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 현실 Unrealistic Reality 요세미티를 보고 든 느낌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장엄하고 화려한 풍광들은 분명 ‘눈에 보이는’ 현실인데 마치 사진 속에서나 보는 장면인 듯했다. 위에서 아래로 사정없이 내리꼿는 폭포. 들어가고 나오는 원근감이 뚜렷한 하프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들끼리만 경연대회를 하는 것 같은 자이언트 세쿼이아 군락. 너무나 새파란 하늘이 ‘한’ 눈에 펼쳐진다. 이 중 하나만 있어도 ‘세계적 관광명소’인 것을 이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현실적인 풍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이지만 현실로 눈앞에 나타나 있다. 여름에만 열린다는 ‘타이오가 패스’ 60km를 달렸는데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경이로움을 느꼈다. 겨울부터 봄까지 4계절을 한 도로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실제로 그랬다. 타이오가쪽 입구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눈이 내렸고 투올러미 초원부터는 가을이 펼쳐졌으며 서쪽으로 가는 동안에 여름과 봄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일까. 요세미티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가장 뷰가 좋다는 글레시어 포인트(Glacier Point)까지 모든 전망대(Vista Point)에는 사람들이 최소 800만 화소가 넘는 스마트폰으로, 최상의 화질을 유지해준다는 첨단 미러리스 카메라로 담기에 바빴다. 전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들어간 사진 속 요세미티인지, 스마트폰으로 친구나 가족에게 공유할 수 있는 요세미티인지, 자신들의 눈에 담긴 요세미티인지, 그 모든 것인지, 모르는 채 열심히 검지손가락을 움직이고 다음 장소로 재빠르게 이동한다. 요세미티가 현실인지 사진속 요세미티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다.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요세미티는 전체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1%에 불과하다. 1%만 보고 “나는 가봤다”라고 한다. 이는 맞는 말이기도 […]