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드 아이비리그로 가자. 당장 : MOOCs

2013-06-15 11:45 오후
손재권
@NYT


커넥티드 아이비리그로 가자. 당장 : MOOCs 


요새 미국이나 한국이나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가 ‘대학’이다. 대학 학비가 갈수록 비싸지는데 가르쳐 주는 것은 별로없고 졸업증만 따가는 곳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국과 미국 다르지 않다. 
미국은 ‘학비’가 골치거리다. 살인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스탠포드 등 미국 명문 사립대는 한해 대학 다니는 비용이 5만달러에 육박한다. 물론 미국 대학 평균이 2만5000달러 수준이지만 명문대는 4만달러를 넘는다. 여기에에 학비와 교재비, 건강보험, 기숙사비를 포함하면 5만달러가 넘는 셈이다. 스탠포드도 신입생 평균 비용을 5만~5만2000달러로 계산하고 있다. 생활비를 합치면 6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주립대학에 가도 비슷하다. 2012년 한해 주립대 등록금이 8.3%나 올랐다. 2012년 미국 50개주 주립대 등록금을 조사한 결과 평균 5189달러를 냈다고 한다. 더구나 미국은 각 주 정부가 돈이 없어서 장학금을 줄이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학교에 다니는데 이렇게 학자금 대출로 지고 있는 빚의 총액은 1조달러가 넘었다고 한다.
이렇게 비싸도 “우리 대학은 정말 형편없어. 너무 돈이 아까워”라며 불만을 나타내는 학생은 많지 않다. 오히려 “그래도 교육의 질이 좋으니 다행이지..”라며 자조섞인 말을 하곤한다. 
실제로 미국인들이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것 중에 남아 있는것이 별로 없는데 그 중 하나가 ‘대학’이다. “대학 수준이 높긴하다. 위대함이 사라진 미국에서 그게 유일한 위안거리다”라고 말하는 미국인들이 적지 않다. 
한해 미국 대학에서 타가는 노벨상 숫자나 전세계 대학 순위 100위 중 60~70개는 미국에서 싹쓸이하는 것을 사례로 들지 않더라도 미국 대학의 수준은 등록금 값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일까 전세계에서 미국 대학으로 공부하러 몰려든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대학은 역사도 깊고 학문적 전통도 깊지만 아무래도 미국 대학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일 정도다. 
한국도 ‘대학 등록금’이 사회적 이슈다. 가계에 등록금이 주는 부담이 적지 않다. 그래서 해마다 ‘반값등록금’이 이슈로 제기된다. 하지만 등록금’만’ 문제일까. 이렇게 비싼 등록금에도 대학 수준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한국 대학의 더 큰 문제일 것이다. 
국민들도 대학생들이 취업과 고시로 직행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보면 대학에 가서 특별히 배운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대학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각 사회 혁신의 동력이 되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대학이 ‘혁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뜻있는 교수들은 “외형적 숫자 놀이를 하고 있고 외부 평가에 연연해 하고 있으며 대학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국 대학의 혁신? 바라지 않는다. 교수들이 과외일을 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다. 남의 논문 배끼지 않고 제자들이 쓴 논문에 자기이름 얹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고 하소연하는 석사, 박사 대학원생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한국에서 대학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미국 공립대 등록금 추시와 정부 보조금 감소 추세.
많은 미국인들이 높은 대학 등록금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개방형 온라인강좌, 고등 교육을 바꾼다
 
이 같이 ‘고질적’일 것 같은 대학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대학 스스로, 교수들이 직접 나서서 하는 것이기에 더 혁신적이고 파급력이 크다. 세계에서 가장 큰 대학이 나타나는가 하면 물리적 대학의 경계선이 사라지고 있기도 하다. 시작된지 1년정도 됐다. 하지만 벌써부터 교육과 기술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로 ‘개방형온라인강좌(Massive Open Online Courses : MOOCs)’ 얘기다. 
개방형 온라인강좌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는 ‘커넥티드’ 시대, 인터넷이 실생활에 미친 가장 긍정적 영향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왜냐면 우리가 알고 있던 대학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년 고등 교육 역사에 가장 큰 변화의 물결이자 기술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드류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과 라파엘 리프 MIT 총장은 보스톤글로브 공동 기고문에서 “1837년 메사추세스주 교육부에서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 보면 칠판(Blackboard)의 등장이 지식의 빠른 혁신을 이끌고 교수와 학생의 커뮤니케이션의 진화를 이끌었다. 인터넷은 칠판 다음으로 혁신을 이끌 것이다”고 강조했다. 

