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엔 채찍을 주민엔 당근을

2013-03-14 11:04 오후
손재권



연일 북한이 전쟁 선동 중. 언제나 그렇듯 거짓말과 선전선동, 협박,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을 미워하거나 상대를 안해주면 안된다. 이 것이 북한이 60년간 버텨온 힘이었기 때문이다. 어쩌겠는가 저런 이웃을 둔 것을. 
계속 발언의 수위가 높아지는데 이는 그들의 불안감을 드러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부 사정을 감추고 한국(남한), 한국인의 반응을 떠보는 효과가 있다. 
소위 ‘간 보는’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호전 발언들은 한국내 각 세력들을 갈라놓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전쟁파, 평화파, 극우, 종북, 보수, 진보 세력 모두 한마디씩 하게 돼 있다. 
그리고 토론의 과정은 어떠하든 결과는 정부 무능론(어느정도 사실이지만), 정부 비판으로 모아지게 된다. 한국내 북한에 대한 통일된 의견은 불가능하고 이는 북한으로서는 생존의 레버리지(지랫대)가 된다. 국민의 통일된 의견이 없고 정부를 비판하는데 어떻게 정부가 힘을 받아서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겠는가. 

북한은 한국 정부나 정치인 다루는 법도 알고 있다. ‘무시’하면 된다. 즉 “너랑은 상대 안해. 넌 협상 대상도 못돼”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나 정치인을 무시하면 꿈틀거리게 돼 있다. 예를들어 미국과 직접 협상을 하려 한다든지 중국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최근 “한국은 정전협상 대상도 아니다. 빠져라. 말을 꺼낼 자격도 없다”란 발언이 그러하다. 
실제로 참여정부가 ‘전시작전권’ 회수에 필사적 노력을 기울였던 것도 북한 정부의 무시때문이었다. 
참여정부는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미션이 있어서 북한과 잘해보려 했는데 북한은 “너넨 전작권도 없잖냐. 나랑 상대가 안되잖나?”라고 자극했다. 참여정부는 그래서 국내 극심한 마찰과 미국의 우려에도 전작권 회수를 위래 노력했다. 전작권 회수는 올바른 정책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전작권이 아니었다. 전작권이 있다고 해도 북한은 한국 정부를 계속 무시하는 전략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내 진보 및 보수 학자들에게는 ‘정통성’으로 다루면 된다. “한반도의 역사적 정통성은 북한에 있다”고 학자들을 자극하는 것이다. 근현대를 쫌 아는 학자들은 한국 정부 건립 과정의 취약성을 부끄러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 역시 북한에게는 좋은 지랫대다. 

북한은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들을 너무나 많이 알고 있고 어떻게 이용할 줄도 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들은 북한을 너무 모른다. 두려움은 총과 칼에서 나오지않고 ‘예측 불가능성’에서 나온다. 
북한을 모른다고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미국도 모르고 중국도 모른다. 왜냐면 ‘김정은의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의 북한과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각자의 경험에 비춰 북한을 이해하고 있다. 자신이 경험한 북한이 북한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전쟁 경험 세대에게는 ‘몹쓸 빨갱이들’이고 60~70년대 개발독재 시절을 경험한 세대들에게 북한은 ‘경쟁자’다. 80년대 독재정권을 경험한 세대들에게 북한은 ‘정통성’이며 2000년대 햇볕정책을 경험한 세대들에게 북한은 ‘이웃’이다. 
하지만 모두 과거일뿐이다. 과거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이 다르듯 북한도 다르다. 특히 김일성-김정일과 김정은 시대는 더 다르다. 지금의 북한은 우리가 알던 북한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 특히 김정은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정보가 거의 없다. 그래서 Case by Case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찌보면 북한(북한 주민), 그들도 김정은에 대해 아는게 없을 것이다. 그가 전면에 나선 것은 2년도 안된다. 심지어 김정남은 단 한번도 김정은을 본 적도 없다. 
지금 한반도는 평화를 담보로 한 ‘거대한 실험실’과 같은 상황인 셈이다.  

