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보단 아이오타이즈(IoTize)… 사물인터넷과 플랫폼 전략에 대하여

2015-04-19 10:24 오후
손재권

IoT보단 아이오타이즈(IoTize)

‘플랫폼 전략(Platform Strategy).’ 관련 그룹을 장(場·Field)에 모아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고 새로운 사업의 ‘생태계(Ecosystem)’를 구축하는 전략을 말한다. 
플랫폼은 말 그대로 기차역 승강장의 발판을 뜻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기차를 만들고 어떤 기업은 철로를 만드는 일을 하겠지만 ‘플랫폼 전략’을 고민한다면 기차와 승강장뿐만 아니라 기차역, 구내 매점 까지 설계하고 기차역 앞 광장을 꾸며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일 수 있게끔 종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모여야 진정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기차역을 멋지게 설계했는데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흉물이 된다. 사람을 모으기 위해 공짜 점심을 주기도 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기반 기술을 공개하기도 한다. 

애플이 iOSOS X 등 운영체제(OS)를 무료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것이나 구글이 모바일 OS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공개해 많은 하드웨어업체들이 안드로이드폰 제조에 뛰어들게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애플과 구글이 모바일 시대를 장악하게 된 것은 이처럼 플랫폼 전략을 정확히 이해하고 바로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플랫폼 전략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정보기술(ICT) 분야뿐만 아니라 자동차, 패션, 농업 등 전 산업분야에 확산되고 있다. 테슬라는 자체 개발한 전기차 기술을 확산하기 위해 특허 약 250건을 공개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도요타도 미래 자동차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30년 넘게 보유해온 수소연료전지차(FCV) 특허 5680개를 오는 2020년까지 한시적으로 무상 제공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막대한 연구·개발(R&D) 자금을 들여 개발한 기술을 ‘무료’로 공개하겠다는 것은 지금까지 경제경영 이론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플랫폼 전략’의 힘이 증명됐기 때문에 이 같은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 가능해졌다. 

영국의 반도체 회사 ARM도 ‘플랫폼 전략’의 힘으로 모바일 시대에서는 PC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룰을 만든 인텔(Intel)을 누르고 승리를 할 수 있었다. 
인텔이 원천기술부터 제조까지 완성형 체제를 갖춘 데 비해 ARM은 ‘모바일 칩 설계’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모두 협력해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ARM의 ‘플랫폼 전략’의 요체는 반도체 설계의 지적재산권(IP)공개였다. 약 400명의 개발자가 반도체 설계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만 한다. 이것을 무료에 가까운 가격에 공개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하지만 ARM은 자체 개발한 모바일 프로세스 핵심 기술(코어)을 자사 브랜드로 개발해 직접 제조에 뛰어들지 않고 제조를 원하는 기업에 지적재산권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전략을 선택했다. 대신 많이 팔면 된다.
 모바일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퀄컴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이나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등은 모두 ARM의 기술(코어텍스)을 사용해 만들어졌다. 애플이 자랑하는 아이폰, 아이패드용 핵심칩, A시리즈도 ARM의 설계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스마트폰 혁명은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 iOS 등 운영체제가 공개된 탓도 있지만 ARM이 저렴한 가격에 핵심기술을 공개했고 이를 각 기업이 채택해 저렴한 가격으로 스마트폰을 제조했기 때문에 유발된 측면이 크다. 

사물인터넷은 앞으로 새디지털 시대를 이끌 변화의 동력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사물인터넷(IoT)이란 말 때문에 ‘사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적지않은 기업들이 ‘사물인터넷 시대’란 말 속에서 ‘사물’을 만들어야 하나, 사물인터넷 시대 어떻게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져 있다.
사물인터넷을 ‘사물인터넷화하다(IoTize)‘로 보면 외연이 넓어질 수 있다. 연결되지 않은 제품을 연결시키는 칩, 소프트웨어 그리고 향후 연결될 제품들을 모두 포괄할 수 있다. 

최근 방한한 사이먼 시거스 ARM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ARM이 스마트폰 이후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 관련 전략을 들어봤다. 역시 ARM도 ‘사물인터넷’을 미래로 보고 있었다. 플랫폼 전략이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시대에도 적용될 것임을 시사했다. 

