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고래등에 낀 새우가 아니라 빠르고 영리한 돌고래가 될 수 있다.

2015-03-23 10:43 오후
손재권

 

<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신기욱 교수 특별 강연회 모습.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혼란스런 한반도 정책의 바른 해법에 대한 갈증이 많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은 고래등에 낀 새우 아니다. 돌고래처럼 될 수 있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 특별 강연

 ”통일은 대박이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통일 대박론을 들고 나왔을 때 의아했다. 난데없다는 생각을 했다. 북핵 문제도 풀리지 않았고 남북 대화는 커녕 민간 교류는 꽁꽁 막혀 있는데 갑자기 대박이라니. 다수 한국인들이 통일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퍼져 있고 특히 통일에 대해 관심조차 없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박’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나’ 통일대박론 이후 결국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었다. 민간 교류조차 꽉 막혀서 오히려 이명박 정부때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으며 난데없이 `흡수통일 준비팀‘같은 발언이 튀어나와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도 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지난 10년 동안 전혀 나아진게 없는 듯 하다. 북한은 사실상 핵을 보유 중이고 해킹 등을 통해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남북 경제교류, 문화교류, 인도적 교류도 깜깜 무소식이다. 복잡하기만 한 그냥 이 상태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듯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신기욱 스탠퍼드 아태연구소장과 데이비드 스트로브 (David Straub)부소장, 조이스 리 연구원 등 스탠포드 아태연구소팀이 최근 `남북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란 책을 내고 지난 3월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특별 강연을 했다. 

<스탠포드 아태연구소팀 신간>



 현장에 다녀왔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가득 매워 2015년 3월 현재 남북 관계에 대한 제대로된 시선과 분석에 목말라 하고 있음을 느꼈다. 
 신 교수님은 “이제 한국이 나서야 할 때다. 한국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이 아니라 돌고래가 될 수 있다. 돌고래는 빠르고 스마트하다”고 강조했다. 
 `돌고래론’은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경제산업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이 외교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산업에서도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에 낀 `넛크래커’신세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데 `돌고래’처럼 빠르고 영리하게 움직인다면 이 같은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수족관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지 않나. 
 신 교수님은 `한국형 페리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주장 외에도 남북 교류 협력에 대한 과감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등의 내용을 주장했는데 현재 한반도 상황과 향후 방향에 대해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현장 발표 내용과 사전 발제문 등을 정리해봤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장 강연

<신기욱 교수>



 여러 평가 있지만 한반도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고 본다. 여러 이유 있겠지만 북핵 미사일 개발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 전략적 불신도 커지고 있다. 사드를 도입할 것이냐, AIIB가입할 것이냐 한국이 결정을 해야할 상황에 와있다. 미중간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적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북한정권을 어떻게 보느냐 문제도 있다. 제 생각에는 상당히 불안정하다, 북한 정권이 당장 무너지진 않았지만 아직 상당히 불확실성 가지고 있다고 본다. 더구나 남북관계도 냉각된 상태로 가고 있다. 한반도 외교안보 상황 나빠지고 있다는 평가 속에서 연구를 했다. 
 그럼에도 미국과 중국등 주요 관련국들이 대북정책 획기적으로 전환할 의지나 여유는 없을 것이다. 
 미국은 전략적 인내 정책 펴고 있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정책 추진하진 않을 것이다. 일부서는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비확산에 주력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지크프리드 헤커 박사가 그러한 경우다. 미국 정부가 선택할 가능성은 적지만 상당한 설득력은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산적한 외교현안이 있고 한반도 문제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하긴 하나 대북정책이 중국 외교안보의 최우선 순위는 아니다. 중국에 며칠 체류하다 왔는데 중국이 북한에 대해 불만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시진핑이 김정은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북한의 전략적 가치 변한 것 없어 중국의 대북정책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한반도 문제 신경쓸 여력 없다. 중국도 북한 좋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대북정책 바꾸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대중의존도 줄이려하고 있다. 


 물론 일본과 러시아도 대북접촉하려고 하지만 미국 중국보다 영향력 부족하다. 현 상태 유지되는 것이 한국에 유리할 것이냐는 기본적인 질문 던질 수 있겠다. 미중간 미러간 전략적 불신 커지고 중일간 군비경쟁 심화될 것. 북한의 대중 경제의존 커지면서 자칫, 어쩌면 이미 북한이 중국의 경제권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일부이긴 하나 남한에서도 전술핵을 들여오자는 소수의견도 있다. 분명히 북한도 중국에 대한 의존 줄이고 싶어할 것이다. 
 그동안 북한의 김계관 부상이나 이런 사람이랑 이야기하며 느낀 것은 중국에 대한 견제로서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추구하는 경향도 있을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남한과 경제협력 통해서 대중국 경제의존 줄이는 사고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이 나서서 리더십을 발휘할 때가 됐다. 아직도 한국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가 어디 칼럼에 ‘미국은 지쳤다’는 표현을 썼다. 
 미국은 다자도 양자도 포괄적 협상도 해보고 했는데 진전이 없다. 6자회담 통해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하길 바랬는데 이것도 진전이 없다. 이제는 한국이 해볼때가 됐다. 
 객관적으로 보면 한국이 경제라든지 군사라든지 전체적인 국력을 따지면 세계 10~15위권은 된다. 상당한 외교적 역량이 있다는 거다. 이제는 한국이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니라 ‘돌고래’라는 표현을 썼다. 돌고래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돌고래는 작지만 빠르고 영리하다. 
 대한민국 외교역량 상당히 커졌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은 보수의 대표라고 볼 수 있는데, 과거 닉슨 대통령이 반공주의자였기에 미중수교가 의미가 컸다.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을 말씀드리면 기본적으로 박근혜 정부가 기본적으로 주장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방향을 잘 잡았다고 본다. 상당히 국민들의 지지도 받았다고 본다. 그리고 적어도 이명박 정부와는 달리 인도주의적 일정 부분은 핵문제와 별개로 하겠다는 투 트랙 접근론도 이야기했다. 
 지난 2년이 넘어간 상태에서 보면 구체적인 내용과 실행보다는 수사에만 치중한 것이 아닌가 싶다. 북핵문제와 연계하지 않겠다고 했던 비정치적 교류 역시 오히려 지난 정부보다 적은 상태였다. 5.24조치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모호해 완화된 측면이 있는데도 입장이 희미하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통일대박론 간 논리적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것이다.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통일대박보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돌아가고 초반에 생각했던 것을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맞춤형 인게이지먼트라는 컨셉을 가지고 정책을 제시했다.
 악조건이 있지만 북한과의 관계개선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그 수단으로서 맞춤형 인게이지먼트가 필요하다. 당장 직면한 위험요소 줄이면서 주어진 정치외교 상황에 맞는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교류협력을 통해서 평화통일을 위한 기반을 조성해가는 선순환 전략이다. 

