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 파괴자들 Disruptors 모바일 오디오북으로 재탄생

2014-09-01 05:35 오전
손재권

 


 책은 읽는 것이 아니다. 경험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책을 너무 안읽어요”
 ”지하철에도 모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뿐이에요. 책 읽는 사람이 실종됐습니다” 
 책 안읽는 사회. 책 안읽는 대한민국.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독서실태 조사(2013년)’ 결과 성인 1인당 연간 독서량은 9.2권(월 0.76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10명 중 3명은 1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2년 8000여 곳에 달했던 동네 서점도 2014년에는 1000여 곳밖에 남지 않았다. 서점이 없어진 자리에 술집이나 프렌차이즈 커피숍이 생긴 것은 더이상 낙심할 일이 아닐 정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압도적으로 1위인 반면 1인당 독서량은 꼴찌다. 유엔 191개 회원국 중에서도 166위에 머물렀다. 출판사도 어렵다. 통계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출판사가 먹고살기 힘들다는 것은 양서가 점차 없어지고 교과서 및 영어 참고서가 베스트셀러 상위 순위에 올라가 있다는 것만봐도 알 수 있다. 
 
 이제 `무엇을’ 읽느냐보다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하다

 지식인들은 한결같이 `책 안읽는 사회’를 개탄한다. 지식 사회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공공도서관을 늘리고 각종 지원책을 늘리면서 `책 읽는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정부에서는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지방자치단체, 도서관, 학교 등과 전국 각지에서 한 달 동안 6500여 건의 독서문화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도서관 확충, 출판사에 대한 지원 등으로는 `책 읽는 사회’로 분위기 대전환이 어려우며 스마트폰 대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들고다닐 것 같지 않다. 
 스마트폰, 태블릿 기기가 확산되고 LTE에서 LTE-A 등 데이터 속도가 빨라질 수록 책이나 텍스트로 된 콘텐츠보다 게임, 동영상 등이 잠재 독자에게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책을 읽게 만들 수 있는 사회, 지식과 지식이 대결하고 합리적 문제해결을 위해 머리를 같이 고민하는 사회를 만드는 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있는 대책이 “책을 읽어야 한다”가 될 수는 없다. 
 세미나, 북클럽, 북카페, 북콘서트 등 책을 읽기 위한 다양하고 종합적인 시도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드라마에 한번 나오고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씨가 지나가듯 한번 언급 한 것만큼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왜?’에 대한 대답을 주지 못하고 당위적으로 책을 읽어야한다만 하는 것은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이제는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캠페인보다 `책을 (어떻게) 읽읍시다’란 `방법(How)’을 제시해야 한다. 
 책을, 텍스트를, 콘텐츠를 `어떻게’ 읽는가에 대한 방법을 바꿀 때가 왔다. 
 한국인들은 한권으로 된 종이책은 잘 안읽지만 `디지털 텍스트’ 소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을 통해 정보를 접하고 순식간에 전파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신문사 서평과 교보문고, 예스24 등에서 매주 나오는 신간을 소개하고 베스트셀러를 꼽는다. 모두 `무엇’을 읽느냐에 집중하고 소개한다. 무엇을 읽을까에 대한 정보는 넘친다. 새책을 소개하는 코너는 신문, 방송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제는 `무엇을’ 읽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읽느냐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더 많이 책의 콘텐츠를 독자에게 도달하게 하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MBC 예능프로그램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예능과 공익성이 결합된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기적의 도서관’ 등의 실행이 이어지며 세상을 바꾼 프로그램이 됐다. 느낌표가 2014년으로 10년이 됐다. 하지만 스마트폰 등의 등장으로 책 읽는 사회는 더욱 멀어졌다. 



