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디지털 레디… 어떠십니까?”
-미디어 파괴자가 되는 길
-How to be a Media Disruptor
손재권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지난 2월 13일, 지하철 2호선 사당역. 서울메트로에서 설치한 신문 자동판매기가 있다. 지난 2008년 서울메트로 측에서 시범으로 놓은 것인데 현재는 아무도 이용하지 않고 흉물처럼 방치 돼 있는 상태. 신문 가격은 600원이고 마지막으로 신문이 전시된 일자가 2010년인 것을 보니 4~5년간 그대로 놓여 있는 것 같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신문이 안나온다고 항의하는 독자들도, 흉물이된 신문 자판기를 왜 철거하지 않냐고 하는 언론사도 없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무관심인데 한국 `신문(Newspaper)’의 오늘을 나타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2015년 2월 기준으로 각기다른 일간신문 한 부의 가격을 정확히 아는 언론 학자도, 신문 기자도 많지 않을지 모른다.
<흉물처럼 버려진 사당적 신문자판기 / 사진=손재권>
무관심해진 신문 한부의 `가격‘은 신문 산업의 많은 것을 시사한다. 신문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구독이며 또 다른 하나는 광고다. 독자가 많아지면 구독료가 늘고 이에 따라 광고도 늘어난다. 그래서 신문은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독점, 특종 기사를 통해 주목도를 높이고 영향력을 키운다. 그래서 신문, 광고 산업의 비즈 모델을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에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학자가 많다.
하지만 주목도가 높아야 더 많은 광고와 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관심 경제 이론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플랫폼과 모바일 기기에 이해 급속도로 파괴됐다. 수많은 `단독‘기사를 쏟아내지만 오히려 관심을 얻기 힘들고 잡지부수공사기구(ABC : Audit Bureau of Circulations) 제도가 있음에도 이를 그대로 믿고 광고 단가를 책정하는 광고주들도 많지 않다. 한국에서 신문은 광고 효과가 없어서 마케팅 도구라기보다는`보험산업‘이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신문 비즈니스 모델의 붕괴. 이 것은 돌이킬 수도 회복할 수도 없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아마존 등 플랫폼 업체들의 확장에 직격타를 맞은 영미권 신문사처럼 빨리 무너지느냐 `네이버‘`야후재팬‘ 등 강력한 지역 포털이 존재, 어느정도 완충 역할을 하면서 천천히 붕괴되는 아시아 국가들처럼 되느냐 그야말로`시간‘문제일 뿐이다.
모바일, 소셜,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디지털 신기술이 기존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을 급속도로 파괴하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 비즈니스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디지털 파괴(Digital Disruption)’라고 한다. 영미권 신문사는 디지털 파괴에 직접적 영향력에 휘청거리고 있다.
현재 미국의 소위 영향력있는 언론사치고`감원‘하지 않는 회사는 없다. 글로벌 1위 영향력을 지닌 뉴욕타임즈도 지난해 10월 편집국 인력 100명(전체 인력의 7.5%)을 감원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내용을 발표, 현재 진행 중이며 월스트리트저널(WSJ)과 USA투데이도 지난해50~70명씩을 감원을 단행했다. 기사를 쓰는 기자가 얼마나 포함 돼 있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모두 편집국(Newsroom) 인력들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즈, 시카고 트리뷴 등을 소유한 미국 미디어 그룹 트리뷴도 지난2년간 약 700명을 감원했다. 타임워너는 90년 역사의 글로벌 잡지`타임(Time Inc)’을 분사하면서 700명을 감원한 바 있으며 월스트리트저널을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도 회사의 중심을 WSJ, 더 타임즈 등`신문‘에서 폭스(Fox TV) 등`방송‘으로 전환 중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글로벌 기업들을 취재해보면 `기자출신‘홍보맨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현장에서 떠나 글로벌 기업의 홍보 분야나 홍보대행사로 전향하는 것은 글로벌 트렌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끝인가? 신문이 디지털 파괴 현상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오히려 디지털 파괴를 주도할 수는 없을까?