Coursera.org
 
‘온라인 대학’ ‘온라인 교육’은 어제 오늘 등장한 제도는 아니다. 전세계에 수많은 온라인 교육 센터가 있으며 온라인 대학이 있다. 한국에도 ‘사이버 대학’이 많다. 온라인 교육은 그 자체로 큰 산업이기도 하다. ‘교육(Education)’은 인터넷 경제 중에서도 가장 ‘돈벌이’가 되는 분야다. 초중고등학생들이 온라인 강좌에 쓰는 비용과 직장인들이 재교육에 들이는 비용은 ‘자기 개발비’로 분류 돼 가계에서 지출이 가장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 
개방형 온라인강좌는 ‘온라인 대학 2.0’이다. 기존 온라인 교육이 교수들이 강의실에서 ‘강의’하는 모습을 그대로 인터넷에 옮겨놓은 것이라면 개방형 온라인강좌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있고 매주 숙제를 해야 하며 학점도 준다. ‘강의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 아니라 ‘커리큘럼’을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보면 된다. 실제 교수가 한학기 강좌에서 하는 모든 활동을 그대로 한다. 
개방형 온라인강좌를 주도하는 대학은 스탠포드, 하버드, MIT, 예일, UC버클리, 텍사스대(UT) 등 미국 유명 대학들이다. 그래서 ‘커넥티드 아이비리그’로 불릴만하다. 미국 아이비리그는 입학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비싸다. 미국까지 가야한다.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커넥티드 아이비리그는 무료인데다 집에서도 다닐 수 있다. 원하는 시간에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학급 친구도 만들 수 있다. 
 
기존 온라인 교육(강의)와 무엇이 다를까? 기존 온라인 강좌의 가장 큰 단점은 피드백이 안된다는 것이다. 유일한 피드백이라고 한다면 수강을 완료하면 금액을 깎아주는 것이랄까. 성과가 측정이 안되는데 발전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온라인 강좌를 들어본 사람은 많은데 “큰 도움이 됐다. 계속하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수업이 재미도 없어서 ‘의지박약’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저 저렴하게 수업을 들었다는 것에 만족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개방형 온라인강좌는 ‘참여형’이다. 그래서 2.0이다. 수업 등록은 한국의 포털사이트에 가입하는 것보다 쉽다. 하지만 일반 수업처럼 에세이 제출 숙제가 있고 팀단위 숙제도 있다. 수업에 등록하면 자동으로 4~5명씩 한그룹에 소속된다. 물론 전세계에서 해당 수업을 듣는 학생이다. 한국, 중국, 포르투갈, 에스토니아, 캐냐, 몽골 등 국적도 다양한다. 한 강의를 마치고 교수가 숙제를 내면 데드라인(보통 교수가 있는 학교 시간 기준)에 맞춰 이메일로 제출하거나 클라우드 플랫폼에 업로드를 한다. 
숙제 종류도 다양하다. 퀴즈는 수시로 나가고 에세이를 쓰는 것은 기본이며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도 있다. 프리젠테이션을 제출하기도 한다. 플랫폼은 구글닥스와 같은 클라우드 드라이브, 슬라이드쉐어와 같은 프리젠테이션 공유, 드롭박스와 같은 클라우드 저장공간 등을 이용한다. 이를 위해 새로 서비스하거나 특정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물론 교수가 지정하는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이 강의를 위해 개발된 서비스는 아니라는 것이다. 기존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강의는 수업마다 다르지만 8주~12주 강좌로 이뤄지는데 처음 1~2주는 혼자 숙제를 하게 되는데 3주~4주차에는 그룹 숙제가 나가기도 한다.  
 
