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어떻게 자율차 회사(웨이모) 분사를 결정했을까?

2016-12-14 05:34 오후
손재권

 

 

구글이 그동안 실험 수준에 머물던 자율주행차 사업을 분사, 별도 법인으로 출범시켰다.
GM, 포드, 우버, 애플,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의 자율주행차 기술과 로드맵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구글의 사업화 선언으로 시장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2016년 12월 13일(현지시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밀연구 프로젝트팀 ‘구글 X’에 있던 자율주행차 부문을 ‘웨이모(Waymo)’라는 회사로 분사한다고 밝혔다. 신설법인 대표는 현대차 북미부문 대표를 지낸 존 크래프치크가 맡았다.

존 크래프치크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웨이모를 출범한 것은 우리의 (자율주행차) 기술이 성숙했다는 신호”람 “자율주행 기술은 이제 모든 영역에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율차 기술로 라이드 헤일링(우버처럼 모바일로 차량을 부르는 사업), 대중 교통, 트럭 운전이 가능하게 되고 앞으로 개인차량은 물론 기존 자동차 업체에게도 기술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모 로고. A New way forward in Mobility 란 뜻이다.

 

텍사스 오스틴에서는 시각 장애인을 태우고 세계 최초로 실제 도로에서 완전 무인 주행에도 성공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 주행 데이터 확보에서는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데이터’의 싸움이다.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동차 자체의 성능보다는 정확성이 중요하다. 그리고 계속 학습을 시켜야 한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거리를 달렸냐가 중요한데 구글은 지난 2009년부터 약 7년간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했고, 지금까지 230만 마일의 시험 주행을 마쳤다. 자율차를 가지고 지구를 92바퀴 돌고  편도 280마일인 제주도를 4000번 이상, 미국 로스앤젤레스(약 6000마일)를 190차례 이상 왕복한 거리다.

이 것을 인공지능이 판단하게 되는데 구글의 시뮬레이션 결과 “이젠 세상에 내놔도 되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2016년 하반기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인 ‘자율주행’ 개발 경쟁이 분사를 서두르게 한 것도 있을 것이다.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GM, 포드, 테슬라 등 완성차 업체와 다른 점은 운전석에 핸들이 없는 ‘완전 자율차’를 구현하려 한다는 점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사람이 운전석에서 핸들을 조작하고 자율주행은 크루즈 콘트롤 처럼 ‘부가’ 기능으로 넣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보조 기능으로서의 자율주행이 실제 도로 주행에서 운전자의 집중력을 방해할 수 있다고 보고, 핸들을 없앤 완전 자율차 개발로 사업 방향을 맞춰왔다.

 

웨이모(구글차) 내부. 핸들과 패달이 없다.

 

크래프치크 대표도 이날 “자율주행차는 산만하지 않고 인간처럼 도로 규칙을 무시하지 않기 때문에 훨씬 안전해서 도로 사망자수를 급격히 줄일 것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크래프치크 대표는 웨이모가 언제 실제 도로에서 주행하는 차를 내놓을 수 있을지 로드맵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서는 2017년 말쯤 우버와 같은 서비스를 내놓고 오는 2020~2021년에는 자율차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구글이 웨이모 분사를 결정함에 따라 이제 어떻게 수익화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아직 ‘수익’을 거둘 단계는 아님에도 법인을 출범시킨 것은 자율주행 기술이 실험실에서 나와 본격적으로 돈을 벌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기 때문이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자회사들.

 

웨이모는 자율주행차를 직접 제조하기 보다는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처럼 기술 라이선스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은 올해 초 피아트 크라이슬러에 자율주행차 기술을 라이선스 주고 100대의 자율주행 미니벤을 만든 바 있다. 크래프치크 대표는 “더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사업이 아니다”며 “우리는 더 나은 운전자(better drivers)를 만드는 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웨이모는 ‘자동차’로 포장된 인공지능 로봇이라고 볼 수 있다. 도로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하고 중간에 차가 끼어드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사람도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다. 하지만 이를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것이 자율차다. 웨이모에 음성인식을 탑재하고 캐릭터 그림을 그리면 ‘로보카 폴리’나 다름없는 차가 된다.

이게 미래가 아니라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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