한국에서도 지난해 많이 회자된 뉴욕타임즈 `혁신(Innovation)’보고서는 이 같은 고민에서 나왔다. 디지털 파괴 당하지 않고 파괴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확인한 것이다. 마케팅 업계(마케터)는 “신문은 마케터들이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콘텐츠, 정보, 독자 등)을 가지고 있다.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뿐이다“고 말한다.
내부에서`혁신‘보고서를 만든 뉴욕타임즈는 이 보고서 이후 분위기가 디지털에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보다 `디지털 실험‘을 장려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뉴욕타임즈가 소위 `1면 장사(신문제작)’를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2014년)에도 뉴욕타임즈는 3개의 퓰리쳐상을 타냈다.
미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 `앤더슨 호로위츠‘의 마크 앤더슨(Marc Andereessen)은 “나는 앞으로 뉴스 비즈니스를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 오늘날 뉴스 산업보다 10배,100배는 더 커질 것이다“며 신문의 미래를 밝게 평가하기도 했는데 이 것은 `변화(Change)’를 전제로 한다.
그대로 있으면 빠르게 죽거나 서서히 사라지거나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뉴스룸(편집국)을 변화하면 `파괴자(Disruptor)’가 될 수도 있다.`변화‘를 말하는 것은 쉽지만 실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취재기자–편집기자–데스크‘ 등의 질서를 가진 뉴스룸 문화에선 변화가 쉽지 않다.
그래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전략이 아니라 문화의 문제라고 하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 전략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도 있고 요새는 인터넷을 검색하면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컨설팅 회사들이 무료로 올려놓은 보고서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쉽게 배낄 수 있다.
하지만 `문화‘는 다르다. 오직 해당 회사, 편집국만이 내제화할 수 있는 것이며 쉽게 복제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디지털 전환 실험이 중요하고 문화로 만드는 `시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때문에 뉴욕타임즈, 가디언, 포브스, 이코노미스트 등 글로벌 미디어들은 편집국 조직 문화를 바꾸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결코 쉽지 않다. 그들도 수차례 시행착오와 실패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실행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 앞으로 뉴스의 주력 독자가 될 밀레이얼 세대(Millenials : 1980년대부터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의 성장은 변화에 더 몸부림치게 한다.
디지털 레디(Digital Ready)
미디어 파괴자가 되기 위한 신문이 해야할 가장 큰 덕목은 바로 `준비(Digital Ready)’다. 신문사 최고 경영자부터 주요 경영진, 편집국장, 기자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모바일을 종이 신문보다 먼저 내세우고 실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가 주는`디지털 레디‘신호는 매우 중요한데 미디어 생태계를 이루는 3대 축인 광고주, 독자, 플랫폼(페이스북, 구글, 네이버 등)에게 편집국이 만드는 콘텐츠를 충분히 다양한 채널로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던져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디지털 레디‘는 편집국내 `인력‘구성을 보면 그 회사가 어떤 방향을 가지고 있나를 평가할 수 있다.`혁신‘보고서를 냈던 뉴욕타임즈는 좋은 사례다. 뉴욕타임즈(NYT)는 기존 신문 제작 시스템에만 맞는 편집국 인력을 해고했지만 코딩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디자이너 등은 공격적으로 채용 중이다.
NYT내에는 `개발자 기자(Developer Journalists)’라는 직군이 있는데 편집국에서 사용 가능한 모딩 툴을 프로그램하는 기자들이다. 이 개발자 기자들이 `NYT 나우‘앱을 만들기고 했고 독자적인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 : Contents Management System)을 개발하기도 했다. NYT에는 사진기자 뿐만 아니라 `비디오기자(Videographers)’도 있다. NYT 내외부에서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웹사이트와 모바일, 태블릿용으로 올린다.
