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은 왜 현재이자 미래인가
Keyword : Engagement, Life Platform
“페이스북 계정 있는 사람?”
스탠포드대 Think29(네트워크 : 생태계의, 혁명적인 디지털) 수업시간. 댄 에델스타인 교수는 첫 수업 시간 들어가자 마자 학생들에게 페이스북 계정이 있냐고 물었다. 강의실에 있던 100명의 학생들 대부분이 손을 들었다.
다음 질문. “그렇다면 부모님이 페이스북 계정이 있는 사람?”
10~20명이 손을 들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한명이 들었다.
에델스타인 교수가 “어떻게 페이스북을 이용하시나?”고 묻자 그 학생은 “가족끼리 페이스북으로 대화를 해요”라고 답했다. 다른 학생들. 박수 짝짝짝.
에델스타인 교수는 “오늘 손을 든 숫자가 페이스북 전체 인구 구성을 대략적으로 말해주지 않을까? 앞으로 더 많은 인류가 소셜네트워크의 세계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이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아직도?’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모습을 드러낸 2004년에는 사용자가 100만명이었다. 아이폰이 등장한 2007년에도 5800만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에는 10억 인구를 돌파하고 2013년 1분기에는 11억 인구마저 뚫었다.
페이스북 가입자만으로 국가를 만든다고 한다면 세계 인구 2위(인도)와 비슷한 숫자가 되는 것이며 7명중 한명꼴로 페이스북인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엄청난 숫자인데 더 놀라운 것은 단순 ‘가입자(user)’가 아니라 매일 수시로 페이스북에 드나드는 사람도 6억6500만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스마트폰(모바일)으로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인구는 7억5100만명, 하루에 ‘좋아요’가 눌러진 숫자는 45억번에 달한다. 숫자로 다 설명이 안되는 세계 인류가 페이스북에서 놀고 공유하고 기뻐하고 슬퍼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페이스북은 6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 2013년 1분기기)에 달하는 분기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소셜네트워크는 라이프 플랫폼이다
페이스북의 힘은 단순히 ‘숫자’로만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페이스북보다 훨씬 앞서 선보였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싸이월드, 일본에서는 믹시 등이 있었기 때문에 아시아 등의 국가에서는 페이스북의 파괴력이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등 영미권 국가에서부터 시작한 페이스북 열풍은 전세계를 뒤엎었고 결국 11억명의 인터넷 인구가 사용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됐다.
11억 인구가 사용해봤으며 6억 인구가 매일 들여다보는 페이스북은 이제 ‘삶의 매체, 즉 라이프 플랫폼(Life Platform)’이 된 것이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자신들의 인터넷 상에서의 가상공간, 세컨라이프(Second Life : 인터넷 상의 가상세계)를 린든 랩이 아니라 점차 페이스북에 구축하고 있다.
라이프 플랫폼이란 검색 등 인터넷 사용자들이 정보가 필요할 때 찾아들어가서 보는 웹(또는 모바일) 페이지가 아니라 가장 먼저 들어가서 항상 켜놓고 지켜보고 체류하며 연결된 이용자들과 콘텐츠를 공유하는 웹이란 뜻이다.
특히 21세기형 라이프 플랫폼은 인터넷에 연결되고 실시간으로 정보와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모바일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라이프 플랫폼의 역사는 곧 미디어의 역사와 같다. 인류는 언제나 자신의 삶을 담을, 그리고 대화(Communication)를 중계하는 매체를 원했기 때문이다.
19세기 이후 최근까지 인류의 삶에 가장 중요한 ‘라이프 플랫폼’은 단연 신문과 방송 등 기존 미디어(Legacy Media)였다.
정보가 필요하거나 찾고 싶을때 집으로 배달된 신문을 펴보고 TV를 켰다. 미디어가 라이프 플랫폼이었기 때문에 기업들의 광고를 신문과 방송에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넓게 뿌린다(Broadsheet, Broadcast) 그래서 더 많은 독자(시청자를) 확보한다’는 것이 기존 미디어의 규범이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중간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더 넓게 뿌리는 기술을 확보하려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 정보를 줄 수록 더 많은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믿는다.
