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 모르고 나도 몰랐다.. 과연 홍명보호 뿐일까
오늘 경기 .. 선수마다 잘한 선수도 있고 제 역할 못한 선수도 있지만 결정적 패인은 홍명보 감독과 축구협회에 있다고 봅니다.
적도 모르고 아군도 모르는 상태에서 경기를 한 셈. 지피지기를 못했으니 이길 수 없었던 경기.
손흥민 선수는 “정신 똑바로 못차렸다”고 했는데 이 말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한국과 알제리는 이번 H조에서 서로를 “1승 제물”로 꼽았는데 준비 과정이 크게 달랐습니다. 그러니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 대표팀 전력분석관 안톤 두 샤트니에 코치는 올 1월에 선임됐습니다.
안톤 코치는 선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벨기에, 아주 잘 안다”고 말합니다. 네덜란드 위터레흐트 감독 출신인 그는 히딩크 감독의 안지 코치를 했습니다.
이때 홍명보 감독을 만났는데 러시아 축구는 잘 안다고 해도 자연스럽습니다. 벨기에 축구도 “잘안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벨기에팀 주전들이 네덜란드리그에도 뛰는데다 어릴 때부터 봐오던 선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는 27일 새벽에 열릴 벨기에 전에는 오늘(23일) 오전 알제리 전처럼 `박살’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안톤 코치는 하지만 알제리를 잘 몰랐습니다.
올 1월 기자회견에서도 “알제리의 팀 분위기 등 세세한 부분까지는 모른다. 그러나 빅 클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다. DVD 등 분석 자료는 많은 편이라 앞으로 철저하게 분석하려 한다”라고 합니다.
안톤 코치 뿐만 아니라 홍명보호에서 알제리 경기를 `직관’한 것은 3월 슬로베이나와의 평가전이 처음입니다. 1승 제물이라고 하면서 알제리를 잘 몰랐던 것이죠.
실제 안톤 코치는 알제리전을 앞두고 “알제리전 처방 러시아전과 똑같이”라고 말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그는 알제리가 러시아와 비슷한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한다고 판단했다. 러시아가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빠른 역습을 구사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고 나옵니다. 오늘 경기 보면 알겠지만 러시아와 알제리가 어떻게 같은 팀입니까. 선수는 물론 스타일도 다르고 전술도 다릅니다. 러시아전과 알제리전은 다르게 운영했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알제리를 잘 모르니 대비를 못한 것은 당연합니다. 홍명보 감독은 기자회견장에 오른쪽 풀백인 윤석영을 대동하고 나왔습니다. 알제리가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세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나름 대비책을 세운 것입니다.
하지만 알제리는 선발진을 5명이나 교체하고 측면 공격 일변도가 아닌 자신의 수비 진영에서 한 번에 중앙 공격수로 연결, 골로 연결시켰습니다.
그들은 이처럼 철저하게 한국팀을 연구하고 나왔습니다.
할리호지치 감독은 한국전 승리의 비결로는 철저한 분석이 주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잘 준비된 전술이었다. 우리는 한국 팀의 플레이 방식을 면밀히 분석했다(closely analysed)”고 설명했습니다.
할리호지치 감독은 “선발라인업을 5명이나 바꾼 것은 이전부터 한국전에 그렇게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계속 한국을 연구했다. 압박이 강하지만 1대1 상황에 약점이 있단 걸 알고 공략했다. 슬리마니를 깊숙이 배치해 계속 위협을 가했다. 3년 전 알제리에 와서 모든 걸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알제리는 한국팀 뿐만 아니라 전체 월드컵 상대팀을 자세히 연구하고 선수들에게는 확실한 동기부여를 함으로써 이변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잘 모르는데 그들은 우리를 현미경처럼 분석하고 나왔는데 우리는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경기를 한 것입니다.
한국팀이 이처럼 알제리에 발릴 전력은 아닙니다. 잘 준비했으면 팽팽한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홍명보호는 `나’도 몰랐습니다. `슈팅 제로’ 박주영 선수를 계속 기용한 것은 큰 비난을 받고 있으며 이근호 선수 컨디션이 크게 올라왔고 김신욱도 타깃맨 역할을 잘 했는데 언제 기용해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다가 크게 뒤지자 국면 전환을 위해서 교체합니다. 러시아전 선발 멤버를 그대로 들고 나왔는데 .. 결과는 오늘 보여진 그대로 입니다.
위기에서 임기응변이나 돌파할 수 있는 전략, 전술도 없어 보입니다. 이 같은 상황이 벨기에전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피지기’가 안되는,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동기부여가 안돼 있는, … 이 상황은 대한민국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처한 오늘과 비슷해 보입니다.
안타깝지만 지금 고성에서 대치하고 있는 22사단 임 병장 상황도. 적도 아니고 아군도 아니고. 왜 그러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