 
벤처랩(www.venture-lab.org)의 창의성 수업. 수업의 질이 높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있다. 
실제 대학 수업에서는 중간, 기말 고사를 다 보는 교수가 있는가하면 중간고사는 에세이로 대체하고 기말고사를 강의실에 모여 시험을 보게 하는 경우도 있다. 
개방형온라인코스도 마찬가지다. 중간고사를 에세이를 내면 기말고사는 모여서 시험을 본다. 모여서 시험을 본다? 어떻게? 온라인 강좌를 듣는 학생은 전국, 아니 전세계에 있을텐데 한곳에 모여서 시험을 보나?  
물론 그렇지 않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을 ‘기술’이 가능하게 해줬다(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이를 위해 개방형온라인코스의 선두주자 ‘코세라(Coursera)’는 시험감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프록터유)와 계약을 체결했다. 
수업을 듣고 정규 대학 학점을 받고 싶으면 60~90달러에 달하는 시험 감독 비용을 내고 시험을 볼 수 있다. 학생이 시험을 보는 장면을 카메라로 녹화해둔 뒤 3명의 감독관이 녹화 비디오를 확인해서 학생이 정직하게 봤는지 검사하는 기술도 있다. 
시험 본 학생과 수업에 등록한 학생이 다를 수도 있지 않다. 일명 대시(대신 시험)을 막기 위해 코세라는 ‘사인추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30~99달러를 내야 하는데 이 서비스는 웹카메라에 찍힌 사진과 신분증을 비교, 대조한다. 또 학생들이 컴퓨터에 시험을 풀면 이 것이 평소 그 학생이 냈던 시험지 속의 글씨와 속도 등과 일치하는지 분석해준다. “스탠포드 수업을 들었다.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인증받고 싶어 하는 욕구는 전세계 어디에나 있다. 기술은 이를 가능하게 해준다.  
물론 ‘시험’ 이나 ‘학점’ 등이 매우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개방형 온라인코스 ‘전부가’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며 학점을 따는 것도 아니며 돈을 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스탠포드 교수들이 하는 ‘벤처랩(VentureLab)‘은 영원히 돈을 안받기로 했다. 코세라 수업 중에서도 시험 감독이 없이 시험을 보는 수업도 있다. 하지만 ‘학점’이나 ‘인증서’ 같은 이 같은 요구가 있고 이를 해결해주는 것은 개방형온라인코스의 모습 중 하나다. 

MIT의 강의 피드백 기술 NB


온라인 강의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원하는 시간에 들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학교는 정시에 맞춰 가지 않으면 ‘지각처리’ 된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는 지각이 없다. 
물론 이 점은 ‘약점’이 되기도 한다. 원하는 시간에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은 말하자면 원하지 않으면 강의를 안들어도 된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얼굴을 보고 하는 수업이 아니어서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중간에 그만두기 쉬운 것이 온라인 강의의 단점이다. 
‘온라인 강의 2.0’인 MOOCs는 다르다. 학생이 온라인 강의 비디오를 보다가 궁금한 점이 있으면 중간에 멈추고 태그(Tag)를 단다. “이게 무슨 뜻이죠? 이 부분이 이해가 안됩니다” 
그러면 해당 교수 컴퓨터와 강의 사이트에 자동적으로 질문이 올라가고 교수가 답변을 단다.  자동적으로 질문을 한 학생과 강의 사이트에 답이 달린다. 
이는 MIT에서 개발한 ‘NB‘라는 시스템이다. 온라인 텍스트에 질문을 달고 태그와 답변이 자동으로 올라오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MOOCs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얼굴을 보고 하는 수업이 아니기 때문에 벌어지는 단점이 기술로 극복되고 있는 셈이다. 
아이비리그 커리큘럼 그대로
 