또 35명에 달하는`그래픽 디자이너‘ 기자도 있다. 신문에 사용될 그래픽뿐 아니라 통계, 프로그래밍, 3D모델링, 모션 그래픽, 오디오 프로덕션, 비디오 편집 등을 하는 기자들인데 NYT의 풍부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핵심 인력들이다.
NYT의 미래를 책임일 `R&D랩‘은 9년 전부터 운영됐다(How NYT works). 여기에서는3~5년후 미디어를 예측하고 이를 실행할 전략을 짜고 도구를 만든다. 앞으로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시대엔 뉴스의 모습이 어떻게 될까를 고민한다. 그들은 정답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직 실험과 실패 경험만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취재 기자가 인력의 핵심이고 승진도 편집국 기자 중심으로 이뤄지는`뉴스룸 퍼스트‘문화는 전세계 언론사의 공통적 현상이다. 편집국과 비편집국 간 위계질서도 심하고 이를 넘나드는 것도 쉽지 않다. 때문에 신문사는 우수한 개발자, 디자이너, 비디어 기자 등 소위 비편집국 인력들을 유인하기 힘들다. 개발자들이 신문사에 가는 것보다 인터넷 포털이나 게임 개발사, 플랫폼 회사에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NYT는 미디어 스타트업에 펀딩을 하고 이렇게 고른 스타트업을 NYT 본사에 입주시키기도 했다.
NYT는 이 같은 노력 끝에 지난 2014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종이 신문 광고 매출은 5% 줄었지만 디지털 광고 매출은 16%가 늘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디지털 전환을 가장 빠르게 시도한 미디어 중 하나인 영국의 이노코미스트는 지난해 독자가 5만명이 순증하기도 했다. 이는 전년(2013년)에 비해 295%나 늘어난 숫자다.
미국 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쉽스테드(Schibsted)는 종이신문 매출 하락을 디지털(온라인+모바일+동영상)이 완벽보완하고 있으며 스웨덴 유력지 아프톤블라데트(Aftonbladet)는 아예 오는 2017년 종이신문 발간 중단을 선언하면서 아에 `디지털 온리’미디어를 지향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디지털 퍼스트를 넘어 앞으로 디지털/모바일 온리 시대 뉴스룸을 구축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으며 더 이상 의심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비교적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회사들의 특징은 모두 ‘사람’을 바꾸고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에 있다.
질 뎀토스 세계신문협회 아시아지역 디렉터는 “2010년 이후 많은 회사들이 멀티미디어로 가려 했다. 그리고 실행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생각보다 원활하지 못했다. 원인은 무엇이었나? 사람들을 잘못썼다. 멀티미디어에 적합한 인재들이 언론사에 없었다“고 일갈했다. 이어 “신문사 조직 문화를 바꾸지 못하면 멀티미디어 전환에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지금 디지털 전환을 고민하는 조직이 무엇을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지 잘 알려주는 말이다.
반면, 한국의 신문사 편집국은 각종 위기신호에도 수십년간 만들어진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디지털 레디‘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게 한다. 한국의 신문사가 `디지털 전환‘`모바일 퍼스트‘를 구현하기 위해선 NYT 혁신 보고서를 탐독한 후 스노폴(Snowfall) 같은 뉴스를 만들고 페이스북에 뉴스를 올리며 트위터에 기사를 돌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신문사 내부 인력 구조를 들여다보면 그 회사의`디지털 레디‘ 상태가 금방 나온다.
한국 각 신문사는 디지털 전환을 얘기하기 전에 얼마나`디지털 레디‘가 돼 있고 콘텐츠를 통해 다채널로 광고주, 독자, 플랫폼 사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반문해봐야 한다.
