사가 되는 길을 만들었다.  
 
1. 좋은 코치가 되라. 
2. 팀원들에게 권한을 넘겨줘라. 그리고 너무 간섭하지 말라. 
3. 팀원들의 성공을 기원하고 개인적 웰빙에 관심을 표하라. 
4. 생산성과 결과 중심으로 행동하라. 
5. 의사소통을 잘해야 한다. 그리고 팀원의 말을 경청하라. 
6. 직원들의 경력 개발을 도우라. 
7. 팀의 비전과 전략을 명확히 하라. 
8. 기술을 보유해서 팀원을 도우라. 
 
다소 의외의 결과였다. 엔지니어 중심 회사이기 때문에 팀을 떠나고 회사를 떠나고 싶어할때 ‘비전이 없어서’ ‘전략이 모호해서’ ‘나보다 실력이 모자라서’란 답이 나올줄 알았는데 결과는 “윗사람이 나를 케어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1위로 나온 것이다. 
실제로 ‘8가지 좋은 상사가 되는 길’의 상위에는 모두 ‘공감’에 대한 항목이고 아래로 내려갈 수록 이성적 판단과 관련된 것이었다. 
구글은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메니저 교육을 실시했고 자체 조사 결과 75% 정도의 의미있는 개선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2011년 구글에 입사한 구글러도 “처음에 입사할때 유저인터페이스(UI)만 시켜서 불만이 많았는데 메니저에게 얘기하니 백엔드(Backend)쪽으로 바꿔줬다”고 말했다. 


앨런 유스타스 구글 부사장이 말하는 구글 문화


구글은 혁신을 창조하지 않는다

“모든 의사결정은 회장님의 말씀에 따른다”
많은 한국 기업의 규범이다(물론 한국기업뿐만은 아니다). 그래서 회장님의 입만 보고 회장님의 의중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중간 간부들은 오버하기도 한다. 회장님의 입을 못볼 경우에는 회장님과 가장 까가운 사람의 입만 본다. 
한국에서는 회장님이 정말 유능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회사가 순식간에 몰락한다. 모두가 스티브 잡스일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본다면 한국 경제산업의 역사는 ‘회장님과 회장님’의 대결이며 ‘잘난 회장님과 못난 회장님’의 역사일 뿐이다. 

구글은 한 사람의 뛰어난 능력보다 ‘수학의 힘’이 더 위대하다고 믿는 엔지니어 중심의 회사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고 결과와 성과 중심으로 대화하며 무엇보다 “모든 정보는 접근 가능하고 검색되어야 한다”는 사명감과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이 있는 회사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원 3만명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릴때 그들의 능력이 극대화 된다고 믿는다. 구글은 혁신을 창조하지 않으며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다만 사람들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일 수 있도록 돕는다(making and helping people creative)”고 대답한다. 그렇게 혁신을 창조하는 구글 ‘직원’들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이 같은 힘으로 창업 이후 지속적으로 놀라운 성과를 보이며 주가 1000달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계속>

* 팔로구글(구글을 따라하자)은 이미 많은, 훌륭한, 구글 관련 기사와 책이 나왔지만 번역서나 외국 아티클이 대부분인 상황이기 때문에… 코끼리 다리라도 만저보자는 심정으로 ‘한국기자가 본 구글’이란 컨셉으로 쓰고 있습니다. 회사 전략도 좋지만 그보다는 기업문화와 창업정신 중심으로 집필 중입니다.
3 개의 댓글
2013-02-01 8:17 오전

구글 기업문화에 대한 다양한 책들이 있는데 이건 우리나라 사람 관점에서 정리하고 있네요.좋은 글이니다.

2013-02-01 10:19 오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속한 조직에서도 참고할 점이 많네요.
회사에 속한 직원 개개인이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 문화가
한국의 모든 기업에도 자리 잡히기를 기원합니다.

2013-02-03 6:11 오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덧붙이자면 '더 낳은 -> 더 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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