하지만 라이프 플랫폼으로서의 신문과 방송은 인터넷, 모바일 기술이 등장하면서 점차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스스로 한계를 나타냈다기 보다는 인터넷과 모바일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왜냐면 신문과 방송은 넓게 뿌리는 속성을 가지다보니 받는 사람(독자, 시청자)을 깊게 고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독자(시청자)끼리 서로 연결되면서 일어나는 상승효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이로 배달되는 신문과 케이블이나 지상파로 전달되는 방송 등 기존 미디어는 연결된 미디어의 상대적 개념인 ‘비연결 미디어(Disconnected Media)’라고 재정의 내릴 필요가 있다.
물론 신문과 방송은 인터넷 사이트가 있고 모바일 앱도 존재한다. 이를 통해 독자(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그럼에도 비연결미디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다수 신문과 방송의 인터넷 사이트와 모바일 앱은 독자(시청자)와 연결성을 중요시하기보다는 기존 미디어 콘텐츠를 디바이스에 맞게 포맷해서 전달하는 ‘레플리카(Replica, 복제)’에 불과하다. 독자들끼리 연결하게 하고 이를 통해 가치를 높이는 의미의 ‘연결 미디어’와는 거리가 멀다.
이는 기존 미디어가 여전히 인터넷과 모바일 그리고 소셜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신문, 방송사 인터넷 사이트와 모바일 앱이 외면을 받는대신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스스로를 ‘미디어’로 규정하며 독자를 빠르게 확보해가고 있는 것이다.
기존 미디어를 대신해 라이프 플랫폼이 된 페이스북이 2013년 뉴스피드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맞춤형 신문(Customized newspaper)’라고 명명한 것은 이유가 있다. 기존 미디어들이 개개인에 맞춘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해서 자신들이 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뉴스 소비자를 대상으로 ‘뉴스를 가장 먼저 접하는 매체는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졌을때 가장 크게 성장하는 답변은 소셜네트워크다. 아직은 1위나 2위는 아니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다’라고 답변하는 독자들이 놀라운 속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친구들이 전해주는 소식이나 트위터에서 친구들이 트윗하는 정보를 통해 새 소식을 접하는 비중이 신문이나 방송 속보를 통해 접하는 비중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포브스 |
라이프 플랫폼으로서의 웹은 발전 가능성이 많다. 소셜네트워크가 전부는 아니며 나라별로 상황이 다르다.
이메일은 라이프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이메일을 항상 확인하고 이메일을 통해 검색 창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추구하는 ‘지메일(Gmail)’도 이메일 서비스가 아니라 라이프 플랫폼으로 진화시켜나나고 있다.
한국에서는 네이버가 라이프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네이버는 더이상 검색 엔진이나 검색 회사로 부를 수는 없다. 네이버에서 뉴스를 보고 네이버에서 쇼핑을 하며 댓글을 달고 ‘노는’ 것이다.
미국, 브라질, 인도, 인도네이사 등 많은 국가에서는 페이스북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을 공유하고 채팅을 하며 정보를 나눈다.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텀블러(Tumblr),패스(Path) 등은 처음엔 ‘소셜네트워크’의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각기 다른 방향과 성격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은 페이스북이 라이프 플랫폼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엮는다’는 뜻에서 소셜이지만 트위터와 구글플러스, 텀블러는 ‘미디어’로 진화하고 있으며 레딧은 다음 아고라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모두 라이프 플랫폼을 지향했지만 지금은 다른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라이프 플랫폼이란 말을 웹 비즈니스로 해석해보면 ‘체류시간’이 길다는 뜻이다. 체류시간이 길기 때문에 그만큼 핵심 비즈니스 모델인 광고를 볼 확률이 높아지고 이는 곧 기업의 성장을 의미한다.가장 많이 체류하고 탐색하며 놀 수 있는 웹만이 ‘라이프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인류가 문명을 만든 이후 ‘라이프 플랫폼’은 항상 존재했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달라졌을 뿐이다. 21세기 들어 인터넷이 발명된 이후 그 이전 기술을 대체하고 수많은 라이프 플랫폼이 등장했다. 하지만 점차 하나로 좁혀진다. 이제는 단연 ‘소셜네트워크’다.
소셜네트워크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다
그렇다면 페이스북 및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는 ‘어떻게’ 이렇게 급성장을 하고 라이프 플랫폼이 됐을까?
