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 경영대학원 사진 가운데 둥그렇게 있는 건물이 식당이다 (사진 @GSB) |
어제 Jungwook Lim 선배와 다음 (Daum Communications) 제주 본사 관계자분들이 학교에 오셔서 Stanford University ‘공간’ 투어를 했다.
건물이나 건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건축가가 어떤 건물을 지었느냐보다 ‘공간’을 어떻게 만들었는가를 중심으로 투어였다.
Stanford Graduate School of Business에서 만나서 Meyer Library, Stanford University와 Design Thinking at d.school | Institute of Design at Stanford를 둘러봤다.
임 선배와 다음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Stanford School of Engineering까지 둘러보려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엔지니어링 스쿨은 가지 못했다.
나는 오랫동안 ‘공간’에 관심을 기울이고 주목을 했었는데 왜냐면 공간은 의식을 지배하고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학교는 공부하는 공간이며 직장에서는 일하는 공간, 집에서는 사는 공간이 될 것이다. 사는 ‘곳’이 중요하고 일하는 ‘곳’이 중요하다. 그 ‘곳’이 어떻게 구성 돼 있는가에 따라 더/덜 행복해질 수 있고 생산성이 크게 높아질 수도 있으며 창조적 사고가 끊임없이 나올 수도 있다.
‘공간’의 선택은 물론, 건물 구조, 가구 배치까지 기업(학교, 재단 등)의 철학에 맞게 설계해야 한다. 공간에 대한 철학이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이게 더 좋지 않을까?”란 즉자적 아이디어론 부족하다. 물론 공간에 대한 철학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간이 의식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아무렇게나 배치하거나 “그런건 전문가들에게 맡겨야지” 또는 “이쁘게 해주세요”라며 외주로 해결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주목한 스탠포드의 공간들은 모두 ‘협업(Collaboration)’와 ‘협습(Co-learning)’을 강조한 곳이다. 협업과 협습 모두 동료들간, 친구들간 학습을 뜻하는 말이다. 특히 대학에서 협습이란 친구들끼리 가르쳐준다는 말이다. 대학에서 강의는 교수가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학생들은 가르침을 받는 대상이지만 협습은 대학생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이해하는 과정을 말한다. 협습은 ‘학습 효과’가 매우 뛰어난데 왜냐면 서로 비슷한 또래나 선배가 이해한 바를 같은 눈높이에서 가르쳐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새로운 발견을 할 수도 있다.
노벨상을 받을만한(?) 또는 인류의 발전에 기여할만한 창의적 사고도 우연한 발견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우연한 발견은 혼자 골방에서 열심히 연구한다고 나오는 것은 아니다. 다른 연구자, 생각이 다른 사람과 10분간 커피마시고 대화하며 스치듯 나오는 아이디어가 골방에서 일주일간 연구 결과보다 더 훌륭할 수가 있다. 아이디어란 섞여야 나오는 것 아닌가.
-GSB는 건물 한 가운데 식당을 만들었다. 스탠포드에서 가장 좋고 비싼 학생식당이다. 강당에 들어가려 해도 이 식당을 지나쳐야 한다. GSB 어떤 강의실에 가도 이 식당을 지나갈 수밖에 없는데 이 가운데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교수를 만날 수도 있으며 그냥 앉아서 쉴 수도 있다. ‘우연한 만남’을 강조한 건물이다.
스탠포드 Meyer 도서관 2층 학습 룸. 도서관은 조용해야 한다는 공식을 처음으로 깬 곳이다. |
도서관 2층에 있는 Flex Class. 1996년에 이런 개념을 만들어 냈다. |
-Meyer 도서관은 ‘협습’의 전설과도 같은 곳이다. 도서관은 조용해야 한다는 공식을 깬 곳이다. 조용하게 공부하려면 다른 건물을 가거나 3~4층을 이용하면 된다. 이 도서관 1~2층은 시끄럽게 떠들면서 같이 공부하도록 설계 돼 있다. 이렇게 설계된 것이 1996년, 20년전이다. 파티션을 없앤 도서관의 원조, Meyer 도서관은 곧 리모델링에 들어가게 된다. 이 도서관이 어떻게 변하는가는 앞으로 모든 ‘협습적 사고’를 유발하는 공간의 또다른 원형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간 곳이 스탠포드 d스쿨이다. 디싱킹(http://jackay21c.blogspot.com/2013/06/d.html) 글에서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임 선배와 못간 곳이 ‘엔지니어링 스쿨’인데 이 건물도 협업, 협습을 할 수 있도록 공간 배치와 가구 배치를 해놨다.
스탠포드 엔지니어링 센터 설계도 |
-같이 공간투어를 하고 나니 스탠포드 강의실이 대부분 1층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부분의 강의실이 1~2층에 있고 사무실은 3~5층에 있다. 높은 건물이 아니라서 그렇겠지만 가장 접근이 쉬운 곳에 강의실이 있고 밖에서도, 지나가다가도 보일 수 있도록 해놨다. 실제로 스탠포드에 방문해보면 알겠지만 강의실에서 강의하는 장면을 관광객들도 보고 사진도 많이 찍어간다. 더 많은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 아쉬울 뿐이다.
-다음에서 오신 분들에게 두가지를 특별히 말씀드렸다. 직원들이 새 공간에서 ‘창의적 사고’를 많이 하도록 유도하고 싶다면 협업 공간을 극대화해야 하며 ‘생산성’을 높이고자 한다면 개인 공간을 좀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 중에서도 창의적 사고를 유도하는 기업(구글, 야후, 페이스북 등)이 있는 반면 개인의 생산성과 능력 극대화를 중요시 하는 기업(애플 등)도 있다. 실제 애플은 개인의 공간을 중시해서 파티션이 생각보다 높게 쳐 있다. 미래의 사무실은 이 두가지를 적당히 타협해서는 안된다. 물론 하나를 추구하고 하나를 배제하라는 것은 아니다. 극단적 협업을 추구하거나 극단적 생산성을 노리는 방향으로 움직이되 나머지를 보완하는 방향이 되야 한다. 적당히 섞으면 미적으로도 흉하고 구성원들도 혼란스러워한다.
-지금 있는 곳의 ‘공간’을 둘러보자.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을까. 처음에 강한 철학을 가지고 구성했더라도 세월이 지나면서 퇴색됐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철학이 어떠했던 지금은 ‘재정의’가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사실 … 공간뿐만 아니라 회사(학교, 재단, 정당 등 조직) 설립 이유, 각 회사의 제품(서비스)도 재정의할 필요가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