전쟁의 위험이 어느때보다 높지만 한국의 주가도 그대로고 외국인들도 돈을 안빼가고 사람들도 사재기를 하지 않으며 미국인들도 소개하지 않는다. 큰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다만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기 때문에 두려워한다. 김정은과 북한 군부의 핵심을 알고 그들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세력은 미국, 한국, 중국 통털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평양도 비슷하다. 각 매체에서는 전쟁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평양 시민들, 북한 주민들은 일상대로 학교에 가고 공장에 가고 평온하게 살고 있다. 
다만 그들도 ‘김정은의 북한’에 대해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갑자기 괴물같이 생긴, 듣도 보고 못한, 데니스 로드맨이라는 농구선수가 나타나서 ‘위대한 지도자’와 맞짱을 떴다. 위대한 지도자는 미국 스포츠를 좋아한다는 신호다. 
지난해만 해도 북한에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스마트폰을 들고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려도 된다. 고려링크에서 3G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북한에 일주일에 한번, 일요일에 30분간 외국 방송을 요약해서 틀어줬는데 지금은 주 3~4회로 늘어났고 여기에는 ‘한국 방송’도 나온다. 
올해 아리랑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정전(북한 표현으로는 승전) 60주년 기념 대대적인 군사 퍼레이드를 준비 중이다. 
정전협정을 파기한다고 해놓고 여름에 대형 행사를 준비 중인 셈이다. 
북한 주민들은 “좀 더 나은 생활”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나는 굶고 힘들게 살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 해주고 싶다”는 욕망이 간절하다. 아이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고 영어도 잘했으면 좋겠고 나는 배고프지만 아이들은 굶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북한과 북한 주민들은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특이한 대상이다. 북한처럼 극빈국가 중에 북한처럼 문맹률이 낮고 교육열이 높은 나라는 없다. 북한처럼 자존심 강한 나라도 없다. 굶었으면 굶었지 굽히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중국에 대한 생각도 그렇다. 한국인들중 다수가 “북한이 중국으로 흡수될 것 같다”고 예상하는데 그것은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북한 주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 중국인이다. 중국인들이 와서 마치 제 나라처럼 행동하고 원조 좀 해준다고 자신들을 불쌍하게 보는 시각을 정말 싫어한다. 자존심 강한 그들이다. 북한 국민들은 “중국? 노. 차라리 미국과 합치겠다”는 말을 할 것같다(북한의 제 1 외국어는 러시아어나 중국어가 아니라 영어다).

중국인들도 북한에 대한 생각이 미묘하다. 북한이 동맹은 동맹인데 골치아프다. 그들은 북한을 어여삐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가 미국 중심으로 통일이 돼 미국이 자기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 싫다. 통일된 한반도는 곧 미국이며 이는 중국내 동북 3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중국 체제 불안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미국 중심의 한반도 통일은 막아야 하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미국은 캐리 국무장관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어본다. 오바마 1기에서는 한반도 평화에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오바마 1기 ‘전략적 인내’ 정책은 북한의 시간만 벌어줬다. 전략적으로 핵 개발을 인내했나? 실패한 정책이다. 
하지만 캐리는 한반도를 좀 알고 있다. 그리고 중동은 미국이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오바마도, 공화당도 이스라엘을 상대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ㅡ중동 정책은 미국 국내 정치용일 뿐이었다. 실제 중동 평화정착에도 오바마 1기 4년간 허송세월했다. 
한반도 평화는 캐리에게도 노벨 평화상을 줄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 오바마가 현직 대통령 처음으로 받았으니 그의 스승 캐리도 욕심을 낼 수 있도록 꼬셔보자.   

김정은의 북한은 “너무 막나가면 우리가 망한다”고 인지하고 있다. 아마 “누가 우리 좀 말려줘요”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보낸 신호가 ‘에릭 슈미트’와 ‘데니스 로드맨’이라고 본다. 
‘스포츠’ 만큼 맹추위를 해동시킬 히터로 좋은 소재는 없다. 지금과 같은 전쟁 위기에 북한에 보내야할 것은 군대가 아니라 코리안의 자랑 ‘김연아’나 정대세가 뛰는 ‘수원 삼성 축구팀’일 수 있다고 본다. 평양 한가운데서 김연아가 연기하는 것만큼 북한 주민들을 기쁘게 하고 통일과 평화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는 드물다. 수원삼성과 북한 축구팀의 경기만큼 다이나믹한 경기도 없을 것이다. 이 이벤트를 위해 수원삼성이 박지성을 QPR로부터 ‘하루 임대’한다면 판은 커지고 유럽 미디어들도 큰 관심을 보일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하루빨리 북한에 ‘최고위급 인사’를 보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이 무능했던 이명박 정권과 차이를 두기 위해서는 ‘아이디어’를 미국에 내고 북한과도 대화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 북한과 대화를 하는 것이 ‘핵무기’를 용인하는 것이 아니라고 미국에 분명히 하면서도 미국에게도 대화를 촉구해야 한다. 

“북한 주민에게는 당근을, 북한 정권엔 채찍을” 이 것은 불가능한 상상이 아니다. 

1 개의 댓글
2013-05-20 12:48 오후

무능한 이명박 정권?
무고한 관광객이 피살당하는 봉변을 겪고 46명에 이르는 우리 장병들이 격침된 함정안에서
익사한 사건과 연평도에 마구 쏟아진 포탄에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은 사건이 연달아
터진 것에 대해 북에 경고하고 강력 대응하면 무능하고,
북한해군과의 교전 끝에 우리 군 함정이 격침되고 6명의 군인들이 전사했는데도
일체 무시한 채 외국 가서 축구 관전하고 영결식장에 콧배기도 안 내미는 게
군통수권자로서 유능한 대응인가요.
지금 박근혜 정권 초기에 북한이 연일 미사일 쏴대고 큰소리만 치는 수준으로 끝났으면
이명박이 저렇게 무능한 대응을 할 수 밖에 없었을지도 생각해 보셔야죠.
인명보다 소중한 건 없을진대 숱한 목숨들이 비명에 사라진 사건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놀라움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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