잘 알려져 있지만 페이스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시초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마이스페이스, 한국에서는 싸이월드, 일본에서는 믹시가 사람과 사람을 인터넷에서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로 각광을 받았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타임라인 기능 때문일까? 페이스북이 다른 소셜네트워크보다 더 편하고 멋있었는가? 정보가 물 흐르듯 지나가게 만드는 뉴스피드는 트위터가 먼저 도입한 것이며 개인의 히스토리북 역할을 하게 해주는 타임라인도 페이스북이 처음 도입한 것이 아니다. 더구나 페이스북의 이용자 환경(UI)는 멋짐(Coolness)과는 거리가 멀었다.
페이스북이 급성장을 시작하게된 2010년 4월. ‘좋아요(Like)’ 버튼을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좋아요’는 이용자들이 올린 포스트나 사진에 반응을 보여주는 것으로 페이스북의 가장 큰 상징이자 기능이 됐다. 페이스북이 멘로파크 본사 입구에 회사이름 대신 ‘라이크’를 배치한 것도 이유가 있다. 페이스북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매일 10억개의 ‘좋아요’ 버튼을 누른다. 이용자들의 좋아요 버튼을 모으면 10억번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좋아요’ 버튼을 정말 좋아서 누르는 것은 아니다. 콘텐츠가 좋아서 누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페이스북 친구간의 ‘관계’에 대한 반응이 ‘좋아요’ 버튼이다. 페이스북 정보 생산자와 이용자와의 끈끈한 관계, 즉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를 보여주는 아이콘인 것이다.
좋아요 버튼을 누르면서 친구간 관계가 하나 더 이어지게 되는 것이며 페이스북은 이를 파악하고 관계도(Relevance)를 알게 된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에는 모든 친구들이 올린 글이나 사진이 올라가지 않는다. 페이스북은 이용자간의 관계를 자동으로 파악, 좀 더 관련 있는 사진이나 글을 상위에 올라가도록 배치하고 있다. 이 같은 ‘관계’를 파악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 ‘좋아요’인 것이다.
좋아요는 ‘인게이지먼트’를 크게 늘리는 간단한 장치이면서도 페이스북에 오래 머무르게 하는, 그리고 이용자가 실제로 관심있어 하는 것을 알게 하는 마법과 같은 버튼이다.
소셜 네트워크 중심의 웹과 기존 웹의 가장 큰 차이는 이 같은 ‘인게이지먼트’에 있다.
기존 웹은 페이지뷰(PV : Page View)나 순방문자수(UV : Unique Vistors), 즉 얼마나 많은 이용자가 방문했는가를 중심으로 보는 ‘양적’ 웹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PV, UV 중심의 시각은 실제 이용자가 그 페이지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얼마나 머물렀으며 어떤 콘텐츠를 즐겼는지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소셜네트워크는 얼마나 많이 ‘관계’했는가를 중심에 두고 보는 질적 웹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이 ‘페이스북 홈(Facebook Home)’을 시작한 이후 가장 중점을 둔 부분도 ‘인게이지먼트’가 얼마나 올라갔는가라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홈 도입 이후 홈을 설치한 이용자의 인게이지먼트가 20% 증가했다”고 밝히기도했다. 페이스북 홈에 초기 화면이 크게 보여짐에 따라 좋아요 버튼을 일반 웹이나 모바일 앱보다 더 많이 눌렀다는 뜻이다.
트위터에서 ‘리트윗(Retweet)’ 버튼이나 ‘해쉬테그(#)’도 공유하는 기능이면서도 ‘관계’하는 버튼이다. 얼마나 많은 메시지가 리트윗됐는가는 해당 트윗(Tweet)이 얼마나 많이 퍼졌는가를 알 수 있게 하고 쉽게 메시지를 검색하게 하는 의미도 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과 관계했는가를 알 수 있게 한다.
최근 미국 미디어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는 해쉬테그를 붙이는 것인데 이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검색을 쉽게 할 수 있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게이지먼트를 늘려서 콘텐츠 충성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양에서 질로의 전환. 이것이 소셜네트워크의 진정한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도 양적 결과(클릭수 즉 PV, UV)에 집착하고 낚시질을 유도해서 인게이지먼트는 커녕 이용자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는 아주 후진적으로 보여진다. 순위를 높이기 위해 트래픽을 사오거나 트래픽 조작 행위도 빈번한데 여기에 광고를 하는 광고주들도 후진적 인터넷 환경을 만드는데 공범이라고 보여진다. 광고주들도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