개방형 온라인코스의 가장 큰 장점은 수업의 질이 높다는 것이다. 
아이비리그 최고 교수들이 강좌를 개설했다. 한국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정의론의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도 최근 에드엑스(edX)에 ‘정의론‘ 강좌를 열었다. 이 수업은 하버드에서 지금도 하고 있는 샌델 교수의 인기 강의다. 이제 정의론 수업을 듣기 위해 하버드에 가거나 연세대 노천극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 
코세라는 설립자 앤드류 능(Amdrew Ng) 교수의 머신러닝, 스탠포드 컴퓨터과학(CS)과의 인기 강좌, 프린스턴대의 알고리즘 강의, 유펜(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게이미피케이션 강의 등  27개 대학의 92개 강의가 공개 돼 있다. 
컴퓨터과학(CS)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면 유다시티(Udacity)에 있는 ‘컴퓨터과학 입문’ 수업이 좋을 듯 하다. 창의력에 대한 갈증이 있다면 스탠포드 ‘벤처랩(Venture Lab)’의 창의론 수업이 좋다. 
욕심을 내서 모든 수업을 들을만하지만 한 학기(미국은 쿼터제다)에 1~2개 수업을 꾸준히 듣는다면 굳이 MBA를 비싼 돈을 주고 들어야 하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물론 MBA가 주는 가치도 크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할 수 없을 것이라 본다). 
 
개방형 온라인코스 자체가 ‘스타트업’ 이다보니 컴퓨터과학, 네트워크론, 창업, 혁신 경영 관련 수업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벤처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 대학원생이나 이미 창업했지만 ‘이론’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스타트업, 대기업에서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는 이 수업들이 ‘보물창고’처럼 느껴질 것이다. 
예를들어 스타트업 엔지니어링(코세라, 스탠포드대),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하기(코세라, 버지니아대), 창의력 혁신 그리고 변화(코세라, 펜실베니아주립대), 새로운 회사를 위한 혁신 아이디어 개발하기(코세라, 메릴랜드대), 어떻게 스타트업을 만들 것인가? (유다시티),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에드엑스, UC버클리), 기술 기업가정신(벤처랩, 스탠포드대), 앞선 기업가정신(벤처랩, 스탠포드대) 등의 강의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문, 경제학 분야에서도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론’ 외에 ‘상식밖의 경제학’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이 저자이자 행동경제학으로 유명한 댄 애리얼리 교수의 ‘비상식적 행동 초보 가이드‘ (코세라, 듀크대), 영국 에딘버러대의 ‘철학개론‘(코세라), 미시경제학의 원리(코세라, 유펜), ‘기후변화‘(코세라, 호주 멜번대), 스포츠와 사회(코세라, 듀크대), 락 음악의 역사(코세라, 로체스터대) 등은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수업들이다. 
이런 수업들은 돈이 필요없다. 대신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수준의 영어 실력과 배움에 대한 의지가 필요하다. 
 
에드엑스에 개설된 샌델 교수의 ‘정의론’ 수업
 
 
이처럼 개방형 온라인코스는 현재 4~5개의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으며 계속 확산 중이다.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코세라는 처음 등장한 것이 2012년 4월이다. 1년도 되지 않아 29개 대학, 5개 언어로 확산됐을 정도로 급속 확산되고 있다. 2012년말 테크 미디어 ‘테크크런치’에 의해 올해의 새 스타트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탠포드대에서 시작됐고 아이비리그대와 듀크, 칼텍(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버클리음대(BerKlee College of Music) 등 해당 분야 최고 대학들이 합류했다. 
코세라는 가장 먼저 시작했고 2013년 3월 현재 전세계에서 290만명이 등록했다. 여전히 성장하고 있어 연내 400~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세라는 ‘개방형 온라인코스’가 성공하고 확산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코세라에 등록한 학생들이 있는 도시만 해도 1400개가 넘는다. 수업의 질이 높고 숙제도 많다 보니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온라인 포럼과 모임(Meet-up) 행사를 가지기도 한다. 우리말로 하면 ‘스터디그룹’을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다. 한국의 서울에서도 소위 ‘코세리안‘이라고 하는 밋업 그룹이 있다. 
코세라에 합류하는 대학도 크게 늘고 있다. 아이비리그가 아니더라도 US샌디에고, 펜실베니아주립대, 로체스터대, 위스콘신대 등 내로라 하는 명문대들이다. 아시아에서도 4개 대학이 합류했는데 홍콩대(The Chinese University of HongKong), 대만국립대, 싱가포르국립대, 교토대 등 아시아 최고 명문대가 코세라 강좌에 합류했다. 아시아 대학들은 자국 언어 또는 영어로 강의를 개설했다. 세계인들이 교토대, 싱가포르 국립대 강좌를 듣고 그 학교 수준을 평가하기도 한다. 
 