ARM은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나? 소비자들의 취향이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 

▷스트리밍 비디오, 가상현실 등 현재 각광 받고 있는 기술들은 우리의 제품 로드맵을 통해 미리 예측할 수 있었다. 우리는 장기적인 트렌드를 예측하고 공급 사슬(supply chain)에 속해 있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그 다음에 등장할 것이 무엇인지를 예상한다. 이것이 ARM이 일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각 시장에 맞는 제품을 만든다. 지금은 주로 모바일, 사물인터넷(IoT), 네트워킹,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발전과 상호연결성 등을 살펴보고 있다.

―방금 ‘네트워킹’에 대해 언급을 했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앞으로 네트워킹 분야가 매우 흥미로울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는 5세대 이동통신(5G) 때문이고 두 번째는 IoT 때문이다. 특히 IoT가 널리 퍼짐에 따라 모든 정보는 네트워크를 통해 클라우드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네트워크는 중요한 플랫폼이 되고 있다. 5G도 현재 시점에서 기술 변화를 이끄는 주요 동력이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래스(MWC)에서도 5G에 대한 담론이 많이 이루어졌고 한국 통신사들이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2018년 동계올림픽에 맞추어 5G가 본격 도입될 것이라는 점도 기대된다. 

―5G는 이동통신사들이 만든 전문용어 아닐까? 이통사들은 여전히 속도 경쟁에 머물러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IoT 시대에는 수백만 개의 디바이스가 연결될 것이고 4G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각기 다른 성질을 가진 IoT 디바이스들이 협력하고 연결되는 것이 5G의 핵심 포인트다. 



―5G를 어떻게 정의하는지가 중요하다. 5G가 삶의 변화 동력(Lifechanger)이 될 수 있을까? 

IoT가 5G에 많이 의존하게 될 것이다. 서울 같은 거대 도시에서 사람들이 이동하며 사는 것을 생각해 보면 된다. 너무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중산층의 성장에 따라 많은 에너지와 식량이 소비되고 있다. 헬스케어 역시 중요해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필수다. 앞으로 몇십 년 동안의 효율성 측면을 IoT가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텔, 삼성, 퀄컴 등 많은 회사들이 IoT가 산업의 게임체인저라고 말한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대체재가 IoT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당신의 개인적인 IoT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사실 IoT는 이미 많이 우리의 일상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길거리의 조명 같은 경우도 이미 많은 센서들을 통해 연결돼 있다. 기기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도 IoT가 적용되며 효율성이 높아져 비용이 절감된다. 쓰레기 처리, 물 공급 같은 서비스에도 앞으로 몇 년간 점차 IoT를 통해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이런 것들은 소비자에게도 이득으로 돌아간다.
IoT는 그 자체로도 큰 의미지만 다른 분야를 돕는 역할을 한다. 새로운 산업들이 IoT 때문에 생기기도 하고, 기존의 산업(교통·헬스케어 등)이 IoT로 인해 변하기도 한다. 지난 1월 CES 2015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스마트홈, 스마트카, 스마트시티 같은 것들이 회자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IoT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이제 IoT가 정말로 도입되기 시작함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기존 기업들은 IoT가 미래기술이라는 것은 잘 알면서도 이를 맞이할 준비가 잘 안 돼 있다. 기존 시스템(legacy system)을 바꾸는 데 있어 얼마만큼의 비용이 소용될지도 모른다. 

IoT를 도입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가 맞다. 어떤 칩, 어떤 센서를 사용할지, 어떤 네트워킹을 활용할지, 보안, 분석 등 IoT 도입에 있어 이런 각기 다른 역할을 정하는 것도 어렵다. ARM은 최근 IBM과의 파트너십으로 빠른 프로토타입 제조 시스템(Rapid prototyping system)을 만들어냈다. 20분 만에 IBM의 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디바이스가 연결될 수 있게 했다. 우리는 이런 노력들을 통해 ‘IoT를 쉽게 도입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디바이스를 서버에 연결시키는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 부분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아이오타이즈(IoTize·연결되지 않은 제품을 연결되게 만들고 새 기기는 모두 연결된 제품이 되는 개념)가 IoT 자체보다 더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맞다. ARM 기반은 아두이노(저가형 하드웨어 제작 도구)는 물론이고 엠베드(mbed) 보드(NXP·프리스케일 등 5~6개 파트너사들과 함께 각기 다른 디바이스에 들어가는 ARM 칩 설계 가능)를 가지고 웹 브라우저에서 코드를 써서 연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IoT 디바이스 설계를 가능케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도 이런 것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도움을 주고 있다. 킥스타터(kickstarter·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사람들이 프로젝트도 쉽게 시작하고 있다. IoT 제품을 만들고 도입하는 데 있어서 가격의 벽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직원 간 소통을 강조한 ARM 캠브리지 본사.