오가닉 편집국 만들기 : 스타게이트, 썬더돔
스타게이트(Stargate), 썬더돔(Thunderdome)… 영화 제목이 아니다. 편집국 이름이다. 스타게이트는 전문 월간지에서 경제 전문 온오프라인 미디어로 거듭난 `포브스(Fobes)’뉴스룸을 말하며 썬더돔은 미국내에서도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가장 잘 구현하면서 오프라인 신문으로 진출 중인 이름 만으로도 존재감을 알 수 있는 디지털 퍼스트 미디어사(Digital First Media)사의 뉴스룸 이름이다.
포브스가 마치`잡지의 종언‘과 같은 시대에도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비결은 `전문 블로거‘를 활용하는 전략이었다. 기자들이 모든 기사를 취재,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각계 전문가를 인센티브 시스템을 통해 높은 브랜드 가치를 보유한 `포브스‘안으로 포섭했다. 포브스는 온라인에서는 기자들과 전문가들이 쓴 기사를 특별히 구분하지 않는다. 그래서 포브스를 온라인에서만 보면 어떤 기사가 기자들이 쓴 기사이고 어떤 기사는 전문가들이 쓴 `기고‘인가를 쉽게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포브스의 스타게이트 편집국 모형>
포브스의 이 같은 블로거 시스템(Incentive-based contributor network) 안정이 되자 이제 편집국을 유기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는데 이는 뉴스를 수익으로 연결시키려는 전략이다.
예를들어 포브스 기사가 20~30대 젊은 기업가들이나 소비자에게 맞겠다고 하면 사내 `소셜팀‘이 페이스북이나 모바일 독자들에게 더 적합하도록 작업하고 `광고팀‘도 이 기사와 맞는 광고와 연결시키도록 한다.
<20~30대 맞춤형 기사에서는 이렇게 돌리고>
<전략 기사에는 이렇게 유기적으로 돌린다>
또 CEO나 정부 관계자 등 비즈니스 의사결정권자에게 더 맞는 기사라고 하면 사내 `브랜드 보이스‘팀이 나서 스토리를 만들고 오리지널 `포브스닷컴‘과 잡지에 먼저 반영한다. 그리고 미국내 PC 사용자들을 먼저 독자 대상으로 삼도록 한다.
포브스는 이 같은 `스타게이트편집국‘으로 7000만의 순방문자수와 3300만 미국내 독자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포브스는 지난 4년간 드라마틱한 성장을 거듭했는데 수직적인 기업 문화를 독자와 광고주에 맞게 유기적으로 바꾼 것이 성공 비결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디지털 퍼스트 미디어의 `썬더돔‘은 한마디로 `공동 편집국‘이다. 이 회사는 미국 뉴욕, 메사추세스, 버몬트, 캘리포니아, 택사스 주등의 지역 신문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데 실리콘밸리의 산호세 머큐리, 덴버 지역의 덴버 포스트가 대표 신문이다. 워낙 신문이 많고 계속 인수합병을 하다보니 다양한 신문사 편집국을 디지털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통합하려 했는데 이를 `썬더돔‘으로 부르고 통합하고 있다. 미국 전역의 지역 신문을 둔 이 회사는 각 지역 주민들과 같이 뉴스를 만드는 오픈 편집국(https://newsroomcafe.wordpress.com)을 만들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 글로벌 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는 타임워너, NBC, ABC, 디즈니 등의 빅네임이 아니다.
정치 전문 폴리티코(Politico)나 더 아틀란틱(The Atlantic),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 테크놀로지 전문 더 버지(The Verge)나 와이어드(Wired) 등인데 모두 디지털, 모바일 준비가 뛰어나고 유기적인 편집국을 구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앞으로 살아남는 수준을 넘어 `미디어 파괴자‘가 되기 위해선 전략을 외부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다양한 실험을 하며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 최고의 디지털 인재가 오고 싶어하게끔 만드는 회사로 만드는 것. 이것이 최고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이자 모바일 온리 전술일 것이다. (끝)
*이 글은 ‘신문과 방송’에 기고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