유다시티(Udacity)도 스탠포드 교수들이 시작한 비영리 재단이다. 하지만 스탠포드 학교와는 큰 연관은 없다. 지금은 브라운대, 버지니아대 등으로 확산 돼 있다. 컴퓨터과학, 수학, 물리, 비즈니스 등 20개 코스가 개설 돼 있다.  
알고리즘, 웹 개발, HTML5, 소프트웨어 테스팅 등 상당히 전문적이고 실무 강의를 하는데 그래서 수업 평가도 소프트웨어 코딩이나 프로그래밍 등 실제 수업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하는 것이 특징이다. 89달러를 내면 기말고사를 보고 소위 수업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전문적이고 실무에 가깝기 때문에 구글, 뱅크오브아메리카, 트위터, 페이스북 등 파트너 회사들에 취업할때 이 수업을 들었다는 것을 인정받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벤처랩이 공개한 학생(17만명) 분포도. 
 
 

벤처랩(Venture-lab)은 스탠포드 교수들 구성된 코스다. 코세라와 유다시티가 스탠포드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다른 대학을 끌어들이고 평가 비용을 받으면서 사실상의 기업, ‘스타트업’으로 발전한 것에 비해 벤처랩은 여전히 스탠포드와 교수들이 중심에서 비영리로 운영하고 있다. 원래 스탠포드에서 사용하던 온라인 코스 플랫폼이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외부에 공개하게된 것이다. 벤처랩은 더 재미있고 교류하며 참여형으로 만들자는 취지로 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벤처랩은 ‘피어 러닝(Peer Learning)’을 추구한다. 수업은 수업일뿐 그룹으로 묶여 친구들끼리 서로 배우고 가르쳐줄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협업이 아닌 일종의 ‘협습(협력 학습)’이라고 볼 수 있다. 스탠포드도 이런 방식으로 수업을 많이 한다. 교수들은 스탠포드 학생들에게 가르칠때처럼 퀴즈를 내고 숙제도 내준다. 수업 운영 방식이 같다고 보면 된다.  ‘테크놀로지 기업가정신’이 대표 강의인데 이를 반영하듯 주로 경영, 기술 관련 강의가 많다. 
벤처랩은 2012년 3월에 시작했는데 1년만에 150개 국가에서 17만명이 수업에 참여했다. 스탠포드 재학생은 대학원생 포함 1~2만명 수준인데 벤처랩은 팔로알토(Palo Alto)를 넘어선 스탠포드를 만들고 있다. 벤처랩에 학교도, 교수도, 학생들도 모두 만족해 하고 있어서 더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랩도 스탠포드를 넘어 다른 대학과 협업하기 위해  ‘노보에드(NovoEd)’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아민 사배리(Amin Saberi) 벤처랩 디렉터 겸 노보에드 CEO는 스탠포드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수업시간에 교수들이 주목을 받고 모든 답을 알고 있다는 식으로 강의하는 대신에 학생들이 주목받고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강의를 운영하려 한다. 이 것이 벤처랩의 정신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방형 온라인코스가 스탠포드를 중심으로 하는 서부지역 주도였다면 에드엑스(edX)는 아이비리그의 중심, 보스톤(캠브리지)의 하버드와 MIT가 주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 자본은 하버드와 MIT가 냈고 빌, 멜린다게이츠 재단, 벙커힐 칼리지, 매스베이커뮤니티칼리지 등이 후원해서 시작됐다. 