 전자책, 지속된 실험

 실제 전자책(e북)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해결 방법이었다. 
 전자책은 종이책이 들고다니기에 무겁고 여러 권을 가지고 다닐 수 없기 때문에 나왔다. 책 상거래로 시작, 세계 최대 이커머스 업체로 성장한 아마존과 아마존이 만든 `킨들(Kindle)’은 오랜 실험 끝에 전자책을 정착시키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존 킨들은 지난해(2013년) 매출만 40억달러(4조560억 원)에 달하며 전자책=아마존이란 등식을 성공시켰다. 
 전자책 사용 인구는 2014년 7900만명으로 지난해(7200만명)보다 약 9% 늘 것으로 예상되고 오는 2017년에는 전자책 시장 규모가 82억달러에 육박, 종이책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출판연구소 설문조사에서 5년 후 독서방식 변화를 묻는 질문을 했는데 응답자 20.1%가 전자책 위주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전자책 독서율 평균이 15% 수준인데 반해 절반 가까운 국민이 앞으로 전자책을 읽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도 지난 2010년에는 1975억원 수준이었으나 2012년 3250억원, 2013년 5838억원까지 지속 성장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전자책이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반스앤노블스(누크), 삼성전자(파피루스), 퀄컴 등 글로벌 기업도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스토리(아이리버), 크리마(예스24), 샘(교보문고) 등의 디바이스가 나왔지만 아직 읽는 습관을 바꾸었다고 하기엔 미흡한 상황이다. 한국 전자책 시장은 전체 도서 시장에서 2%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 시장(약 13%)에 비해 낮은 편이다. 더구나 한국 전자책에 대한 이용자 피드백은 심각한 수준이다(기억의 비늘_이게 앱이냐 쓰레기냐 글 참조)
 단말기의 문제일까? 국내외에서 아마존 킨들만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책은 경험하는 것이다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아마존은 책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랐다. 아마존은 책도 소프트웨어로 인식하고 온라인 모바일 킨들의 경험을 일치시켰다. 아마존에서 책을 구매하면 비슷한 성향의 책이 추천되는 방식이다. 책갈피 기능, 가장 많이 밑줄 그어진 부분이 강조되는 기능 등 아마존이 소프트웨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실행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책이 읽는 것 뿐이었다면 아마존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존은 책을 구매하는 경험, 읽는 경험, 들고다니는 경험까지 모두 재정의(Redefine) 했다. 
 책을 `원클릭’을 통해 쉽게 구매하고 이를 다양한 디바이스(킨들 외에도 아이패드, 갤럭시 디바이스에서도 볼 수 있다)에서 아마존 킨들 앱을 내려받으념 볼 수 있다. `킨들’ 디바이스는 전자책을 보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다. 
 아마존이 재정의한 `책의 경험’에는 전자책 뿐만 아니라 `오디오북’도 있다. 책은 읽어야만 하는가. 같은 내용을 들으면 더 이해가 깊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아마존이 지난 2008년 인수한 오더블닷컴(www.audible.com)은 아마존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이는 오디오북 시장이 크고 잠재력 또한 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오디오북은 도서관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볼 수 있다. 오디오북이 익숙하진 않다. `듣는 책’ 경험을 해본 이용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자가용 운전자들이 많은 특성 때문이기도 한데 미국 도서관 어디를 가봐도 CD로 된 오디오북을 쉽게 찾고 빌릴 수 있다. 동네 도서관에서 CD를 빌려 자동차 장거리 운전이나 출퇴근할 때 듣는 애호가들이 상당히 많다. 
 