―한국 기업들은 중국을 포함한 타 아시아 국가들의 저렴한 제조 비용을 따라갈 수 없다. 삼성 같은 회사는 전 세계에 공장이 있기 때문에 제조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런 복잡한 경쟁과 상황 속에서 한국 제조업의 미래는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ARM의 성공비결은 기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누구나 라이선스받은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한 비즈니스 모델(플랫폼 전략)에 있었다. 파트너사들은 ARM 코어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은뭐든지 설계할 수 있다. ARM이 모든 것을 다 스스로 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명백했기 때문에 생태계(ecosystem)를 계속해서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그리고 생태계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적당한 이윤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윤 없는 생태계는 약한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인구학적으로도 변화가 많이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자본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help people how to best capitalize)이 제조업에서 가져가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스마트폰의 미래에 대해 숫자를 활용해 예측해 본다면.

▷고성능 프로세싱, 센서, 앱 개발자들의 혁신 등이 함께 다 합쳐져야 스마트폰이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숫자로 표현하기 어렵다. 

―웨어러블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시계를 보여주며) 현재 차고 있는 것은 모토롤라360이다. 이게 내가 사용하고 있는 5번째 스마트워치다. 스마트워치가 삶에 있어서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있고 편리하다. 헬스케어 시장에 웨어러블이 매우 광범위하게 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료진이 이미 오랜 시간 축적해온 데이터를 웨어러블을 통해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정확성과 탐지력 등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스포츠계에서도 웨어러블이 흥미롭게 활용될 것으로 생각한다. 운동선수의 트레이닝에 있어 흥미롭게 쓰일 것이다. 

VR가 미디어, 게임, 영화 인더스트리 등 모든 분야를 바꿀 것으로 예상한다.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이상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말 경험해 본 사람은 이것이 미래 기술이라고 느낄 것이다. 

▷동의한다. MWC에서 삼성이 발표한 VR는 정말 실감 났고 구현하는 깊이와 나를 둘러싼 시야(비전)가 굉장했다. 

―요즘 ARM에서 집중하는 분야는 어떤 것이 있을지.

▷모바일, 네트워킹 IoT 외에 새로운 분야인 데이터센터, 서버 쪽도 개척해보고 있다. 모든 과정 속에 ARM 기반기술이 들어 있다. 파트너사와 협력해 각 목적에 맞는 적합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컴퓨팅의 모든 분야(entire space of computing)가 우리가 보고 있는 분야다.

―삼성·LG도 각자 AP를 개발하는 분위기다. 그 흐름이 계속해서 갈 것이라 생각하나. 

▷고성능 제품을 원하는 분위기 속에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고성능 고효율 디바이스에 대한 경쟁이 심화될수록 소비자로서는 더 좋은 제품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수많은 핸드셋 제조사도 다양한 기능을 제품에 통합해 더 풍부한 경험을 제품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접근방법으로 혁신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런(지속적으로 이런 기업들이 각자의 AP를 개발하는) 경향이 계속될 것이라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 He is… 

사이먼 시거스(Simon Anthony Segars·48)는 2013년 7월부터 ARM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ARM의 16번째 직원, 개발자로 입사해 엔지니어링, 글로벌 세일즈, 비즈니스 개발 부사장 등을 역임하고 사장(President)에 이어 CEO 및 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ARM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기여하며 모바일 시대 승자가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RM 설립 초기의 다양한 CPU 제품 개발에 참여했으며 ARM7과 ARM9 제품군 개발을 주도하고 수많은 특허를 보유하는 등ARM의 핵심 개발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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