여기에 스탠포드의 라이벌인 UC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eley)가 합류했고 UT 계열의 텍사스 주립대(University of Texas system)가 가세했다. 호주국립대, 캐나다 맥길대 등 호주와 캐나다 대표 명문대도 합류, 글로벌화를 하고 있다. 등록학생수는 700만명에 달하며12개대학 26개 강의가 개설 돼 있다. 
하버드와 MIT는 에드엑스 확산에 전 대학이 나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 차원에서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명강 ‘정의론’ 수업이 2013년 3월부터 개설된 것은 하버드 학교 차원의 관심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시아의 정상급 대학들이 속속 개방형 온라인코스, MOOCs에 참여하고 있는데 한국의 대학들은 소식이 없다. 실제 한국 대학들은 이 같이 ‘글로벌 대학 플랫폼’에 참여하는 것이 늦거나 안하는 일이 많다. 
애플의 ‘아이튠즈유’에도 한국 대학의 강의나 한국어 강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한국 대학들은 ‘글로벌화’ ‘세계화’를 한다며 영어강의를 의무적으로 개설하기도 하고 거금을 들여 해외 석학을 초빙하기도 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대학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더 진짜 이유는 국내 일간지 또는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대학 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대학들은 코세라와 같은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에 참여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적극적이지 않다. 대학 평가에 항목이 없기 때문이다. 평가 항목에도 없는데 열심히 참여해서 예산낭비나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속사정일 것이다. 
대학 부총장과 정부 고위 관리를 지낸 바 있는 한 인사는 이에 대해 “내가 한국에도 이런 수업을 도입하기 위해 수없이 돌아다니며 노력했다. 하지만 허사였다. 한국의 교수들이 오리지널리티가 없기 때문에 쉽게 강의를 공개하지 못한다. 영어 실력도 높지 않고 수업 내용도 공개해서 전세계 학생들을 모을 자신이 없기 때문에 안하는 것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일문과나 중문과 교수들도 영어로 논문을 써서 제출, 학술지에 등재시켜야 한다. 일어나 중국어도 쉽지 않은데 영어로 해야 한다. 왜나면 평가 항목에 있기 때문이다. 본말이 전도된 것 같은 이 같은 대학교육 환경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이 ‘글로벌’에 어울리는지는 해당 대학도 알고 있고 대학생들도 알고 있다. 자발적으로 세계의 대학생을 끌어들이면서 수준을 높이는 방법은 글로벌 플랫폼에 올라타거나 글로벌 플랫폼을 스스로 만드는 일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왜 혁명적인가? 