오더블 닷컴 광고



 모바일 오디오북, 새 경험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장에 따라 인터넷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오디오북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IBIS월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글로벌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16억달러(1조6224억원)에 달했다. 지난 2008년부터 연평균 12%식 성장했다. 
 IBIS월드는 앞으로 5년간 오디오북 시장이 크게 늘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오더블은 매월 7.99달러만 내면 1권을 기본적으로 내려받을 수 있고 2권부터는 큰 폭의 할인을 받는 정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오디오북 시장 대부분이 미국에서 차지하고 있지만 일본, 영국 등 지하철 문화가 깊숙히 자리잡은 나라에서도 오디오북 시장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기존 오디오북도 이제 `모바일 오디오북’으로 변신해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CD나 카세트테이프 등 기존 오디오북이 아니라 `모바일 오디오북’으로 변신,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기 다운로드를 통해 소비된다. 이는 자동차에서 CD나 카세트테이프가 사라지고 점차 스마트폰을 연동시킬 수 있는 USB 단자가 많아지는 흐름과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운전하거나 지하철에서 이동할 때 스마트폰으로 오디오북을 듣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종이책은 한번 읽을 때와 두번, 세번 읽을 때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듣는 책’은 독자에게 더욱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다. 
 한국에서도 `팟케스트’가 인기이고 어느정도 정착된 상황이기 때문에 `듣는 책’이 시장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본다. 팟케스트는 대부분 무료인데다 한번듣고 말지만 모바일 오디오북은 마치 대하소설을 듣는 것 같아서 여러번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시간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는 많다. 자동차에서 운전하면서, 지하철에서 이동 중, 음식을 하다가 주방에서, 외국 여행 중에 비행기에서, 잠이 잘 오지 않는 밤에 책 한권을 들을 수 있다. 책을 꼭 정좌하고 앉아서 읽을 필요는 없다. 이동하면서 들어도 충분히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인상깊게 한권을 경험할 수 있다. 
 




 모바일 오디오북 `파괴자들 Disruiptors’

 지난 2013년 11월 출간된 `파괴자들 Disruptors’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사례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방법, 사고에 대해 다룬 책이다. 파괴자들은 내용 뿐만 아니라 형식에 있어서도 새로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파괴자들이 `모바일 오디오북’으로 재탄생한 것은 이 같은 고민의 결과였다. 

 책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모바일 오디오북’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파괴자들 오디오북은 저자와 종이책 출판사인 한스미디어, 오디오북 전문 출판사인 `새하늘미디어’ 그리고 국내 최고 성우인 서혜정 선생님과 같이 노력한 결과로 출간될 수 있었다. 
 새하늘미디어 홍용준 대표님은 지난 2000년대 초반 일찍부터 오디오북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먼저 뛰어든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은 팟케스트 지금은 팟케스트 ‘서혜정의 오디오 북카페(http://www.podbbang.com/ch/7420)’와  `북텔러리스트(http://www.podbbang.com/ch/7439)’ 를 운영 중이다.
홍 대표님은 오디오북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로 모바일 오디오북 시장 개척에 나섰다. 
 북텔러 서혜정 선생님은 X파일 스컬리 목소리와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로 유명한 분이다. 성우 서혜정 선생님은 루브르 박물관에 한국어 더빙을 하기도 했다. 

북텔러 서혜정 선생님.
X파일 스컬리 목소리,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 등으로 유명한 성우다. 


 서혜정 선생님은 “오디오북은 독자들에게 책을 새롭게 경험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성우 입장에서도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봐서 참여하게 됐다. 미국은 배우들이 오디오북을 녹음한다. 한국에서는 경험있는 전문 성우들이 많기 때문에 오디오북을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모바일 오디오북 `파괴자들’은 러닝타임 10시간 20분이며 챕터별로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5회까지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6회부터는 편당 200원에 내려받을 수 있다. 전체를 내려받으면 약 7000원으로 한권을 들을 수 있다. 

 모바일 오디오북의 플랫폼은 `카카오 페이지(http://page.kakao.com/home/46824467?via=1)’를 이용했다. 카카오페이지가 기존에 없던 모바일 콘텐츠 유통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해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점차 개선할 수 있으리라 본다. 플랫폼은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아직 한국에는 오더블과 같은 모바일 오디오북 플랫폼이 존재하지 않는다. 개별적으로 시도하고 있지만 앞으로 모바일 오디오북을 독자들에게 제대로 제공해줄 수 있는 의미있는 실험이 계속 되리라 본다. 

 모바일 오디오북 `파괴자들’은 커넥티드북(connected book) 실험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커넥티드 북은 `책은 경험하는 것이다’ 란 명제 아래 종이책의 장점과 디지털의 장점을 연결시킨 개념의 책이다. 독자들이 어떤 모바일 기기로도 책을 열어볼 수 있고 댓글을 달 수 있으며 내용도 업데이트된다. 종이책의 몰입감, 디지털은 연결된 콘텐츠의 장점을 극대화시켰다. 
 모바일 오디오북 `파괴자들’이 책 읽는 대한민국, 지식이 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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