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
커넥티드 아이비리그로 가자. 당장 : MOOCs
미국 공립대 등록금 추시와 정부 보조금 감소 추세. 많은 미국인들이 높은 대학 등록금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
대학 스스로, 교수들이 직접 나서서 하는 것이기에 더 혁신적이고 파급력이 크다. 세계에서 가장 큰 대학이 나타나는가 하면 물리적 대학의 경계선이 사라지고 있기도 하다. 시작된지 1년정도 됐다. 하지만 벌써부터 교육과 기술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로 ‘개방형온라인강좌(Massive Open Online Courses : MOOCs)’ 얘기다.
드류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과 라파엘 리프 MIT 총장은 보스톤글로브 공동 기고문에서 “1837년 메사추세스주 교육부에서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 보면 칠판(Blackboard)의 등장이 지식의 빠른 혁신을 이끌고 교수와 학생의 커뮤니케이션의 진화를 이끌었다. 인터넷은 칠판 다음으로 혁신을 이끌 것이다”고 강조했다.
Coursera.org |
벤처랩(www.venture-lab.org)의 창의성 수업. 수업의 질이 높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
MIT의 강의 피드백 기술 NB |
물론 이 점은 ‘약점’이 되기도 한다. 원하는 시간에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은 말하자면 원하지 않으면 강의를 안들어도 된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얼굴을 보고 하는 수업이 아니어서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중간에 그만두기 쉬운 것이 온라인 강의의 단점이다.
‘온라인 강의 2.0’인 MOOCs는 다르다. 학생이 온라인 강의 비디오를 보다가 궁금한 점이 있으면 중간에 멈추고 태그(Tag)를 단다. “이게 무슨 뜻이죠? 이 부분이 이해가 안됩니다”
그러면 해당 교수 컴퓨터와 강의 사이트에 자동적으로 질문이 올라가고 교수가 답변을 단다. 자동적으로 질문을 한 학생과 강의 사이트에 답이 달린다.
이는 MIT에서 개발한 ‘NB‘라는 시스템이다. 온라인 텍스트에 질문을 달고 태그와 답변이 자동으로 올라오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MOOCs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얼굴을 보고 하는 수업이 아니기 때문에 벌어지는 단점이 기술로 극복되고 있는 셈이다.
아이비리그 최고 교수들이 강좌를 개설했다. 한국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정의론의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도 최근 에드엑스(edX)에 ‘정의론‘ 강좌를 열었다. 이 수업은 하버드에서 지금도 하고 있는 샌델 교수의 인기 강의다. 이제 정의론 수업을 듣기 위해 하버드에 가거나 연세대 노천극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
벤처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 대학원생이나 이미 창업했지만 ‘이론’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스타트업, 대기업에서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는 이 수업들이 ‘보물창고’처럼 느껴질 것이다.
에드엑스에 개설된 샌델 교수의 ‘정의론’ 수업 |
벤처랩이 공개한 학생(17만명) 분포도. |
벤처랩(Venture-lab)은 스탠포드 교수들 구성된 코스다. 코세라와 유다시티가 스탠포드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다른 대학을 끌어들이고 평가 비용을 받으면서 사실상의 기업, ‘스타트업’으로 발전한 것에 비해 벤처랩은 여전히 스탠포드와 교수들이 중심에서 비영리로 운영하고 있다. 원래 스탠포드에서 사용하던 온라인 코스 플랫폼이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외부에 공개하게된 것이다. 벤처랩은 더 재미있고 교류하며 참여형으로 만들자는 취지로 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벤처랩은 ‘피어 러닝(Peer Learning)’을 추구한다. 수업은 수업일뿐 그룹으로 묶여 친구들끼리 서로 배우고 가르쳐줄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협업이 아닌 일종의 ‘협습(협력 학습)’이라고 볼 수 있다. 스탠포드도 이런 방식으로 수업을 많이 한다. 교수들은 스탠포드 학생들에게 가르칠때처럼 퀴즈를 내고 숙제도 내준다. 수업 운영 방식이 같다고 보면 된다. ‘테크놀로지 기업가정신’이 대표 강의인데 이를 반영하듯 주로 경영, 기술 관련 강의가 많다.
벤처랩은 2012년 3월에 시작했는데 1년만에 150개 국가에서 17만명이 수업에 참여했다. 스탠포드 재학생은 대학원생 포함 1~2만명 수준인데 벤처랩은 팔로알토(Palo Alto)를 넘어선 스탠포드를 만들고 있다. 벤처랩에 학교도, 교수도, 학생들도 모두 만족해 하고 있어서 더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랩도 스탠포드를 넘어 다른 대학과 협업하기 위해 ‘노보에드(NovoEd)’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아민 사배리(Amin Saberi) 벤처랩 디렉터 겸 노보에드 CEO는 스탠포드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수업시간에 교수들이 주목을 받고 모든 답을 알고 있다는 식으로 강의하는 대신에 학생들이 주목받고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강의를 운영하려 한다. 이 것이 벤처랩의 정신이다”고 말했다.