개방형 온라인코스, MOOCs는 시작 1년만에 대학과 대학, 국가와 국가의 경계를 허물며 전세계에서 가장 큰 대학이 되고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커넥티드(Connected)의 세계란 이런 것이다. 필요(Needs)가 공감(Empathy)을 만나 기술(Technology)과 용기(Courage)를 더하면 ‘급격한 변화’ 즉, 혁명이 온다. 
MOOCs는 고등 교육의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MOOCs는 커넥티드 시대 대학 교육은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기 때문이다. 대학 수업 시간에 배알 수 있는 주제와 내용은 상당수 구글과 네이버에서 찾을 수 있다. 수업 노트는 카페에 가면 구할 수 있고 시험 족보도 인터넷에 가면 있다. 
대학 강의도 유튜브에 가면 찾을 수 있다. 오히려 지식이 넘쳐나는 것이 문제이지 수업이 없어서 못듣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대학에서 ‘명강의’로 소문난 강좌나 교수가 없어지는 것은 이유가 있다. 인터넷에 가면 상당수 질문의 대답을 구할 수 있고 심지어 ‘질문’ ‘문제의식’ 조차 구할 수 있다. 
‘지식 전달(전수) 공간’으로서의 대학의 역할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인터넷의 ‘집단 지성’을 교수 한명이 따라갈 수는 없다. 
그래서 미국의 대학들은 ‘인터렉티브 수업’을 일찍부터 도입 하고 있다. 강의에 사용하는 PT는 수업(또는 교수) 홈페이지에 올려 놓고 수업 시간에는 질의 응답이나 자료 이상 수업에 교수들이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교수들이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수업 방식으로 흐름이  옮겨가고 있으며 수업시간에 학생들끼리 대화를 많이 유도한다. 
지식을 던잘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수업에서만 들을 수 있는 ‘가치’를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학생들이 미국 대학 스타일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는 기사가 종종 등장하는데 이는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이 같은 ‘가치(Value)’ 중심의 수업 스타일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이유다. 
MOOCs로 인해 벌써 수업 방식도 변하고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실리콘벨리에 있는 지역명문 ‘산호세주립대(SJSU : SanJose State University)’ 의 한 교수는 edX 중 MITX에 있는 ‘서킷과 전자’에 올라온 수업 내용을 15분간 보여주고 나머지 45분은 문제 해결과 토론에 할애했다고 한다. 그 교수 판단에 ‘서킷과 전자’에 대한 강의는 이 수업을 따라올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치를 부여해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뒀다.’대학 강의’는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범 답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MOOCs는 마치 수업의 모범답안처럼 제시 돼 글로벌 ‘강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MOOCs는 이렇게 전통적 의미의 ‘대학’이 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대학(University)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대학의 모습은 앞으로 크게 변할 전망이다. 물리적 의미로서 ‘대학 캠퍼스’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며 특히 국경의 경계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돈이 없어 대학에 못간다는 얘기도 할 수 없고 한국의 울릉도에서,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스탠포드나 듀크대, 미시간대 등 미국 유명 대학의 강의를 듣고 학점을 딸 수 있게 됐다. 
3~5년내 대학 순위는 바뀔 것이다. 대학들은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경쟁력 없는 대학은 도태 돼 캠퍼스를 매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스타 교수들이 실리콘벨리의 갑부들처럼 부자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미국 아이비리그에 입학하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공부하는 고등학생들도 줄어들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전세계 대학들이 연결되면 각국의 명문 대학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몇개의 슈퍼 대학만 남고 나머지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시사잡지 ‘아메리칸 인터레스트’는 심지어 50년내 미국 4500개 대학 중 절반은 사라지고 하버드대 수강생은 10년대 1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에서는 고속도로, KTX가 생기면서 지방대가 위기에 처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만 경쟁력이 높아졌다. 지방에 있는 학생들이 KTX나 고속도로로 서울로 통학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한국과 하버드, 스탠포드를 잇는 MOOCs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서울에 있는 소위 명문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MOOCs 하버드, MIT, 스탠포드 수업을 성실히 들은 학생들이 한국 대학 강의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세계인들이 수업을 들으니 아프리카, 중동, 몽골, 남미 등 저개발 국가 학생들도 기회가 오고 있는 것은 MOOCs의 또 다른 성과다. 이는 ‘칸 아카데미’의 살만 칸이 추구하던 목표이기도 했다. 에드엑스의 CEO인 아넌트 아가왈(Argawal) MIT 교수는 에드엑스에서 ‘서킷과 전자(Circuits and Electronics)’라는 수업을 했는데 아가왈 교수는 수업 시간에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천재적인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 그동안 MIT에 오는 학생들만 경험하다가 에드엑스를 통해 미국까지 올 수 없는 천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몽골과 중국 학생이 아가왈 교수의 수업을 들었는데 숙제를 제출한 것이 기존 MIT 학생들을 뛰어 넘는 것이어서 아가왈 교수는 그 학생들을 MIT로 불렀고 입학할 수 있게 됐다. 

*2012년 3월 1일 1차 작성. 업데이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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