<책을 공저한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포드 아태연구소 부소장.
30년간 미 국무부 외교관으로 공직생활을 했으며 미 국부무 한국 데스크를 맡기도 했다.
한국 민주화 운동 과정과 94년 한반도 핵 위기 때 한국을 깊게 이해하고 있는 미국측 인사로 한국의 민주화와 핵 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했다>


 인게이지먼트라는 용어를 번역을 안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주장은 한신프의 기본 생각과 일치하는 생각이 있다고 본다. 그러면 간단히 대북정책에 있어 중요한 고려사항을 몇 가지 예시했다.
 통일문제는 궁극적 목표는 통일이지만 정책적으로 통일을 둘 수 있는 것이냐, 오히려 긴장완화나 화해협력 등 사회문화교류 등이 추진되어야 한다. 통일대박론이 가진 좋은 점도 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서 한신프를 본격추진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북한 핵문제인데 어려운 문제다. 결국 미국 입장에서 보면 남한 주도의 대북정책을 미국은 기본적으로 지지할 것이다. 단지 북핵문제에 대해 경시하거나 제외한다면 미국과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어쨌던 그럼에도 북핵에 따른 여러 위험요고가 많아서 대북정책에 있어 핵문제를 제외해선 안된다. 모든 걸 핵에 연계시킬 필요는 없지만 핵문제를 해결해야 어떤 단게를 넘어갈 수 있다.
 셋째 인권문제다. 인권이 국제사회에서 중요하게 부각됐다. 미국의 대북정책에서도 인권문제 중요하게 될 것. 한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리드할 필요는 없을 것. 국제사회가 리드하고 한국이 보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할 것. 
 마지막 대북제재는 5.24조치에 대해 정부가 입장표명해야 한다. 여야 의원들 대부분이 5.24조치를 최소한 완화는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5.24조치가 취해진 것이 천안함 때문에 된 것이라면 북한의 사과나 유감표명 없이 해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일 해제가 어렵다면 박근혜 정부가 새로운 조치를 취해 5.24조치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 맞춤형 인게이지먼트 할 것이냐. 
 한국형 페리 프로세스를 제안했다. 90년대 말에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대북조정관이 되어서 좋은 정책을 만들었다고 본다. 지금도 지나면 아쉬운 것은 역사적 아이러니지만 윌리엄 페리 장관은 일본 한국과 조율해서 북한에 제시를 잘 했고 합리적인 제안을 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한 1년간 시간을 끌었다. 그 다음에 굉장히 빨라졌다. 조명록 차수가 워싱턴 오고 올브라이트 장관이 평양을 갔다. 클린턴도 평양 갈 것을 고민을 많이 했다. 북한이 1년을 안 끌었으면 진전이 많이 됐을 것이다. 지나고 보면 굉장히 좋은 기회였는데 아쉬운 것이다. 어쨌든 지금 한국의 대북정책을 보면 솔직히 밖에서 보면 혼란스럽다. 통일부도 있고 평통도 있고, NSC도 있고, 국가안보실도 있고 통준위도 있다. 
 윌리엄 페리가 잘한 것이 위싱턴에서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다. 워싱턴 내에서 의견조율을 많이 했다 .한국과 미국과 일본 같은 동맹국과 정책조율을 많이 했다. 그래서 ‘한국의 윌리엄 페리’가 필요하다.

<1990년대 한반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
이후 대북 조정관으로서 한반도 평화 문제에 깊게 개입했으며 포괄적 대북 관여정책인 페리 프로세스를 제안해 남북한과 미국간의 담대한 관계 개선이 이뤄지기도 했다>



 국민적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 있으면 한국에서 많은 사람이 온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야한다는 생각을 이야기를 많이 한다. 국제사회의 지지에 앞서서 국민적 합의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바뀌면 정책이 바뀌고 하는 게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적기 때문이다. 적어도 70~80퍼센트만 지지하는 정책을 한다면 상당한 연속성이 있을 것이다. 국제적 지지를 받는데 도움도 될 것이다. 



<한국은 고래 싸움에 터지는 새우가 아니라
빠르고 영리하며 인기 있는 돌고래가 될 수 있다>



 국민적 합의가 바탕이 되야 미국도 중국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나라도 한국이 나서서 좋은 아이디어와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원할 것이다. 우리가 우리가 새우가 아니라 돌고래다. 우리의 좋은 정책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국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말보다 엄청난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이제는 해야한다고 본다. (1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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