초기 자본은 하버드와 MIT가 냈고 빌, 멜린다게이츠 재단, 벙커힐 칼리지, 매스베이커뮤니티칼리지 등이 후원해서 시작됐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
왜 혁명적인가?
MOOCs는 고등 교육의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MOOCs는 커넥티드 시대 대학 교육은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기 때문이다. 대학 수업 시간에 배알 수 있는 주제와 내용은 상당수 구글과 네이버에서 찾을 수 있다. 수업 노트는 카페에 가면 구할 수 있고 시험 족보도 인터넷에 가면 있다.
대학 강의도 유튜브에 가면 찾을 수 있다. 오히려 지식이 넘쳐나는 것이 문제이지 수업이 없어서 못듣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대학에서 ‘명강의’로 소문난 강좌나 교수가 없어지는 것은 이유가 있다. 인터넷에 가면 상당수 질문의 대답을 구할 수 있고 심지어 ‘질문’ ‘문제의식’ 조차 구할 수 있다.
‘지식 전달(전수) 공간’으로서의 대학의 역할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인터넷의 ‘집단 지성’을 교수 한명이 따라갈 수는 없다.
그래서 미국의 대학들은 ‘인터렉티브 수업’을 일찍부터 도입 하고 있다. 강의에 사용하는 PT는 수업(또는 교수) 홈페이지에 올려 놓고 수업 시간에는 질의 응답이나 자료 이상 수업에 교수들이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교수들이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수업 방식으로 흐름이 옮겨가고 있으며 수업시간에 학생들끼리 대화를 많이 유도한다.
지식을 던잘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수업에서만 들을 수 있는 ‘가치’를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학생들이 미국 대학 스타일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는 기사가 종종 등장하는데 이는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이 같은 ‘가치(Value)’ 중심의 수업 스타일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이유다.
MOOCs로 인해 벌써 수업 방식도 변하고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실리콘벨리에 있는 지역명문 ‘산호세주립대(SJSU : SanJose State University)’ 의 한 교수는 edX 중 MITX에 있는 ‘서킷과 전자’에 올라온 수업 내용을 15분간 보여주고 나머지 45분은 문제 해결과 토론에 할애했다고 한다. 그 교수 판단에 ‘서킷과 전자’에 대한 강의는 이 수업을 따라올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치를 부여해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뒀다.’대학 강의’는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범 답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MOOCs는 마치 수업의 모범답안처럼 제시 돼 글로벌 ‘강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MOOCs는 이렇게 전통적 의미의 ‘대학’이 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대학(University)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대학의 모습은 앞으로 크게 변할 전망이다. 물리적 의미로서 ‘대학 캠퍼스’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며 특히 국경의 경계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돈이 없어 대학에 못간다는 얘기도 할 수 없고 한국의 울릉도에서,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스탠포드나 듀크대, 미시간대 등 미국 유명 대학의 강의를 듣고 학점을 딸 수 있게 됐다.
3~5년내 대학 순위는 바뀔 것이다. 대학들은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경쟁력 없는 대학은 도태 돼 캠퍼스를 매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스타 교수들이 실리콘벨리의 갑부들처럼 부자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미국 아이비리그에 입학하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공부하는 고등학생들도 줄어들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전세계 대학들이 연결되면 각국의 명문 대학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몇개의 슈퍼 대학만 남고 나머지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시사잡지 ‘아메리칸 인터레스트’는 심지어 50년내 미국 4500개 대학 중 절반은 사라지고 하버드대 수강생은 10년대 1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에서는 고속도로, KTX가 생기면서 지방대가 위기에 처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만 경쟁력이 높아졌다. 지방에 있는 학생들이 KTX나 고속도로로 서울로 통학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한국과 하버드, 스탠포드를 잇는 MOOCs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서울에 있는 소위 명문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MOOCs 하버드, MIT, 스탠포드 수업을 성실히 들은 학생들이 한국 대학 강의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세계인들이 수업을 들으니 아프리카, 중동, 몽골, 남미 등 저개발 국가 학생들도 기회가 오고 있는 것은 MOOCs의 또 다른 성과다. 이는 ‘칸 아카데미’의 살만 칸이 추구하던 목표이기도 했다. 에드엑스의 CEO인 아넌트 아가왈(Argawal) MIT 교수는 에드엑스에서 ‘서킷과 전자(Circuits and Electronics)’라는 수업을 했는데 아가왈 교수는 수업 시간에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천재적인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 그동안 MIT에 오는 학생들만 경험하다가 에드엑스를 통해 미국까지 올 수 없는 천재들을 만날 수 있었다.
*2012년 3월 1일 1차 작성. 업데이트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